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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오만해서 진 2016년 총선 데자뷔"…'윤석열 위기' 3가지 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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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와 콜린 크룩스 주북영국대사를 접견하는 모습.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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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범죄심리학에선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고 부른다. 경영학에선 사소한 실수가 모이면 기업의 앞날이 흔들릴 수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작은 문제가 쌓이면 결국 큰 문제가 된다는 게 핵심 메시지다.

최근 윤석열 대선 후보를 내세운 국민의힘에선 이러한 ‘깨진 유리창’이 목격되고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총괄선거대책위원장 합류 난항, 이준석 대표의 선대위 업무 보이콧과 같은 큰 문제에 가려 있지만 쉽게 간과해선 안 되는 문제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대선을 불과 96일 남겨둔 상황에서 “윤 후보가 위기에 놓였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부글부글 끓는 국회의원



대표적인 게 눈에 띄게 나빠진 국회의원 여론이다. 지난달 5일 대선 후보 확정 뒤 상당수 의원들은 각자 대선에서 역할하기를 기대하는 심리가 컸다고 한다. 하지만 한 달여 시간이 흐르는 동안 경선 때 윤 후보를 도왔던 의원들 외에 이렇다 할 역할 배분이 없자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대구·경북의 한 의원은 “열심히 뛰려고 준비하던 의원들이 ‘어’ 하면서 지켜보며 팔짱만 끼고 있는 상태”라며 “김종인 전 위원장 인선 문제에 이준석 대표 문제까지 겹치면서 의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돌발 행동을 하며 자기 정치를 하는 이준석 대표도 문제지만 그걸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윤 후보 측근 의원들도 문제”라며 “의원들이 다들 ‘미칠 것 같다’고 말한다. 양쪽 다 두드려 패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당내에선 “경선이 끝난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당밖으로 외연확장은 차치하고 당내 외연확장도 안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래 윤 후보를 직·간접적으로 도왔던 인사 말고 경쟁자를 돕던 인사가 선대위 주요 자리에 배치받은 경우가 있느냐”고 말했다.



오지 않는 인재



선거 때면 으레 잦아야 할 외부 인재 영입 소식이 뜸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2일 ‘쌀집 아저씨’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느낌표’, ‘나는 가수다’ 등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했던 김영희 전 MBC 콘텐츠총괄부사장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홍보소통본부장을 맡은 김 전 부사장은 이날 영입 행사에서 “국민의힘 쪽에서 사실 그 전부터 (영입) 제안이 있었다”며 그동안 국민의힘 영입설이 나왔던 걸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다. 전날 이재명 후보 캠프에 영입된 미국 하버드대 출신이자 MZ세대 데이터 전문가인 김윤이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는 영입 발표 하루 전까지도 윤 후보 캠프 문을 두드렸다는 게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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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 홍보소통본부장으로 영입된 김영희(오른쪽) 전 MBC 부사장이 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영입 인사 및 선대위 본부장단 임명 발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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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연일 인재 영입을 하는 데 대해 “이재명 후보의 좋지 않은 이미지를 세탁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마구잡이로 내세우는 것 같다”고 혹평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김영희 전 부사장과 김윤이 대표는 윤 후보를 도울 수도 있었지만 막판에 결국 이 후보를 돕는 선택을 했다. 윤 후보로선 인재들을 경쟁자에게 뺏기게 된 결과다. 윤 후보 주변에선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인사나 과거 진보 진영에 있었지만 이 후보에게는 부정적인 인사를 중심으로 영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특별한 뉴스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상대 악재를 덮는 실책



상대편의 악재를 덮어주는 전략적 실책도 나타났다. 2006년 이별을 통보한 전 여자친구와 그의 모친을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조카를 이재명 후보가 변호한 데 대해 최근 피해자 가족의 문제 제기가 있자 이 후보는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게 도마에 오르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이듬해 또 다른 교제 살인 사건을 변호한 걸 거론하며 “살인마의 변호사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려 한다”(김정재 의원)고 강하게 비판하며 후보직 사퇴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이준석 대표가 외부와 연락을 차단한 채 갑작스레 잠적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하자 여론의 관심은 급속도로 국민의힘 내분 사태로 향했다. 그러는 사이 이재명 후보는 영입 인사 소식을 잇따라 발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후보에게 불리한 흐름이었는데 국민의힘이 스스로 기류를 돌려 놨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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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행 중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 4·3평화공원 참배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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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홍이 거듭되고 위기 징후가 포착되자 당 안팎의 쓴소리도 커지고 있다.

과거 대형 선거 때마다 캠프에서 활약했던 야권 인사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은 절박하게 뛰었지만 2016년 총선은 오만하게 하다가 졌다”며 “대장동 사건이 터진 민주당은 대선을 절박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 같은데, 지금 국민의힘은 2016년 총선 때의 데자뷔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 윤 후보 캠프에 있던 한 인사는 “정치 초보인 후보와 정치 투쟁만 하는 대표가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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