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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조명 켜도 한 치 앞 안보이는 진도 앞바다, ‘소리’로 유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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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명량대첩로 해역 8차 수중발굴조사에서 발견된 청자.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고려청자는 모두 일부가 깨진 형태, 혹은 조각으로 발견됐다. 사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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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앞바다에서 배의 닻에 매달던 '닻돌'과 고려청자 조각 등이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3일 “진도군 명량대첩로 해역에서 제8차 수중발굴조사를 완료했고, 닻돌과 고려청자 조각 60여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명량대첩로 해역 수중발굴조사는 2011년 불법 문화재 도굴범이 적발되며 알려진 진도 울돌목 인근 해역에서 2012년부터 진행돼온 조사다. 지금까지 도자기와 전쟁유물 등 1200여점이 발견됐다. 명량대첩이 벌어졌던 울돌목은 조류가 매우 빠르고, 많은 배들이 난파된 기록이 있는 지역이라 해저 유물이 많이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뻘 바닥 서해, 수중 시야 0… 야구장 불빛도 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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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는 폭 7m의 탐사장비로 진도 앞바다 300mX200m 구역을 EOS 3D, 씨뮤즈 호. 사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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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가 개발한 수중 음파탐지시스템(EOS3D)을 처음으로 이용했다. 음파를 이용한 해양조사는 그간 선박 등 큰 물체를 찾는 데에 활용된 적은 있지만, 비교적 크기가 작은 해양 문화재 조사에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 하지호 탐사시스템연구실장은 “해외 기술과 장비가 있었지만, 문화재 조사 현장마다 환경이 달라 맞지 않고 수리 및 유지에 어려움이 있어 직접 만들게 됐다. 3D로 구현할 수 있게 정보처리 시스템도 새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센터는 지난해 8월 배에 폭 7m의 장비를 매달고 바다 위 300m×200m 면적을 4~5일에 걸쳐 훑은 결과 바다 아래 가라앉은 물체가 있는 지점 40곳을 특정했다. 이 자료를 넘겨받은 해양문화재연구소는 올해 6월부터 10월까지 총 80일간 8명이 하루 두 번씩 잠수해 40곳 중 2곳에서 문화재를 발견했다. 나머지 38곳은 바위, 혹은 직경 4~5m로 거대하게 엉킨 폐어구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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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명량대첩로 해역 8차 수중발굴조사 현장. 흙더미에서 흙을 떼어가며 유물을 확인한다. 사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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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 바닥 때문에 시야가 흐린 서해안이라 음파탐지 장비로 조사 구역을 좁혔던 게 큰 도움이 됐다. 현장조사 및 잠수에 직접 참여한 노경정 해양문화재연구소 연구사는 “보통 다이버들이 960럭스짜리 강한 라이트 한 개를 차고 들어가는데, 이 일대는 두 개를 차고 들어가도 5m 떨어진 사람의 불빛도 안 보일 정도로 이 일대는 수중 시야가 거의 0에 가깝다”며 “앞에 있는 물체에 얼굴을 들이대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 수중조사가 힘든 환경인데 사전 조사로 다이빙 지점을 잡는 것만으로도 수중조사의 효율을 최소 수백 배 올려줬다"고 전했다. 프로야구 경기 외야의 밝기가 약 1000럭스인데, 최소 야구장 불빛보다 더 밝은 조명을 달고 들어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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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명량대첩로 해역 8차 수중발굴조사. 초음파로 탐지한 흙더미를 떼어가며 문화재가 있는지 일일이 확인한다. 사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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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연'에 기댄 해저유물, 보고 찾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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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돌. 명량해역로 8차 수중유물발굴조사에서 발견된 닻돌. 나무로 된 닻에 무게를 더하는 역할이다. 사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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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유물은 나무 닻에 무게를 더하기 위해 사용했던 돌인 ‘닻돌’과 훼손된 청자가 전부지만, 해양문화재연구소 측은 앞으로 기술을 활용해 조사 성과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해남 강진은 고려시대에 고급 청자 가마터가 있던 곳인데. 완성된 청자를 개경으로 옮기려면 울돌목을 지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 해저에 묻힌 유물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양 조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만한 지점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전부였다. 1976년 ‘신안 보물선’으로 알려진 선박도 어부가 도자기를 건져올린 위치에서 시작했고, 2011년 ‘진도 오류리 해역’도 해저유물 도굴단이 붙잡히면서 알려진 위치다. 노경정 연구사는 “현실적으로 사람이 다 조사할 수 없는, ‘사막에서 바늘찾기’ 수준의 구역이라 유물 발견 신고가 들어온 지점에 가서 확인하는 것만도 벅찼던 환경”이라며 "앞으로는 선제적으로, 더 넓은 영역을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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