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종전선언 안하면 위험한 일 생긴다"는 외교원장, 국민 겁박하나 [사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이 최근 미국에서 "종전선언이 안되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내년 4~10월은 굉장히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홍 원장의 발언은 미국 조야와 우리 국민을 향해 북한이 도발할 수 있으니 종전선언을 하라고 대놓고 겁박한 것이나 다름없다. 현 정부가 임기 말에 법적 효력도 없는 종전선언에 매달리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외교 성과로 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국민 불안까지 조성해가며 조급증을 표출해서야 되겠는가.

홍 원장의 궤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는 종전선언의 선결 조건으로 내년 봄 한미연합훈련의 중지 또는 한미연합훈련 중 북한을 겨냥한 반격 훈련의 생략을 주장하면서 대북 제재 완화도 촉구했다. 북한이 정부의 종전선언 제안을 거부하면서 제시한 선결 조건과 일치한다. 한국 외교관을 양성하고 외교 전략을 총괄하는 외교원장이 북한 외무성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포럼에 참석한 미국 싱크탱크 연구자들이 홍 원장의 발언에 강하게 반박했을 정도라고 한다. 홍 원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게 한반도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며 군사적 도발을 묵인하자고 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으로 규정해온 국제사회 및 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서울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작전 계획을 최신화하기로 합의했는데 한국의 외교원장은 워싱턴에서 딴소리를 하니 한심한 노릇이다.

정부는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종전선언을 하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도 2일 양제츠 중국 정치국 위원을 만나 이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종전선언을 놓고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북한이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빌미가 돼 한미동맹과 국가안보를 흔드는 도박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임기를 5개월가량 남긴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여서는 안된다고 보는 이유다. 정부는 종전선언에 앞서 북한의 비핵화와 도발 방지에 주력해야 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