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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文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 출구 전략 제대로 짜야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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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이 아파트로 빼곡히 들어차있다. /사진=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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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91] 문재인정부는 집값을 잡겠다고 많은 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대출을 조이고 세금을 올리면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 패착이었습니다. 이솝 우화 '해와 바람'이 풍자하고 있는 것처럼 세찬 바람으로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고 하다가 실패했습니다. 보유세를 올리더라도 집주인이 집을 팔 수 있도록 거래세를 내리고 신규 택지 조성과 함께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주택공급 신호를 확실하게 줘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부동산 규제를 풀면 집값 급등을 촉발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오판의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집을 보유한 사람은 세금 부담이 크게 늘며 불만이 생겼고 무주택자는 '벼락거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정책 실패를 사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문제는 꼬인 매듭을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내년 대선에서 누가 정권을 잡든 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제대로 된 출구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이죠.

오나라와 월나라 전쟁에서도 실패에 대한 올바른 대응이 최종 승패를 판가름했습니다. 월왕 구천이 오왕 부차를 누르고 최후의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현실을 받아들인 용기에 있습니다. 기발한 전법으로 오나라 침략을 막아내고 오왕 합려까지 죽인 구천은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부차가 할아버지 합려를 죽인 원수를 갚기 위해 절치부심했다는 사실을 가볍게 여겼습니다. 부차가 대군을 이끌고 침략하자 뛰어난 전략가였던 범려와 문종은 전면전을 피할 것을 권합니다. 문종은 더 나아가 겸손한 말로 사죄하고 강화를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구천은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오나라는 대대로 월나라의 원수요. 지금 저들이 쳐들어왔는데도 싸우지 않으면 과인은 앞으로 군사를 거느릴 수 없을 것이오."

두 전략가의 예상대로 오나라 군대는 강했습니다. 하늘도 오나라를 도왔습니다. 월나라 군대 쪽으로 세찬 바람이 불었고 이를 이용해 오나라는 화살을 쏘았습니다. 월나라도 반격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오나라 군대가 몰려오자 월나라는 고성으로 후퇴했습니다. 오나라 군대는 성을 겹겹으로 포위했습니다. 고성이 함락될 위험에 처하자 구천은 성을 빠져나가 회계산으로 달아났습니다. 오나라 공격이 더욱 거세져 구천의 운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였습니다. 이때 문종이 생존전략을 내놓습니다. "지금 오나라 군대의 한 축을 맡고 있는 태재 백비는 재물을 밝히고 여자를 좋아하며 공이 많은 사람과 능력 있는 사람을 심하게 시기합니다. 특히 오자서와 뜻이 맞지 않습니다. 오왕 부차는 오자서를 두려워하며 백비와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몰래 백비의 군영에 찾아가 그자의 환심을 살 수만 있다면 강화 약속을 받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백비가 오왕을 설득하면 오자서가 나중에 알아도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이 전략은 맞아떨어집니다. 백비는 처음에는 문종의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문종이 바친 보물과 미녀들을 보고 마음이 동했습니다. 여기에 문종의 현란한 언술이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월나라가 패했지만 아직도 회계산을 지키는 정예병 5000명이 최후의 일전을 벼르고 있습니다. 만약 싸워서 이기지 못하면 왕실 창고의 모든 보물을 불사르고 외국으로 몸을 피해 초나라 왕을 섬길 것입니다. 남은 보물이 있다 해도 오나라 왕궁에 귀속될 것이고 당신의 몫은 없을 것이오. 하지만 태재가 강화를 주선해 주신다면 우리 주상께선 오왕에게 몸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태재에게 몸을 맡기는 것이 됩니다. 그러면 봄 가을로 바치는 공물은 왕궁으로 들어가지 않고 먼저 태재의 저택으로 들어갈 것이니 우리 월나라 전체를 혼자 소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짐승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사납게 달려드는 법인데 우리 월나라 군사도 성을 등지고 마지막 일전을 벌인다면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있어날 수 있을 것이오." 한마디로 어르고 뺨치고 달래는 솜씨가 '외교적 수사의 달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백비는 문종의 논리를 그대로 부차에게 설파합니다. 부차가 불구대천의 원수인 월나라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자 이렇게 설득하죠. "손무의 말대로 전쟁은 흉기이니 오래 쓰면 안 됩니다. 지금 구천이 오나라의 신하가 되겠다고 하고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합니다. 월나라 항복을 받아들이면 우리는 실로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가 모든 병력을 동원해 반드시 월나라를 멸망시키고자 한다면 구천은 결사 항전을 벌일 것이니 우리도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저들을 끝까지 죽이는 것과 월나라를 앉아서 얻는 것 중 어느 것이 이득이겠습니까?" 부차는 솔깃했습니다. 그 역시 월나라가 보낸 보물과 미녀들이 탐났습니다. 그는 문종을 불러 한 가지 조건을 추가해 강화를 받아들였습니다. 구천 부부를 오나라로 데려가겠다는 것이었죠. 구천에게는 굴욕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출구전략이었죠. 그러나 이 결정으로 구천은 와신상담의 기회를 잡았고 복수극을 완성하며 오-월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됩니다.

부차가 월나라와 강화하기로 결정했을 무렵 이런 미래를 꿰뚫어 본 사람이 있었습니다. 오자서였지요. 소식을 전해들은 오자서는 불같이 화를 내며 부차에게 말합니다. "강화는 절대 불가합니다. 오와 월은 이웃이면서도 공존할 수 없는 원수이므로 월나라는 틀림없이 오나라를 멸망시키려 할 겁니다. 멀리 있는 진(晉)나라와 진(秦)나라는 우리가 공격하여 승리한 뒤에 그 땅을 얻었다고 해도 거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월나라를 공격해 승리하면 그 땅에 거주할 수 있고 저들의 배를 탈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오나라에 큰 이익이므로 버려서는 안 됩니다." 부차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이자 백비가 오자서의 말을 반박합니다. "오와 월은 물로 이어져 있어 서로 친할 수 있습니다. 오자서는 초나라 수도를 점령한 뒤에도 초나라를 멸망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심을 가지고 완전히 상반된 조치를 취하라고 합니다." 이미 백비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진 부차는 오자서의 충언을 묵살합니다. 간신의 그럴듯한 말에 넘어가 최악의 선택을 한 것입니다.

오자서는 탄식하며 이런 말을 했다는데 그대로 역사가 됐습니다. "월나라는 10년 뒤에 다시 모일 것이며 다시 10년이 지나면 우리게 교훈을 줄 것이다. 불과 20년 만에 오나라 궁궐은 깊은 늪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실패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으려면 제대로 된 출구전략을 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천 같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은 잠시의 굴욕일 뿐 성공으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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