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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화의 생활건축] 트윈세대의 뛰노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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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도서관은 정적인 공간이다. 특히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도서관에서 침묵은 에티켓이다. 그런데 수원시 장안구 슬기샘어린이도서관의 3층은 다르다.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게임을 하고 누워 책도 읽는다. 이를 말리는 사람은 없고 되려 “얘들아 남 눈치 살피지 말고 마음껏 놀아!”라고 권한다. 2005년 문 연 도서관의 꼭대기 층(643㎡)을 최근 트윈(tween) 세대 전용 공간인 ‘트윈웨이브’로 리모델링한 결과다. 트윈세대는 12세부터 16세까지, 이를테면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 ‘낀’ 세대를 일컫는다.

어린이 도서관의 1개 층이 특정 세대의 전용 공간으로 바뀐 것은 획기적인 사건이다. 공공시설 대다수가 연령제한 없는, 다중이용시설을 목표로 하기에 더 그렇다. 대체 왜 이런 공간을 만들게 됐을까.

어린이 도서관에서 트윈세대는 실종된 아이들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생까지는 부모의 손을 잡고 도서관에 오다가, 독립적으로 다니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아이들의 발길은 자연스레 끊겼다. 그렇다고 딱히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돈을 내야 입장할 수 있는 공간을 제외하고 이들을 위한 공공공간은 특히 없다. 놀이터에 가자니 좀 더 어린아이들과 섞이기가 그렇고, 도서관에 가자니 입시 공부를 하는 고등학생들의 눈치가 보이는 연령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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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을 받은 수원시 슬기샘어린 이도서관의 ‘트윈웨이브’. [사진 신경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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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세대 공간 프로젝트를 위해 벤처기부펀드 씨프로그램, 도서문화재단 씨앗이 의기투합했다. 도서관 한 층을 아예 트윈세대 전용공간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 합작품인 ‘트윈웨이브’는 트윈세대만 출입카드를 받을 수 있다. 공간을 기획한 씨프로그램의 신혜미 디렉터는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그리고 어른이 되기 위한 전환기에 놓인 트윈세대에게 책이라는 콘텐트가 자극과 영감을 주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간 개조를 맡은 고기웅 건축가(건축사사무소 53427)는 동선이 막힘없이 흐르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공간을 실로 쪼개지 않고 탁 트이게 개조하되, 때로는 혼자만의 공간을 원하는 트윈세대를 위해 오밀조밀한 공간을 곳곳에 설치했다. 기존 도서관의 딱딱한 책걸상은 없다. 다락방, 천장 해먹,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재료바, 벽 속 벙커 공간…. 취향껏 골라 마음껏 놀 수 있게 만들었다. 고 소장은 “전 연령대를 고려했다면 계단이나 천장 해먹 등을 지금처럼 디자인하기 어려웠을 텐데 트윈세대 맞춤용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디자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도서관을 경험한 트윈세대가 어른이 됐을 때 도서관은 어떤 공간으로 기억될까. 책은 트윈세대에게 어떤 콘텐트가 될까. 트윈웨이브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을 받았다. 섬세한 공간 복지의 멋진 결실이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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