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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준석 복귀 명분은 ‘윤핵관’ 인사 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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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모른다면 계속 가고, 안다면 인사 조치 있어야”…사실상 尹 결단 촉구

세계일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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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 잠행을 이어가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침묵을 깨고 언론에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당무 거부' 비판에 대해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선출된 후 당무에 대해 논의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거부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또한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를 강하게 비판하며 인사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1에 따르면 윤 후보 측 관계자의 인사 조치가 이 대표의 복귀 명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부산, 전남 순천, 여수에 이어 제주도에 입도 한 이 대표는 이날 4·3 희생자 유족회와 간담회를 한 후 제주 4·3평화공원을 참배하고 취재진과 만나 "제가 실소를 금하기 어려웠던 부분도 있다"며 "우리 후보가 선출된 이후에 저는 당무를 거부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후보의 의중에 따라 사무총장 등이 교체된 이후 저는, 제 기억에 딱 한 건 이외에 보고를 받아본 적이 없다"라며 "저에게 당무에 대해서 어떤 의사를 물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에 따르면 권성동 사무총장이 김석기 의원과 성일종 의원을 교체해 달라는 요청 외에는 그동안 당무에 대해 보고도, 협의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당무 공백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는 인식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제기됐던 '당대표 패싱'설을 인정한 셈이다.

이날 예정된 최고위원회의가 취소된 것과 관련, 이 대표는 "당대표로서 이번 선대위원장단 명단이 발표된 직후 선대위 원톱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고,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확보를 위해 저는 홍보에 국한된 역할을 하고 총괄 지휘는 그분이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윤석열) 후보에게 심지어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모실 생각이 없는 것으로 굳건하게 마음을 다지셨으면 개선을 바로잡기 위해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김병준 위원장을 선임해 달라고 요청을 드렸었다"며 선대위 운영과 자신의 지방 일정과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연락을 두절한 채 지방 일정을 하는 이유에 대해 "김 위원장님이 언론 활동도 열심히 하시는 것 같은데 공간을 가지시는 게 옳겠다고 생각해 저는 지방에 일을 살피고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 대표는 또 윤석열 후보의 '측근'에 대해서도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김종인 전 위원장과의 이견도 의견이 불일치하는 지점이 커서라기 보다는,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이 원치 않는 시점에, 원치 않는 인사들을 보내 예우를 갖추는 모양을 보이되 실질적인 이야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상황이 악화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우리 당 의원님들 중에서 당을 위한 걱정으로 많은 분들이 여러 행동을 하고 싶으신 분이 있겠지만, 적어도 입법부의 일원이고 우리 당의 국회의원이고, 우리 당에 대한 진지한 걱정이 있는 분들은 사람을 위해 충성하거나, 항복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우리 당의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해 달라"고 말했다.

'사람을 위해 충성한다'는 말은 윤 후보가 2013년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국정감사에서 수사 외압을 폭로하며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어록으로 윤 후보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어떤 조치를 하면 복귀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것을 요구한 적도 없고 윤 후보가 어떤 걸 상의한 적도 없기 때문에 이견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제가 따로 구체적인 무언가를 요구하기 위해 이렇게(지방 일정) 하고 있다고 보시는 것도 저에 대해서는 굉장히 심각한 모욕적인 인식"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를 향해, 이 대표는 "'핵심 관계자' 말로 언급되는 여러 가지 저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들은 지금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후보가 배석한 자리에서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 먹으려고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인사는 윤 후보가 누군지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르신다면 계속 가고, 아신다면 인사 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결단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제가 당 대표가 된 이후로 최고위원들이 방송에서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저는 자유 발언권을 항상 존중해 왔고, '핵심 관계자'가 누구든지 간에 말하는 것은 자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것이 당과 후보를 위해 도움이 되는지는 본인이 판단하고 있어야 되고, 그분은 심지어 사람에게도 충성하지 않는 분인 것 같다"라며 "본인의 사리사욕에 충실한 분을 충성하는 분인 것 같은데, 그분의 사리사욕을 위한 것인데 후보라고 통제가 가능하겠나"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상임선대위원장 직책을 내려놓을 의사가 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저한테 물어본 것이 없기 때문에 제가 의견을 제시하거나 제가 아무것도 판단할 사안이 없다"고 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글을 게재한 것에 대해서는 "선대위는 총괄적으로 김병준 위원장께서 지휘하시는 것이라고 꾸준히 밝혀왔고 선대위 회의에서도 제가 큰 발언을 하지 않았다"라며 "저는 선대위에서 지휘관으로서의 역할을 그 정도로 제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분명히 인선 과정에 있어서도 우려되는 지점들을 이야기했고, 지휘체계에서도 나름대로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후보 입장에서 놀랐겠지만, 그럴 거면 김병준 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모시자는 이야기까지 제안할 정도로 선대위의 원활한 운영에 어떻게든 협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사흘 만에 잠행의 이유에 대해 직접 밝히면서 윤 후보가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이날 제주 일정을 비공개로 진행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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