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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400조원 ‘글로벌 게이트웨이’로 中 ‘일대일로’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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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집중 투자지역에 맞불 전략

개도국 산업·기후변화 대응 지원

유럽 산업 공급망 연계하도록 투자

민주주의·인권 가치 실현에도 초점

“中처럼 부채 함정으로 몰지 않겠다”

유럽연합(EU)이 오는 2027년까지 6년간 전 세계 사회기반시설(인프라)과 디지털, 기후 사업 등에 최대 3000억유로(약 400조원)를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 전략을 지난 1일(현지 시각) 공식 발표했다. 지난 9월 이런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힌 후 3개월 만에 전체 투자액 등 구체적 추진 계획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4년부터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유럽의 앞마당’인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에 맞서 유럽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게 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도 이와 비슷한 전략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어, 향후 몇 년 동안 전 세계 저개발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서방과 중국 간 ‘투자 전쟁’이 불꽃을 튀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EU집행위원회가 이날 밝힌 전략은 EU와 세계 각국 사이에 연결된 산업 공급망을 강화하고, 글로벌 무역을 촉진하며, 빈곤·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저개발국의 에너지, 교통, 디지털, 보건, 교육 인프라 강화 등에 투자하고, 연구·개발 역량 육성도 지원한다. 유타 우르필라이넨 EU 국제협력담당 집행위원은 “유럽과 전 세계 사이에 일방적 의존이 아닌, 지속 가능하고 강력한 연결 고리를 구축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 글로벌 게이트웨이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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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은 유럽투자은행 등 EU 산하 기구, 회원국 정부와 국책개발은행, 민간 금융기관 등에서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절반에 가까운 1350억유로는 민간 투자로 진행하되, EU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유럽 펀드(EFSD)’가 보증을 서기로 했다. EFDS는 EU가 지난 2016년 중동·아프리카의 난민 발생을 막으려면 저개발 국가의 경제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며 조성한 51억달러(약 6조원) 규모의 기금이다.

글로벌 게이트웨이 계획은 경제성장이 아닌, 민주주의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 실현을 위한 투자를 표방했다. “윤리적 접근을 통해 세계 각국의 경제 개발과 세계 시장 참여를 돕겠다”면서 “민주적 가치가 (세계인에게) 어떻게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혜택을 제공하는지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은 “이 계획이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대응하는 것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대일로는 중국 주도로 중앙아시아와 동남아, 아프리카 국가의 철도·항만·고속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에 차관 형태로 투자하는 프로젝트다. 이 과정에서 중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대출 조건을 내걸고, 사업 수주 역시 중국 기업에 몰아주는 등 불평등한 계약이 이뤄져 참가국 상당수가 중국의 ‘부채 함정’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이 일대일로를 저개발 국가의 중국 경제 종속을 통한 자국의 글로벌 패권 추구에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세계 각국은 (중국의 제안보다) 더 낫고 다른 제안, 즉 ‘진정한 대안’이 필요하다”면서 “(글로벌 게이트웨이) 투자를 받는 나라들이 부채로 인한 곤경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EU는 공정하고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게이트웨이는 일대일로의 영향을 받고 있는 EU 역내 국가부터 우선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니아와 알바니아, 터키를 잇는 유럽 횡단 교통망(TEN-T) 구축,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항만 개발 사업 등이다. 이들 국가는 중국으로부터 지속적인 투자 제의를 받았고, 이탈리아는 이미 일대일로 참여를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한편, 미국도 일대일로에 맞선 투자 계획을 추진 중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영국에서 열린 G7(주요 7국) 정상회담에서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 계획을 공개했다. 미국이 다른 G7 국가와 함께 저개발국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디지털, 보건, 성 평등 등 50여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은 이미 세네갈과 가나 등 아프리카 국가에 투자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주간지 포쿠스는 “미국과 유럽이 연대해 중국의 경제 블록 형성에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게이트웨이

EU가 주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해 2027년까지 3000억유로를 투자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EU가 세계 각국과의 산업 공급망을 넓히고 교역을 늘리려는 목적도 담겨있다. 중국의 ‘일대일로’전략을 견제하기 위해 고안됐다는 평가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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