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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년 후 결혼하기 위해 필요한 돈은?”… ‘마이데이터 시범 오픈’ 은행 앱 둘러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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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4시, 17개 금융기관에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간단히 말해서 ‘내 손 안의 금융 비서’다. 은행·카드·보험·증권사·통신사·페이 등 곳곳에 흩어진 내 개인 신용정보를 한꺼번에 연동해, 상품 추천이나 자산 관리 계획 등 일종의 맞춤형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은행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해당 은행에 들어 있는 자산만을 볼 수 있었다면, 이제는 타행이나 비은행을 포함한 모든 자산을 종합해 한눈에 보고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 2018년 최종구 금융위원장 재직 시절 처음 도입 계획이 발표됐던 마이데이터 산업은 오랜 진통 끝에 3년 만에 베일을 벗게 됐다.

3일 5대 시중은행과 주요 핀테크 업체가 각사 앱에 업데이트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체험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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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머니버스'의 자산 연결 모습. /박소정 기자




◇ 자산·소비 관리부터 결혼·여행 등 자금 목표 세우기도 가능

일단 모든 개인 자산을 연동하는 과정은 인증서만 준비돼 있다면 1~2분 안에 가능하다. 개인 정보 수집·이용에 관한 동의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5대 시중은행 앱들이 선보인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크게 ①자산 ②소비 ③목표 3가지 기능으로 나뉜다. 자산 연결이 완료되면 대출부터 주식, 네이버페이 같은 페이사의 포인트까지 전 금융권에 흩어져 있는 내 자산을 한눈에 확인 가능하다.

카드 결제 내역 등을 포함해 내 소비가 어디에 치중돼 있는지 카테고리화해서 보여주면서, 소비 관리 솔루션도 제공된다. “지난달보다 많이 쓰고 있어요” “이번달 가장 많이 늘어난 카테고리는 ‘교통비’” “3일 뒤 대출 이자 상환일이 예정돼 있어요” 등의 문구가 뜨는 식이다.

눈에 띄는 것은 ‘목표’ 기능이다. 결혼·주택구입 등 특정 목표를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얼마며, 이 과정에서 얼마나 모아야 하는지, 어떤 포트폴리오로 자금을 계획대로 불릴 수 있는지 등 금융 솔루션이 함께 제공된다.

우리은행 마이데이터 ‘미래의 나’를 통해 1년 뒤 결혼을 할 예정이라고 가정하고 목표 설정을 해 봤다. 결혼에 필요한 예산은 ▲알뜰한 결혼(최대 800만원) ▲실속있는 결혼(최대 2500만원) ▲적당한 결혼(최대 4500만원) ▲여유 있는 결혼(최대 7000만원) ▲화려한 결혼(최대 1억원) 중에 선택할 수 있게 돼 있다. 통계 자료와 뉴스 기사 데이터 등에 기반한 예상 비용이다. 예비 배우자와의 부담 비율을 설정해 결과를 예측해 보니, 내 소득과 지출을 고려해 1년 뒤 자금이 얼마나 부족한지 등의 추산 결과가 나왔다.

신한은행 ‘머니버스’의 버킷리스트도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1년 뒤 4박5일간 혼자 동유럽 여행을 갈 계획이라고 입력해 보니 여행 스타일로 ▲하고 싶은 거 다해(1일 25만원) ▲필요한 것만 즐길래(1일 15만원) ▲걷고 즐기고 아끼고(1일 10만원) ▲제가 정할게요 등을 선택할 수 있었다. ‘하고 싶은 거 다해’를 선택했더니 목표금액 230만원, 월 저축금액 19만1667원이 조회됐다. 적금 또는 채권형 펀드 상품 등 포트폴리오가 적합할 것이라는 문구가 떴고, 포트폴리오 가입도 곧바로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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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시범 오픈한 은행·핀테크 앱(애플리케이션)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왼쪽부터) 우리은행 마이데이터 '미래의 나', 신한은행 머니버스 '버킷리스트 만들기', 핀크의 '리얼리' 서비스의 모습.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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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마다 차별화 핀테크 앱은 연동 시간 90% 빨라져

자산·소비·목표 등 기본 옵션에 더해 각자 은행들의 특성이 가미되는 식이다.

신한은행 머니버스는 내 또래의 평균 데이터와 비교해 자산이나 지출이 상위 몇 퍼센트 수준인지 보여주고 있다. 국민은행 ‘KB마이데이터’의 ‘머니크루’ 서비스는 닉네임을 설정해 누구나 자산 포트폴리오를 공유할 수 있게 했는데, 이를 구독하면 재테크 고수의 자산 관리 방식을 참고해볼 수 있다. 우리은행도 비슷하게 ‘고수의 랭킹’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하나금융그룹의 ‘하나 합’은 외환 투자 컨설팅이 제공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농협은행은 공공·금융 마이데이터를 결합한 ‘맞춤 정부 혜택’ 서비스 선보여, 임신·출산비, 영유아 양육비 등 지원 대상인지 확인해준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은행 특성에 맞게 ‘중소기업 근로자 특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핀테크사는 뱅크샐러드와 핀크가 대표적이다. 다만 핀테크 앱의 경우 기존에 ‘스크래핑’ 방식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해 왔던 만큼, 눈에 띄게 큰 변화는 없다. 다만 기술적으로 스크래핑이 아닌 마이데이터 표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가 적용되면서 정보 연동 속도가 훨씬 단축됐다. 뱅크샐러드에 따르면 기존 방식에선 10개 금융사 기준 연동 시 평균 30분이 소요됐지만, 마이데이터 적용 시 2~3분 내면 완료된다.

핀크의 경우 주요 자산으로 가상자산(암호화폐)을 함께 등록 가능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또 SNS(소셜미디어) 형식의 ‘핀크리얼리’ 서비스도 도입됐다. 억대 자산가인 ‘금융 고수’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도 있고, 이들의 투자 현황도 구경할 수 있다. 타인의 월별 금융 활동 거래 내역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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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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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동 금융사 제각각… 시범 기간 중 오류 해결은 추가 과제

아직 시범 기간인 만큼 삐걱거리는 부분도 있었다. A은행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B은행의 경우 지방은행 등 일부 금융사들의 정보 불러오기가 되지 않았다. C은행은 카드 소비 내역이나 주식 투자 현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진 솔루션이 제공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행되는 내년 1월 1일 전까지 이런 오류들은 개선될 전망이다.

제공되는 정보도 종류별로 순차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는 소비자 이용 빈도가 높은 대형 금융사 정보와 대형 통신회사 정보가 먼저 제공되고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대부업체를 제외한 400여개의 금융사, 국세청 등으로 정보 제공처가 확대된다. 내년 중에는 국세청의 국세 납부내역, 행정안전부의 지방세 납세 증명·재산세 납부내역, 관세청의 관세 납세 증명·납부내역, 건보, 공무원·국민연금과 약 800개사의 영세 대부업체의 정보 반영도 가능해질 예정이다.

주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개인정보가 공유되는 것인 만큼, 오·남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대학생 김모(24)씨는 “편리하고 신기해 보여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동의했지만, 내 정보가 취합돼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 길이 없으니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개인정보는 익명·가명 처리되긴 하지만, 꼭 필요한 서비스만 동의하고 이용해야 할 필요도 있다. 서비스 가입 과정에서 제공되는 설명 자료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원한다면 자산 연결을 수시로 해제(철회)할 수도 있다.

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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