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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폭력에 ‘그럴 수도’…극우로 가는 미 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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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민주당 무슬림 의원에 “지하드” 조롱…시위대 살해엔 “정의”
온건파에 재갈 물리며 사회적 폭력 묵인·조장 분위기 팽배



경향신문

임신중지권 두고도… 임신 15주 이후 임신중지를 법으로 금지한 미국 미시시피주에서 1일(현지시간) 열린 임신중지권 보장 요구 시위에 난입한 보수주의자들이 ‘임신중지는 살인’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고함을 치고 있다. 이날 연방대법원에서 열린 미시시피주의 임신중지 금지법에 대한 구두변론에서 3분의 2를 차지하는 보수 성향 대법관들이 임신중지권 제한을 시사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최종 판결은 내년 6월 내려진다. 잭슨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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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총을 써도 되나? (민주당이) 얼마나 더 많은 선거를 훔치게 놔둔 다음에야 이 사람들을 죽일 것인가?”

지난달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열린 극우단체 시위에서 한 남성은 이렇게 외쳤다. 관중들은 환호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문제는 공화당 주의원까지도 이 문제의 발언에 “충분히 할 만한 질문”이라며 호응했다는 것이다.

미국 공화당과 극우파들의 경계가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잇따라 지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위협이 공화당의 주류가 되고 있다’는 분석 기사를 통해 극우파의 위협에 공화당 내 온건파들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폭력적언행을 일삼는다고 비판했다.

앤서니 곤잘레즈 공화당 하원의원은 최근 3선 도전을 포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암적인 존재”라 비판하면서 올해 초 탄핵 표결에 찬성을 던진 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은 게 결정적 이유였다. NBC 보도에 따르면 살해 협박을 받고서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 투표를 포기했다고 털어놓은 공화당 의원들은 여러 명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협박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미 의회경비대(USCP)에 따르면 2017년 3900건이던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협박은 2020년 8600건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폭력적 언행으로 극우 지지층을 선동하는 공화당 의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로런 보버트 공화당 하원의원은 추수감사절 연휴에 열린 한 행사에서 무슬림 여성인 일한 오마르 민주당 하원의원을 공개적으로 조롱했다. 그가 “국회의사당 엘리베이터에서 오마르 의원을 보고 ‘여기 지하드 대원이 있네. 백팩은 안 메고 있는 걸 보니 자살폭탄범일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라고 말했다”고 하자 관중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앞서 폴 고사 공화당 하원의원도 지난달 초 자신이 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위협하고 민주당의 대표적 진보파 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를 살해하는 내용이 담긴 애니메이션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논란이 됐다. 고사 의원의 폭력적 영상에 대한 대응은 정치적 폭력에 무감각해진 공화당의 현실을 보여준다. 민주당이 추진한 고사 의원 징계 결의안에 동의한 공화당 의원은 세 명에 불과했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인 케빈 매카시 의원은 한술 더 떠 “민주당의 조치는 힘의 오남용”이라며 “공화당이 집권당이 될 때 고사 의원에게 더 좋은 의원직으로 보상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폭력을 묵인하고 부추기는 분위기도 팽배해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위스콘신 커노샤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 2명을 총으로 쏴 죽인 카일 리튼하우스는 최근 무죄를 선고받으며 극우파의 전도자로 떠올랐다. 이에 맷 게이츠, 폴 고사, 매디슨 코손 공화당 하원의원은 모두 리튼하우스에게 “인턴십을 제안하고 싶다”며 본인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내고, 백인 우월주의자의 폭력을 옹호하고, 대선 결과를 부정하며 폭도들의 의사당 난입을 지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태를 공화당 의원들이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공화당 내에서 폭력을 묵인하거나 보상하는 모습이 더 많은 폭력을 부추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릴리아나 메이슨 존스홉킨대 정치학자는 NBC 인터뷰에서 “고사 의원은 장난으로 올린 영상이라 했지만 공화당원들은 이를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대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폭력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유권자들에게 반폭력 규범은 따라야 할 중요한 규범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폭력과 위협은 미국 공화당의 특징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달 1일 비영리 단체인 공공종교연구소(PRRI)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 중 30%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미국을 구제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지난 대선이 ‘사기 대선’이었다고 답한 이들 중에선 10명 중 4명이 폭력을 용인할 수 있다고 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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