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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남성이 경제권을 독점하는 사회는 '자연'스럽지 않다"[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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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2013년 경향신문과 여성 일자리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미니멈 크리티컬 매스(최소 임계 질량)’이라는 개념을 꺼내들었습니다. 실질적인 성평등을 실현하려면 일정 비율 이상의 여성 인력을 ‘인위적으로’ 확보해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였습니다. 암컷이 중심이 되는 동물사회와 달리 인간사회는 남성이 경제권을 독점하며 여성을 지배해왔는데, 최 교수는 오히려 이 상태가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라고 봤습니다. 여성 할당제는 “기울어진 추의 균형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이죠. 7년이 지난 지금, 가정과 일터에서의 성차별을 바로잡기 위한 논의는 얼마나 진전됐을까요. 플랫팀이 7년전 최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다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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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국립 생태원장.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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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원문은 2013년 5월24일 작성되었습니다>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보는 남녀 역할

진화론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행동생태학)는 여성친화적인 생물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미토콘드리아 DNA’ 등을 근거로 “생물학적인 족보는 여성의 혈통만 기록한다”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해 호주제 폐지(2005년 3월)에 기여했다. 또 최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스승이던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지식의 대통합>을 번역해 학문 간 교류와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저서로는 <통섭적 인생의 권유>, <통찰>, <다윈지능> 등이 있다.

경향신문 여성일자리 특별취재팀은 일과 자녀양육에서 남녀 역할에 근원적인 갈증을 풀고 싶었다. 똑부러진 ‘정답’은 아니더라도 해법을 찾는 데 최 교수의 조언을 듣기로 했다. 지난달 대학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남녀 모두 성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는 양성평등, 양성협력 시대가 돼야 한다”며 “남자들도 뭔가를 뺏기는 것이 아니라 짐을 덜어서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물계에 빗대어 쉽게 풀어준 설명은 얼핏 듣기에 따라 남녀 모두 거북해 보이는 점들도 있지만 곱씹어볼 거리를 던져주었다. 다음은 최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요즘 여성 임원이 늘어나는 등 사회에 변화가 보인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여성 임원을 많이 늘리라고 얘기했다. 한 10년 전에 삼성그룹 임원 워크숍에 가서 특강이라는 걸 처음 해봤다. 강연하고 끝나면서 “내년부터는 부르지 말아달라”고 했더니 ‘강연은 재밌게 잘 해놓고 왜 그렇게 거칠게 얘기하냐’는 분위기로 쳐다보더라.

그래서 “지금 이 방 안에 백몇십명 신임 임원이 있는데 지금 보니까 여성 임원이 딱 2명이다. 이렇게 가면 삼성 망한다. 지금 세계적인 리더들이 여성이다. 앞으로 어마어마한 여성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조직, 국가가 21세기에 살아남겠다는 꿈은 깨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삼성에 여성 임원이 고작 2명이라니. 50%를 채우면 부르고 아니면 부르지 말라”고 했다. 그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그러더라. 최근엔 적극적으로 하는 모양이다. 작년에 보니 옛날보다는 여성 임원이 많아졌더라. “삼성이 변하는가 보네요. 그러나 속도가 느리다”고 얘기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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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국립 생태원장.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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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채용을 늘리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 같은 게 필요한가

“여성 혼자서 어느 수준에 올라 본들 횡적으로 네트워킹이 안 된다. 다른 국장들은 전부 남자인데 홍일점 국장이 하나 있다면 전혀 힘을 못 쓴다. ‘미니멈 크리티컬 매스(최소 임계질량: 연쇄반응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양)’가 필요하다. 제가 보기에 이게 사실 굉장히 중요하다.

(의도적으로) 여성 인력을 어느 정도 확보하는 건 굉장히 무리한 일이다. 남성 중에 더 훌륭한 사람이 있는데도 이른바 쿼터를 맞추기 위해서 여성을 억지로 뽑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이 흑인을 일정하게 뽑아줘서 여기까지 온 거다. 그런 게 없었다면 버락 오바마라는 첫 흑인 대통령이 나올 수 있었을까. 어떤 측면에서는 참 어색하고 불합리하겠지만 거쳐 가야 하는 단계일 수 있다.

서울대학교에 재직할 때 여교수회에 특강을 위해 불려갔다. 여교수회가 여학생이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데 여자 교수는 너무 턱없이 적다, 말도 안된다고 이슈를 삼았다. 참 신기하게도 서울대 여교수들 중에는 그걸 싫어하는 분들이 있더라. ‘내가 왜 구걸을 해?’ 이렇게 나왔다. 이미 서울대 교수가 된 자존심 센 여성 입장에서는 그런 얘기를 하는 순간 남성보다 못하다는 걸 인정하는 게 되니까. 자기는 (그 벽을) 뚫어왔고 앞으로도 헤쳐나갈 자신이 있다는 거다.

그때 제가 강의하면서 이를테면 정원의 30%를 총장실을 점거하든 뭐하든 무조건 따내야 한다고 말했다. 뜻밖에 여자 교수들이 그런 거 별로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내비치더라. 그때 제가 뭐라고 했다. 이건 어떻게 보면 여성 전체의 문제다. 자존심 상하는 얘기지만 한번쯤은 거쳐가야 한다고 했다. 무조건 30%를 달라는 게 불합리한 것처럼 보여도 크리티컬 매스를 만들어내기 전에는 전체로서 힘을 발휘할 수 없으므로 악착같이 하라고 했다. 과연 합리적인 요청이냐를 따질 때가 아니다, 드러누워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 떠난 게 2006년인데 그 무렵에는 생명과학부에 여자 교수가 전에 딱 한 분이었는데 그뒤 다섯 분인가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미니멈 크리티컬 매스를 만들어나가는 작업이 참 중요하다. 최초로 여성 임원, 여성 학장이 최초로 나타났다는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중심 세력권에 여성의 크리티컬 매스가 있고, 그분들이 합심하면 의사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 그 정도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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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채용을 늘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억지로 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미국은 소수자를 배려하는 제도를 억지로 만들어서 사회를 평등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한 나라다. 우리 사회가 이미 키워낸 인재의 절반을 못 쓰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좀 어색하고 억지스럽지만 여성할당제같은 것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저는 자연을 연구하다보니 워낙 인위적인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될 수밖에 없는 걸 꿈꾼다. 제 입으로 말하기 불편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게 (인위적인 할당제)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

개인적 경험인데 미국에서 학위를 하고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 인터뷰를 다닐 때마다 떨어졌다. 학과장들에게 저 말고 누구 뽑았냐고 물으니까 계속해서 여성을 뽑았다고 하더라. 미국은 각 대학의 여성 교수 비율을 신문에 공개한다. 그게 사회 이슈가 돼서 각 대학마다 여성 교수 비율 높이는 게 기부받는 데 중요하다. 정말 계속해서 2등을 했는데 억울하더라. 아무리 그래도 무조건 여성 교수를 뽑는다면 역차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느날 문득 깨달았다. 저를 누르고 된 사람들을 짚어봤다. 솔직하게 다 저보다 훨씬 난 사람들이더라.

왜냐? 그 사람들은 여성 차별을 받았기 때문에 뚫어내려고 더 노력하고 기다렸다. 저보다 준비가 훨씬 돼 있는 사람들이더라. 기분나빠할 문제가 아니었다. 저는 박사학위 받자마자 인터뷰에 불려다녔다. 어쩌면 동양인이라서 이득을 봤을지도 모른다. 저보다 준비된 남자들도 당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여성할당제 같은 사회 분위기가 없었으면 제가 불합리하게 그런 여성을 누르고 교수가 됐겠구나 싶었다. 21세기에 선진국이 되려면 여성인력을 어떻게 적극 활용할지 제도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벌써 세상에 변화가 시작된 거 같다

“여성시대는 이미 시동걸렸다. 저는 추로 설명한다. 동물사회는 사실 암컷 위주로 돼 있다. 인간사회에서는 농경을 시작하면서 남성이 경제권을 손에 넣어서 여성을 지배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옛날에 수렵생활할 때는 절대로 남성 위주가 아니었다. 남성이 어떻게 보면 사회를 한 쪽으로 끌고 간 것이다. 농경이라는 게 우리가 한 1만년 했다. 현생 인류가 지구에서 25만년 살았다면 24만년은 아마 평등했거나 여성시대였을 것이다. 최근 1만년 동안 남성이 군림한 것이다.

남성이 추를 이렇게 (자기 쪽으로) 가져왔다. 자연스러운 상황이 아니다. 물리학으로 이야기하면 ‘평형’이 아니다. 그런데 이게 이제 풀리는 거다. 풀리면 가운데 와서 딱 설 리가 절대로 없다. 이리(여자 쪽)로 간다. 그리 멀잖은 장래에 남성들이 아우성치는 시대가 온다. ‘뭐야 이거. 오히려 남자가 차별받는 거 아니냐’ 이렇게 된다. 아들 가진 부모들이 아들을 남녀공학 안 보내고 싶어하는 것처럼, 할 수 없이 그렇게 될 것이다. 가까운 장래엔 남성에게 불리한 사회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면서 추가 균형잡아간다. 남성들이 불리하다고 받아들이면 굉장히 살기 힘들어진다. 이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행복해질 수 있다.”

-동물세계에 암수 역할은 어떤가

“동물사회는 암컷이 주도하고 수컷은 별 위치가 없다. 침팬지 사회를 보면 힘센 건 수컷이다. 수컷이 암컷을 두드려패기도 한다. 그렇지만 누가 가장 좋은 음식을 먹고 가장 좋은 자리에서 자느냐 따져보면 암컷이다. 암컷은 새끼를 가지고 있다. 우리 인간사회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자식을 낳아서 기르는 것, 소위 번식이 삶의 최대 목표가 아닌 것처럼 돼버렸다.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게 중요하지 결혼이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인간도 생물이면 생물의 가장 중요한 삶의 존재 이유는 번식이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생물들은 철학적인 사고를 하진 않는다. 결혼하는 것보다는 사회를 위해 내 한 몸 바치고 죽겠다는 동물은 없을 것이다. 오로지 번식이 삶의 존재의 이유인 생물에겐 번식의 주체인 암컷이 중심일 수밖에 없다. 수컷들이 어떻게든 그것을 자기 통제 안에 넣고 싶어서 노력하는 일부 몇몇 사례를 우리가 보고 있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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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치 가족이 먹이를 먹고 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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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어떤 종에서는 수컷 없이도 암컷 혼자서 동종생식을 하고 잘 산다. 수컷은 어떻게 보면 엑스트라다. 잉여 존재인 수컷이 동물 사회의 중심이 될 수는 없다. 다만 그러다 보니까 수컷들끼리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작당을 해서 이를테면 '일부다처제'를 만들어내고 영역을 확보한 것 같다. 그러나 지구 상 동물의 절대 다수가 그런 게 아니다. 그런 일을 하고 있는 종들, 예컨대 침팬지도 수컷이 힘은 더 세지만 실속은 암컷이 더 많이 차린다. 탄자니아의 곰베 지역에 제인 구달 선생님이 추모글까지 쓴 ‘플로’라는 침팬지를 가끔 두들겨 팬 수컷들도 있었다. 그러나 플로는 10여년 동안 그 사회에 중심으로 있고 자식도 다 길러냈지만 수컷들은 왔다가 사라졌다. 시골의 어느 마을에 가도 할머니는 버티고 있고 할아버지는 이미 죽고 없듯이.

사자도 암컷들이 사냥하고 수컷이 먹는다고 하지만 실제로 사자의 전체 삶을 놓고 보면 수컷은 힘 빠지면 금방 쫓겨난다. 실제로 수컷이 암컷을 지배하고 산다기보다는 서비스하고 산다. 교미도 엄청나게 해야 한다. 한번에 수태가 안 되니 수컷이 헐떡이면서 여러번을 서비스해야 한다. 결국은 번식과 연결돼 있고, 대부분 사회에서 암컷이 중심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가 겉으로 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자연계에서 양육은 어미의 몫인가

동물세계를 보면 진화해 나오는 과정에서 알을 체외로 끄집어 내는 종들이 있다. 수정이 되고 나면 바로 알을 내놓는 거다. 새와 파충류가 대표적이다. 반면 포유류는 ‘최초의 조상 할머니’가 판단 착오를 했다고 제 책에 쓴 적 있다. 알을 바깥에 꺼내 놓으면 알이 위험해진다. 뱀이 집어갈 수 있고, 나뭇가지에서 떨어져서 깨질 수도 있다.

포유류는 ‘밖에 내놓으면 영아 사망률이 너무 높아지니 내가 차라리 끼고 있을 게’라고 안에서 키운 뒤 내놓은 것이다. 다 키워서 살 확률이 훨씬 높아진 자식을 꺼내놓는 것이 포유류가 하는 일이다. 그 종 전체로 보면 기가 막히게 좋은 전략이다. 포유류가 세상에서 득세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조상 할머니가 남녀관계에서는 실패하신 게 수컷들을 풀어놔준 점이다. 새하고 비교하자면 포유류 수컷들은 할 짓이 없어진 거다. 알을 낳은 암컷 새는 수컷에게 ‘나 혼자 품고 있을 이유 있어? 당신은 여기 못 앉아?’라고 한다. 새들을 하루 종일 관찰해보면 암컷과 수컷이 정확하게 반반씩 나눠서 알을 품는다. 포유류도 내 몸 안에 아이가 있는데 남편한테 당신도 좀 거들어줘라고 해봤어야 됐나.

순대 먹고 싶다고 그러면 사러 나가는 것밖에 없지. 새들은 오히려 알 품는 일을 서로 더 하려고 한다. 금슬이 좋기로 소문난 갈매기 가운데도 실제로는 황혼이혼을 하기도 한다. 그 해에 새끼 기르면서는 이혼을 안 한다. 다 길러 놓고 겨울에 남쪽에 가서는 암수가 다 모여서 잘 놀다가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짝짓기를 한다. 이때 돌아오면 평생을 해로한다. 암수 누구든지 먼저 도착하면 작년의 자기 짝을 기다린다. 그런데 어떤 암수는 도착해서 다른 짝을 찾더라. 왜 그런가 보니 전해에 부부사이가 좋지 않았다. 뭐가 가장 안 좋았냐면 서로 알 품는 교대시간이 달랐던 거다. 갈매기들은 교대할 때 엄청 시끄럽다. ‘당신이 나갈 차례야. 내가 여기 앉아 있을 때’라는 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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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가 자신의 새끼를 돌보고 있다. 이미지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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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맞벌이 부부가 서로 나가려고 싸움하고 있지 않냐. 애는 누가 보냐, 밖에 일이 있는데. 애를 서로 안 보기 위해서 두 부부가 실랑이를 벌이는데 갈매기는 안 나가고 싶어서 실랑이한다. 나갔다가 죽을 수도 있고 힘든다. 새끼 품고 있는 게 더 편하다. 서로 안 나가려고 싸우는 거다. 이 교체 과정이 길었던 부부 갈매기가 헤어진다. 서로 약아 빠져서 집에 있으려고 한 것이다.

포유류는 젖을 먹이면서 암컷의 일이 돼 버린다. 남자도 젖꼭지가 있는데 기능을 하지 않는다. 어쩌면 포유류 초기에는 수컷도 먹였는지도 모르지. 포유류는 그렇게 하다 보니 수컷은 원천적으로 양육 참여가 제한된다. 그게 수컷들에게 다른 암컷들을 건드리게 만든다. 암컷 하나 임신시키고 그 다음부터 암컷에게 먹이 물어다주는 것 외에는 하는 게 없다. 그러면서 간간이 다른 암컷을 수태시킨다. 새는 거의 일부일처제이지만 포유류는 99.9%가 일부다처제다.

인간도 포유류고 일부다처의 성향이 강한데 일부일처 경향도 상당히 많다. 일부에서 자꾸 일부다처만 강조하지만 인간은 너무 무기력한 자식을 낳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람도 갓 태어난 아이를 빨래줄에 매달리게 하면 매달린다. 거의 틀림없이 매달린다. 1주일 지난 뒤에 하면 손아귀에 힘이 없어져서 큰일 난다. 아마 그 전에 원숭이 시절에 가지고 있었던 본능 같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갓 태어났건 말건 도망가야 했을테니까. 우리는 아프리카에 살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이상하게 진화했다. 생후 1년이 지나야 겨우 자기 발로 설까말까 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이 동물이 아프리카에서 살아남았다는 게 불가사의에 가깝다. 살려면 남편의 도움 없이는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고 엄마 아빠가 함께 자식을 돌본 집안의 자손들이 살아남은 게 아닐까.

‘기번’이라고 긴팔원숭이가 있다. 사실 원숭이가 아니라 침팬지, 보노보, 우랑우탄 같은 유인원이다. 긴팔원숭이와 인간만 일부일처제다. 꼭 일부일처제를 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들이 있을 것인데 찾고 있다.

어차피 성에 관한 한 선택권은 암컷에게 있다는 게 찰스 다윈의 성선택론이다.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수컷들은 노력한다. 다윈이 이야기한 건 딱 두 가지다. 먼저 선택권은 암컷에게 있다는 거다. 또한 암컷의 간택을 받기 위해서 수컷이 하는 제일 보편적인 전략은 예쁘게 태어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수컷이 탤런트 송승헌씨처럼만 태어나면 고민할 게 없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그냥 먹여살리면서까지 아이를 낳아주겠다는 암컷이 반드시 나온다. 다만 송승헌씨처럼 못 태어나면 권력을 잡아야 한다. 권력이 꼭 정치적 권력만이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권력이다. 영역을 확보하고 힘겨루기를 하는 수컷들이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 세상에 절대다수의 동물은 그런 거 안 한다. 수컷도 막 돌아다니고 암컷도 막 돌아다닌다. 짝짓기 하려면 그냥 예쁘면 된다. 그러면 암컷이 자기가 알아서 살아가고 새끼 키우고 한다. 자연계는 거의 모든 종에서 수컷의 95%는 암컷 근처도 못 간다. 일부일처제가 법으로 보장되는 게 얼마나 좋은가. 그 덕에 저도 부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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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공작새. 찰스 다윈은 성 선택 이론의 예시로 공작의 화려한 꽁지깃, 사자의 갈기 등을 예로 들었다. 이미지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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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과 짝짓기를 한 번이라도 해보는 수컷이 평균적으로 한 5%다. 이 세상에 수컷으로 태어나는 건 도박이다. 잘 태어나면 어떤 수컷은 수십~수백마리 암컷을 수태시킨다. 반면 대부분은 쭉정이로 살다 간다. 다윈의 성선택론에 입각해서 예측하고 검증해낸 것이 여러 경우인데, 심지어 암컷이 건강상태가 아주 좋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으면 아들을 낳는다. 기가 막힌 아들을 낳으면 일당백을 해준다. 그러나 상황이 안 좋으면 아들을 낳지 못한다. 딸은 아무리 못나도 그 딸을 원하는 수컷이 있으니까. 자연계에 암컷은 거의 다 짝이 있다. 수컷은 5% 정도밖에 없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변했다. 아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부모들이 간파했다. 결혼해서 가정을 유지하고 싶으면 남자로서는 되도록이면 조신하게 굴어야 한다. 그러니까 딸을 원한다.

-여성들이 이공계에는 잘 안 맞나.

“다른 면도 있긴 있다. 그런 차이는 어쩌면 사회가 조장하는 면이 있다. 이제는 학교에서 수학 잘하는 여학생들도 옛날에 비하면 훨씬 많다. 하버드대 로런스 서머스 총장이 2005년 쫓겨난 결정적인 계기가 여성 비하 발언이었다. (그는 “여자는 선천적으로 수학과 과학을 못한다”고 말했다.) 굉장히 민감해서 말하기 매우 힘든데, 사실은 꼭 잘못된 이야기는 아니다. 통계학 개념이 부족한 대부분의 사람은 잘 몰라서 잘 설명하지 않으면 여성비하 하는 거로 들린다.

이 세상에 수컷들 중에 5%만 성공적이고 나머지 95%는 좀 떨어진다. 반면 암컷들은 다 어느 정도 성공적이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인간을 포함해서 암컷들 간의 차이는 별로 크지 않다. 수컷들은 변이가 크다. 정규분포 그래프를 그려보면 암컷들은 평균이 있는 가운데에 볼록하게 몰려 있다. 수컷 그래프는 평평하다. 수컷은 잘난 놈도 많고 무지하게 못난 놈도 많다. 서머스 총장은 아주 잘난, 끝에는 남자들이 더 많다고 한 거다. 하버드대 교수가 된 최상위권에는 남자가 많다는 이야기를 한 건데 서머스 총장이 워낙에 사람이 좀 싸가지가 없이 말하다 보니…. 그런가 하면 감옥에 있는 사람도 대부분이 남자다. 못난 놈도 수컷이 많고 잘난 놈 중에도 수컷이 많다. 그러나 사실 인생에서 커브의 오른쪽에 가 있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다. 그 다음부터는 상황에 따라서 노력에 따라서 누구나 다 성공한다. 약간 평준화돼 있는데 성실한 여학생들이 수학을 거의 더 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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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남녀 관계는 어떻게 변할까

“농경시대에는 남자가 농사짓고 곳간 열쇠를 손에 쥐고 여성을 지배하니까. 이런 남성과 결혼하기 위해선 여자가 굽혀야 했다. 그러나 인류학자 헬렌 피셔의 책 <제1의 성>을 보면 21세기 말에는 여성의 경제력이 남성의 경제력을 능가한다고 나온다. 피셔는 더 이상 직업세계에서 근육이 필요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현대 직업사회에서 근육으로 하는 일이 뭐가 많나. 이제는 두뇌 싸움이고 네트워킹이다. 두뇌 싸움은 여성들이 남성보다 훨씬 잘한다. 여성의 경제력이 능가하면 더 이상 여성이 자신보다 돈 많은 남성을 구할 이유가 없다. 고등학교 애들한테 물어보면 내 말 잘 듣는 애 원한다. 여성들도 자신이 벌어서 쓰면 되는데 뭐하러 돈 잘 버는 애를 구하느냐. 잘 생기고 예쁘고 다정한 애들 선호한다.

저는 여성의 경제력이 남성을 능가할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본다. 여성의 경제력이 어느 수준에 이르면 혼자서 적절한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고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면 뭐하러 남성을 선택하느냐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3분의 2가 '결혼을 꼭 해야 하나, 그런데 아이는 가지고 싶다'고 한다. 지금은 남자들에게 굉장한 부담이지만, 자신이 부양할 책임이 없으면 낳을 수 있는 남자가 있다. 여자가 그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 산다. 그러면 그때 남성은 끝장난다. 결혼제도는 남성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다. 그게 흔들리기 시작하면 남성은 아주 심각해진다. 온갖 아양을 다 떠는 남자가 나올 수도 있다. 커피 뽑아서 주고 계속 얼쩡거려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회사 끝나면 그 많은 남성들이 여성 찾아서 거리를 배회하는 거다. 곰도 그렇게 살고 있고 호랑이, 심지어 모기도 그렇다. 인간만 어떻게 보면 면했고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거다. 매일 자기 파트너를 찾아 다녀야 한다면 어떨까.

만약 여성이 스스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경제력만 확보하면 남자의 콘트롤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어진다. 저는 피셔 얘기처럼 여성의 소득수준이 남성의 소득수준을 능가하는 21세기 말에 가서야 그런 일이 벌어질 게 아니라고 본다.

제가 쓴 책 <통섭적 인생의 권유>에서 했던 통섭이나 환경문제, 고령화 시대 같은 얘기들이 사회에서 먹히고 있다. 나름대로 여성 문제에 대해서 예측처럼 해놓은 게 빠른 시일 내에 현실화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남녀 균형은 다른 것보다도 굉장히 속도가 빠르고 유연하다. 한쪽이 영원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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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국립 생태원장.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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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육아에 참여는 어떻게 보나


“현대사회에선 남성들이 전부 브레드 위너(가장)를 하느라고 자식 양육에 손을 떼버렸다. 해결책은 지극히 생물학자다운 얘기지만, 아빠들이 자식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자식 기르는 건 주로 엄마가 하는 일이고 아빠가 가끔 도와줄 게 아니라, 같이 하는 일이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남성에게도 행복한 날이 올 것이다.

대한민국 아빠들처럼 세상에 불쌍한 동물이 어디 있나. 일의 노예다. 일이 잘 되는 사람이야 즐기고 그러겠지만 대부분 직장인들은 힘들다. 아이가 깨기도 전에 출근해 밤늦게 야근이다 뭐다 술 한잔 해야 하고 그러다 들어오면 애는 벌써 자고 있다. 그렇게 키워놓았지만 나중에 자식하고 대화가 안 된다. 명절날 모습은 어머니가 있는 부엌 옆에 가서 다 있고 아버지는 저쪽에서 씨름이나 보고 있다. 대한민국 아빠들은 너무 외롭다.

이 세상에 동물로 태어나서 할 수 있는 가장 기가 막힌 경험이 자식 기르는 거다. 제가 여성인권에 대해서 떠들고 다닐 때 여성들 중에 저한테 끊임없이 해준 얘기가 “자식 기르는 재미만큼은 뺏어가지 말아주세요”라고 했다. 저는 그 마음 이해한다. 정말 제 아들 키우던 건 가장 버리기 힘든 일이었다. 동물로 태어나서 가장 큰 보람이라는 게 내 새끼 낳아서 기르는 것이다. 도대체 우리나라 남성들은 무엇 때문에 사는가. 결국 키운 재미는 아내만 보고, 나중에 고맙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지 못하는 게 남성이다. 그러고는 말년에 쓸쓸하게 가고 아내한테 버림받고 밥 달라는 얘기도 못하고. 꼭 그렇게 살아야 할 이유가 뭐가 있나.

물론 지금은 남자가 아이 보기 힘들다. 저는 집에서 아이를 자주 봤는데 당장 옆집 아주머니가 하는 말이 “바깥 양반이 직장이 없으세요?”라며 이상하게 봤다. 사회가 변해서 정말 ‘여성시대’가 오면 1주일에 3일은 남자도 집에 있을 수 있겠지. 집에 있으면 아내가 일하러 나가고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우리도 까페에서 만나 수다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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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여성시대’는 무엇인가

“완벽한 여성시대는 남편이 3일, 아내가 3일 일하고 주말은 가족 모두가 즐기는 거다. 남자와 여자가 반반씩 나눠서 하는 게 여성시대다. 남녀 모두 ‘성’이라는 게 사회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이다. 사실은 여성시대가 아니라 양성평등, 양성협력 시대다. 그러면 남자도 훨씬 더 행복해질 것이다. 남자들이 뭔가 큰 거를 뺏긴다고 생각할 게 아니다. 우리 남성들도 유리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을 일이지 반대할 일이 아니다.

워낙 우리나라 여성 능력이 탁월해서 다른 나라보다 상당히 유리하다. 여성들이 남성만큼 교육받은 나라가 흔치 않다. 미국도 우리만큼 안 된다. 국제 경쟁력 차원에서 우리는 반드시 나아질 것이다. 다른 나라도 남녀가 일하고 우리도 남녀가 일하면 우리가 유리하다. 남자가 혼자 벌어서 사는 것보다 남녀가 반씩 일하면 경제수준이 반드시 올라간다. 그러는 동안에 남자들도 삶의 여유를 좀 가질 수 있다. 왜 대한민국 남성은 이런 게 허용이 안 되는 불공평한 세상에 사는가.”


특별취재팀 전병역·김재중·남지원·이혜인·이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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