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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네이버 닮은' 스타트업 인수…백화점식 카카오 '라방'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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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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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지영 디자인 기자


카카오가 라이브커머스 강자 네이버(NAVER)에 도전장을 낸다. 소수정예 상품을 엄선해 판매하는 '백화점'식 방송에서 벗어나, 네이버처럼 중소상공인의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식 방송을 강화한다. 오는 2023년 10조원 규모로 성장할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서 그동안 서로 다른 전략을 펼쳐왔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본격적인 자존심 대결을 벌이게 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1세대 라이브커머스 스타트업 그립컴퍼니 지분 50%를 1800억원에 인수했다. 카카오가 최대주주지만, 그립컴퍼니는 앞서 카카오가 인수한 '지그재그' 운영사 크로키닷컴(현 카카오스타일)처럼 독립경영을 이어간다. 카카오 사내독립기업(CIC)인 카카오커머스의 '카카오쇼핑라이브'와 합치지 않고 투트랙으로 서비스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립컴퍼니가 지난 2019년 2월 출시한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은 코로나19(COVID-19)로 영업이 어려워진 오프라인 사업자들이 대거 입점하며 이달 초 누적거래액 1000억원을 달성했다. 올 초 누적거래액이 3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폭풍 성장한 셈이다. 같은기간 입점 사업자도 8000명에서 1만7000명으로 2배가 됐다.


'네이버 닮은' 그립으로 경쟁력 높이고 상생 강화…"일거양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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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그립 홈페이지 캡처


카카오는 이번 투자로 △라이브커머스 경쟁력 강화 △중소상공인 상생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게 됐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카카오쇼핑라이브는 자체 스튜디오에서 대형 브랜드 중심으로 하루 5회 방송을 진행해왔다. 고품질·고효율 방송으로 차별화한다는 방침이었으나, 결과적으로 규모에서 네이버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카카오보다 석 달 늦게 출시됐지만 누적거래액이 5000억원으로 카카오를 압도한다. 카카오쇼핑라이브는 정확한 누적 거래액을 밝히고 있진 않지만, 지난달까지 총 1250여회 방송을 진행, 방송당 평균 거래액이 1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12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누적시청횟수도 네이버(7억회)가 카카오(1억5000만회)의 4배 이상이다.

네이버가 '개방형 라이브커머스'를 내세우며 중소상공인 유입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누구나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할 수 있게 하면서 '콘텐츠 확대→시청자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스마트스토어에 이어 라이브커머스까지 중소상공인 디지털전환에 앞장서면서 네이버의 상생 이미지도 견고해졌다.

카카오는 그립 인수로 라이브커머스 외형을 확대하는 동시에 중소상공인과의 상생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탈 이미지를 반전할 카드라는 분석이다. 배재현 카카오 CIO(최고투자책임자)는 "그립이 코로나19로 손님이 끊긴 오프라인 상점의 새로운 판로 확대에 기여했다는 점이 카카오가 추구하는 '기술을 통한 상생'이라는 측면에 부합했다"고 말했다.


카톡 채널+그립 시너지…카카오식 창업생태계 구축 '눈앞'

여기에 카카오톡 채널까지 더해지면 카카오는 네이버에 버금가는 온라인 창업생태계를 갖추게 된다. 채널과 그립을 연동해 카카오톡 안에서 방송을 보고 구매·결제·상담도 받을 수 있도록 할 전망이다. 앞서 이종원 카카오 CBO(최고비즈니스책임자)는 "입점수수료와 연동수수료가 제로인 채널 기반의 커머스 오픈플랫폼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쇼핑라이브 역시 내년 상반기에 방송횟수를 확대하고 브랜드뿐 아니라 중소상공인으로 파트너를 넓힐 예정이다. 카카오쇼핑라이브는 카카오톡 4번째 쇼핑 탭에 들어가면서 지난 3분기 누적시청자수가 전분기보다 43% 증가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부터 방송횟수와 파트너사가 늘면 거래액도 그만큼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커머스 관계자는 "이용자 경험이 쌓이면서 라이브커머스가 하나의 유통 플랫폼으로 인정받는 추세"라며 "파트너사의 이용편의성과 자유도를 높이고 라이브커머스로 이용자와 접점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사업을 설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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