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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시흥 배곧신도시' 입소문 타고 승승장구 중…호재 업고 분양가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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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배곧생명공원에서 바라본 공원 내부와 주변 아파트 단지 전경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약 10분 거리에는 신축 아파트촌이 형성돼 있다. 이곳은 바로 200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신도시 개발지인 경기 시흥 '배곧신도시'다.

이곳은 원래 한화그룹(옛 한국화약)이 화약 폭발 시험장으로 개발된 매립지였다. 하지만 1996년 무렵 인근 정왕동 일대에 주택가가 형성되면서 폭약 실험이 어려워졌다. 시흥시는 이 땅을 사 2007년부터 자체 신도시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2009년 2월 도시개발지구 지역에 지정된 후 사업이 가속화됐다.

배곧신도시 부지 면적은 여의도(290만㎡)의 1.7배에 이르는 490만6857㎡다. 지난 2015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 주상복합 등 주택 2만1000가구와 생활편의시설, 상업시설, 공원 등이 들어서 있다.

중심 상권에는 롯데마트, 시흥프리미엄아울렛 등 대형 쇼핑시설을 비롯해 메가박스·CGV 등 영화관과 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대거 밀집돼 서울 도심 못지않은 주민들의 높은 생활만족도를 자랑한다.

시흥시 관계자는 “배곧신도시는 당초 5만6000명의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인구는 7만 명에 이른다”라며 “입주가 시작된 이후 생활여건이 좋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기존 구도심 외에 외부지역에서도 유입된 인구가 상당하다”라고 설명했다.

상권은 2015년부터 형성됐으며, 현재 중심지는 공실이 제로(0)에 가깝다. 지난해 7월 준공한 주상복합단지 '호반써밋플레이스' 인근 상업시설인 이브뉴프랑도 저층부터 업체들이 속속 입점하고 있다.

인근 A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보통 신도시 상권이 완성되려면 10년 정도의 기간이 걸리지만, 이곳은 공실 해소가 상당히 빠른 편이다”라고 말했다.

●초기 미분양 아파트, 현재는 분양가 2배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아파트 분양은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정부가 추진한 신도시가 아니고 당시 부동산 시장이 약세 흐름이었기 때문에 3.3㎡당 800~900만원의 분양가에도 분양 초반에는 미분양이 많았다. 일부 단지와 오피스텔의 경우 마이너스피(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매)가 나오기도 했다.

분위기는 2017년 이후 반전됐다. 입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인근 인천 송도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입주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배곧신도시 첫 입주 단지인 '시흥배곧SK뷰' 전용 84㎡(17층)는 지난 9일 6억5800만원에 거래돼 최초 분양가(약 2억9000만원)의 2배 가까이 올랐다. 배곧생명공원과 바다 조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로열층'은 7억 원대에 나온 매물도 있다.

전셋값도 크게 올랐다. 전용 84㎡ 기준 지난해 말까지 2억원 중후반대였지만, 최근에는 3억원 중반대로 뛰었다. 이는 입주 후 시세 상승분이 전셋값에 반영됐고, 정부 규제 여파로 인해 매매를 대신해 전세로 돌아선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관련 세금을 대폭 강화한 7.10 대책 이후 전세금을 올리거나 반전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이 많아졌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소들의 설명이다.

배곧신도시는 어린 자녀가 있는 30~40대의 비중이 높고 서울보다 인천과 광명, 부천, 안산 지역 등에 직장이 있는 거주자가 많다. 정왕동 C공인중개소 대표는 "최근 인천 송도나 광명시 집값이 워낙 많이 올라 상대적으로 시세가 저렴한 배곧신도시를 주목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이전 효과, 경제자유구역 지정 호재

배곧신도시는 서울대 이전 프로젝트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상권이 다른 곳보다 빠르게 형성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사업 초기의 지명은 군자신도시였지만, 2010년 서울대 이전이 결정된 이후 교육도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배움의 터'란 의미의 배곧신도시로 개명했다. 지역 내 도로도 '서울대학로'란 이름이 붙어있다.

초기에는 연세대 송도 캠퍼스처럼 일부 학부를 옮기는 방안으로 추진됐지만, 학생들이 반대해 무산됐다. 이를 대신해 연구소, 미래모빌리티 센터 등 각종 연구시설과 대학원생 및 교직원을 위한 숙소를 조성하는 프로젝트(서울대 시흥스마트캠퍼스)로 바뀌었다. 800병상 규모의 서울대병원 건립 계획은 예타를 진행하고 있다. 시흥시는 연구시설과 병원이 오는 2027년 준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구시설과 병원 부지는 66만2000㎡ 규모이며, 기업들의 연구R&D 용지로 마련한 21만6000㎡ 규모의 부지까지 더하면 약 88만㎡에 이른다. 해당 부지는 지난달 초에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정부는 이곳에 투자하는 국내외 기업에 대해 각종 세금 및 임대료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드론과 모빌리티 분야를 중심으로 현대자동차 등 55개 기업이 참여하는 산·학·연 연계 연구 단지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단지의 구축으로 스스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자족도시’가 된다면, 일대 주택 및 상권의 가치도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통망 확충 계획도 예정돼 있다. 송도국제도시를 직선으로 잇는 배곧대교(1.89km)가 2023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더불어 주민들은 취약한 철도 교통망 확충을 위해 국책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월판선(월곶~판교 40,3km 구간) 노선에 배곧역을 추가하는 방안을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에게 적극 요청하고 있다.

[최은화 매경비즈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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