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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정부 광고 '내 맘대로' 기준으로 언론 통제하려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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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회적 책임을 더 많이 지는 언론사에 더 많은 광고를 주겠다고 했다. 신문 열독률이나 방송 시청률뿐만 아니라 언론사의 사회적 책임에 점수를 매겨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언론사에 정부·공공기관·공기업 광고를 주겠다는 새 광고 기준을 1일 내놓았다. 그러나 사회적 책임은 평가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고무줄 잣대가 될 수 있다. 자칫 정부 비판 언론은 낮은 점수를 받아 1조원이 넘는 정부 광고에서 소외될까 걱정이다.

정부의 새 광고 기준에는 검열 우려까지 나온다. 사회적 책임 점수를 더 받으려면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사단법인인 광고자율심의기구와 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각각 광고와 기사 심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언론사 자율에 맡긴다고 하지만 허울이다. 심의를 안 받으면 점수가 깎이니 사실상 강제다. 심의에서 주의나 경고를 받아도 역시 점수가 깎인다. 언론사가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이들 단체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기사를 쓰고,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자칫 언론 자유 침해가 될 수 있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광고자율심의기구의 방송광고 사전 심의에 대해 검열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비록 사후 심의라고 해도 광고를 무기로 언론사 기사·광고에 부당한 개입을 한다면 역시 검열로 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시정 권고 건수도 사회적 책임 점수에 반영하겠다고 했는데, 자칫 권력 비판 기사를 많이 쓰는 언론사가 피해를 볼까 걱정이다. 정책 홍보성 기사를 내는 언론사보다 중재위의 시정 권고를 받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광고 효과만 생각하면 열독률이 높은 매체에 광고를 하는 게 옳다. 그러나 정부는 열독률은 아예 무시하고 사회적 책임 점수만을 기준으로 광고를 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평가 항목마다 얼마의 점수를 주느냐는 건 정부 마음이라고 한다. 이런 식이면 언론사는 사회적 책임 점수를 받기 위해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광고로 언론을 줄세워 통제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 광고 운영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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