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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 블라인드서 “사명감 갖고 일해도 돌아오는 건 억대 소송” 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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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소속 추정 누리꾼 ‘사명감 가진 경찰이 점점 사라지는 이유’ 제목 글 작성 후 삭제

“사명감 없이 기계처럼 일할 수밖에…각자도생하는 곳” 지적도

세계일보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아래층 이웃과 갈등을 겪다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40대 남성이 지난달 24일 오전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인천=뉴시스·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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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시비에 따른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을 둘러싸고 경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여전한 가운데 경찰청 소속 직원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딱 3년 정도 일하면 사명감은 사라지고 다 똑같아진다”고 털어놔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지난달 2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사명감 가진 경찰이 점점 사라지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블라인드는 자신이 속한 회사 이메일로 본인 인증을 거쳐야 활동할 수 있는데, 이 글의 작성자인 A씨의 근무지는 ‘경찰청’으로 표기됐다.

그는 먼저 “이 뭐 같은 조직은 중앙경찰학교에서 사명감 갖고 돌아와도 딱 3년 정도 일하면 사라지고 다 똑같아진다”며 “내부 게시판에 하나하나 올라오는 판례를 보면 적극적으로 사명감을 지니고 일했던 직원이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A씨는 실제 판례를 나열했다. 가게에서 난동 부리던 취객을 제압했는데, 이 가해자가 다친 데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 등이었다. 이처럼 현장의 경찰이 전혀 보호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분노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으로 경찰이 사명감을 갖고 일하기 힘들다는 얘기인 셈이다.

A씨는 또 “가정폭력 현장 신고에 적극적으로 집 안에 들어가 내부 확인하려던 직원이 뺨 맞아서 공무집행 방해죄로 체포했는데, 법원에서 무죄가 나왔다”며 “이유는 부당한 주거침입이었다”고도 했다.

이어 “그럼 그냥 확인하지 않고 나왔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교통 단속 중 신분증 뺏으려 달려들어 제압하는 과정에서 (상대가) 다쳤는데 경찰이 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있었고, 무면허 오토바이 운전자를 쫓다가 사고가 나자 ‘무리한 추격’이라며 징계한 사례도 들었다.

A씨는 “(경찰 내부에서) 다음부터 오토바이는 무리하게 추격하다 사고 내지 말고 그냥 두라고 했다”며 “적극적으로 일하다 소송당하면 하나도 보호해 주지 않는 조직”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나아가 “나만 해도 불과 며칠 전 ‘술 마셨는데 집에 데려다주지 않았다’는 민원이 들어왔는데, 이에 ‘답장하라’는 조직을 보고 또 한 번 어이가 없었다”며 “이 조직은 정말 각자도생하는 곳”이라고 개탄했다.

마지막으로 “기계처럼 일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2일 오후 현재 삭제된 상태다.

A씨의 주장에 일부 누리꾼은 “틀린 말 하나 없다”, “윗선부터 고쳐야 한다”, “판사가 현장을 모른다”, “범죄자 총 쏴서 검거하니 형사 책임은 없지만 민사 책임은 있다고 치료비 물어주라는 판결도 있고, 노래방에서 술 팔고 도우미 있다는 신고를 받고 확인하려 출입한 것도 불법이라고 판결하니 경찰이 뭘 할 수 있겠느냐” 등 동의를 표했다.

경찰청 소속이라는 다른 누리꾼도 “적극적으로 일하면 면책해 주겠다 하지만 현실은 모르쇠”라고 동조했다.

이에 반해 “권한을 준다고 사명감이 살아날까 의문이다”, “자업자득이다”, “바뀌어야 하는 문제인 건 맞지만 범인 두고 도망간 건 옹호할 수 없다”, “정당한 제압이었는지 아니면 제압 후 다른 폭행이 있었는지 전후 사정을 봐야 판결이 과도한가 논할 수 있을 것 같다” 등 부정적인 반응도 뒤따랐다.

김수연 인턴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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