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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재택치료, 두차례 짧은 통화뿐…호전 여부 내가 판단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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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재택치료 고충

한겨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이틀 연속으로 5천명이 넘고, 위중증 환자가 700명대를 기록한 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코로나19 재택치료전담팀 직원들이 관내 재택치료 환자들에게 전달할 건강관리세트와 치료약 등을 엘리베이터에 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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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부부인 ㄱ(65)씨와 ㄴ(64)씨는 지난달 18일 고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피시아르(PCR) 검사를 받고 2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 당일 영등포보건소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보건소 담당자는 부부의 동선과 기저질환 유무를 물은 뒤 재택치료가 가능하다고 알려줬다. 부부는 당시 열이 내리고 인후통, 기침, 미각상실 등 증상이 심하지 않았고, 가족 모두 확진된 상황이라 재택치료를 희망했다.

21일 오전 재택치료 안내문과 함께 감기약,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 손소독제 등 ‘재택치료키트’가 집 앞에 도착했다. 자가격리앱을 깔아야 했지만 방법이 복잡했다. 아들에게 부탁해 깔아달라고 했다. ㄱ씨는 “스마트폰 이용이 어려운 고령층은 사실상 관리가 어려울 거 같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오전·오후 한번씩 두 차례 증상을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 1분이 채 되지 않는 통화였다. ㄴ씨는 “병원에서 전화가 왔을 때 “목이 좀 갑갑하다”고 했더니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경증이지만 인후통·기침 등의 증상이 있어 진료를 받고 싶었지만 불가능했고, 비슷한 감기 증상이 있던 딸이 병원에서 처방받아온 약을 먹었다”고 말했다. ㄱ씨 역시 “1분도 안되는 통화로 증상을 이야기하는데 이 정도면 몸이 괜찮은 건지 불안했다. 어느날은 인후염이 있다가 사라지고, 또 어떤날은 오한이 있다가 사라지는데 종합적으로 호전된 건지 스스로 판단해야 하니 걱정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최고점을 찍고 있다. 2일 신규 확진자는 5266명이었고 위중증 환자는 733명을 기록했다. 병상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재택치료 기본’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재택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불편함과 불안함을 호소한다.

확진자들은 재택치료가 감염 확산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ㄱ씨는 “재택치료를 하면 확진되지 않은 가족들도 같은 공간에 머무르는데 완벽한 격리가 어렵다. 알아서 조심하라는 건데 방역책임을 떠넘기는게 아니냐”고 말했다. ㄴ씨는 “격리 해제 때 피시아르 검사가 없었다. ‘증상이 있냐’는 보건소 직원의 전화가 다였는데 격리 해제를 위해 거짓말을 해도 알아낼 방법이 없어 보였다”고 덧붙였다. 재택치료키트가 제공됐지만, 실효성도 없었다. 부부는 산소포화도 안내문에 ‘산소포화도 94% 이하시 병원에 알림’ ‘호흡곤란이 없어도 저산소증이 있을 수 있으니 정확한 모니터링 중요’라고 적혀 있었지만, 병원이나 보건소 누구도 전화로 산소포화도를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입원치료가 아닌 재택치료를 기본으로 하는 정부 정책이 시행된 뒤에도 병상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 병상가동률은 전날 오전 5시 기준 79.1%로 전날보다 0.3%포인트 늘었다. 정부가 비상계획을 긴급 검토하는 조건인 75%는 지난달 28일 이미 넘어섰다.

특히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가동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 90.1%, 경기 85.5%, 인천 88.6%로 연일 85% 이상을 기록 중이고, 충북(96.9%), 충남(89.4%), 대전(100%) 등 수도권과 가까운 비수도권 중환자 병상도 임계치에 달아 주변으로 이동도 어려운 상황이다.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재택치료 카드를 꺼냈지만, 매일 5000명씩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재택치료자들 역시 제대로된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은영 서울대병원 간호사는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95개 단체가 이날 발표한 긴급호소문에서 “1인 가구나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사람, 의사소통이 어려운 사람은 위험에 처해도 전화조차 걸 수 없다”며 “재택치료는 자택 대기중 사망할 수 있음으로 해석된다. 말이 좋아 치료지 방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강화된 방역대책을 발표하라고 입을 모은다. 95개 단체는 긴급호소문에서 재택치료 방침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5차 유행이 예상됐지만 정부는 제대로된 준비 없이 일상회복을 추진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집에서 버티라고 한다”며 “이는 정부가 병상이 남지 않아 입원대기자가 많은 현실을 은폐하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현재 상황에서 재택치료 확대는 너무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꺾이지 않는 코로나19 확산 속에 강한 전염력을 가진 오미크론 변이까지 국내에 유입되면서 정부 역시 강화된 방역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의료분과의 회의 결과를 포함해 의견을 모은 다음 내일 중대본 브리핑을 통해 거리두기 강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백브리핑에서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내일 중대본이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 등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지은 장현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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