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마지막 연단 선 메르켈, 고별 열병식서 ‘글썽’…“민주주의 지켜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별 열병식 ‘그로서 차펜슈트라이히’에서 연설

“기후변화·디지털화·난민문제 대응에 다자기구 필수”

헤럴드경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일(현지시간) 독일 연방군의 고별 열병식에 참석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독일 연방군의 고별 열병식(그로서 차펜슈트라이히)에서 증오와 폭력, 가짜정보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2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는 8일 공식 퇴임을 앞두고 이날 사실상 마지막으로 총리로서 연단에 섰다.

그는 “민주주의는 사실에 대한 신뢰와 학술적인 깨달음이 부인되고, 음모론과 선동이 확산하는 곳에서는 언제나 항변의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연설했다.

이어 “곧 있으면 16년간의 임기 끝에 여러분과 작별하게 된다”면서 “그간 보내준 신뢰에 진심으로 고맙다. 신뢰는 정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라고 말했다.

또 “지난 16년간은 정치적, 인간적 도전인 동시에 나를 채우기도 했다”면서 “지난 2년간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정치와 학문, 사회적 담론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보여준 동시에, 얼마나 연약한지도 보여줬다”고 회고했다.

그는 “팬데믹뿐만 아니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2015년 유럽으로 온 난민까지 국경을 넘어선 협력에 우리가 얼마나 의존하는지를 알게됐다"라며 “기후변화와 디지털화, 난민문제에 대응하려면 국제기구와 다자기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세상을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볼 것을 추천한다”고 당부했다.

독일 연방군은 이날 16년간의 임기를 끝내는 메르켈 총리를 위해 그가 신청한 세 곡을 연주했다. 메르켈 총리는 고별 열병식에서 군악대가 연주할 곡을 직접 고르는 전통에 따라 세 곡을 골랐다.

이날 처음 연주된 신청곡은 메르켈 총리가 20살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던 1974년 동독에서 나나 하겐이 불러 대히트를 쳤던 유행가 ‘당신은 컬러필름을 잊어버렸어요(Du hast den Farbfilm vergessen)’였다.

헤럴드경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일(현지시간) 공식 퇴임을 앞두고 독일 연방군의 고별 열병식에 참석하고 있다. [EPA]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곡은 동독의 해변으로 여행을 갔는데 흑백필름만 가져오고 컬러필름을 잊어버린 애인을 탓하는 내용이다.

이 곡은 여러 색깔로 다채로울 수도 있었지만 무채색이었던 구동독에 대한 향수를 담은 동시에 흑백필름밖에 살 수 없었던 구동독에 대한 비판으로도 해석된다.

메르켈 총리는 임기 말이 돼서야 동독 출신임을 강조했다.

올해 10월 독일 통일 31주년 기념식에서는 아직도 동독 출신 1600만명은 통일된 독일에 소속됐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며 동독 시절 이력을 ‘필요 없는 짐’으로 인식하는 데 대해 질문을 던졌다.

군악대는 또 다른 신청곡인 독일 가수겸 배우 힐데가르트 크네프의 ‘나를 위해 붉은 장미비가 내려야해요(Fuer mich soll's rote Rosen regnen)’와 기독교 3대 인기 찬송가 중 하나인 ‘하느님 당신을 찬양합니다’를 연주했다.

메르켈 총리는 연방군악대의 연주를 들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등 감동받은 모습이었다.

그로서 차펜슈트라이히는 16세기 말에 맥주통의 꼭지를 두드리며 취침을 알린데서 유래한 소야곡으로 독일 연방군은 총리나 대통령, 국방장관이 퇴임할 때 하는 고별 열병식을 의미한다.

연방군은 고별 대상이 신청한 세가지 곡을 연주한 뒤 행진과 귀영신호, 기도에 이어 국가를 연주한뒤 다시 행진한다.

이날 열병식에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 올라프 숄츠 차기 총리 등이 참석했다.

yoohj@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