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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취재파일] 흔들리는 윤석열 호, '예견됐다'는 평가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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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김종인 없이 이길 수 있을까?", "윤석열은 이준석 없이 이길 수 있을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몇 달 전부터 2개의 질문에 직면했다. 이른바 '김종인 변수'는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개인적 성향 때문에 제기됐다. 국민의힘 경선 기간 동안 두 사람은 자주 소통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두 사람을 모두 아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고집이 세고, 그립감(장악력)이 강한 두 사람이 대선에서 공존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지난달 5일, 윤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날 저녁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났다. 그리고 윤 후보 측은 후보 측이 김 전 비대위원장을 선대위 '원톱'인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모시겠다고 밝혔다. 일각의 우려 섞인 전망은 한낱 우려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며칠 만에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건으로 사실상 선대위 운영의 전권을 요구한 김 전 비대위원장이었지만, 윤 후보는 '전권'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결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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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위는 협의체"…'김종인 원톱'은 애초 없었나



지난달 27일, 윤석열 후보는 청년 작가들의 미술 작품 전시회를 관람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대위는 협의체 방식으로 해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톱이니 투톱이니 하는 말 자체가 민주적인 선거운동 방식과는 좀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비대위원장을 외견상 '원톱'으로 보이는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모시겠다는 윤 후보의 생각에 '원톱'으로서의 권한 부여는 애초에 없었던 셈이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이후 약 한 달. 컨벤션 효과였다지만,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두 자릿수로 앞섰던 여론조사 지지율은 현재 백중세로 바뀌었다. 대선 후보로서의 비전이나 정책 제시보다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여부에만 관심이 쏠린 결과다. 약 한 달간의 시간을 허비한 셈인데, 김 전 비대위원장을 선대위에 합류시키겠다던 목적도 이루지 못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선대위 구성을 두고 이렇게 이목이 집중된 경우는 없었다"며, "후보의 정치력 부재가 낳은 결과"라고 평가한다.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순조로워 보였던 김 전 비대위원장의 합류가 무산 수순에 접어들면서 윤 후보에게는 다시 몇 달 전의 질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은 김종인 없이 이길 수 있을까?" 이 질문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여러 차례 선거 경험과 강점에 기반한다. 바꿔 말해 윤 후보의 경험 부족과 약점을 보완해줄 사람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외에는 마땅히 찾기 힘들다는 현실론에 이 질문은 터 잡고 있다.

윤석열의 '압도적 정권 교체'를 위해 김종인은 필요한가



윤 후보는 경선기간 동안, 국민의힘이라는 당의 정치적 지향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것으로 비춰졌다. 홍준표 의원에게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밀리다 보니, 국민의힘 당심을 잡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겠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우리공화당 후보 같다"는 촌평이 나오기도 했다. '김종인 변수'는 이 지점에서 제기됐다. '압도적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중도 확장이 필수적인데, 이 역할을 할 사람이 김 전 비대위원장 외에는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김 전 비대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는 김 전 비대위원장의 강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진영의 약점을 잘 파악해 중도 확장 전략을 잘 짠다.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표적이었는데, 정권 교체 혹은 정권 재창출을 원하지만 특정 정당에게 표를 주지 못 하겠다는 사람들을 포섭할 전략 개발에 탁월하다."

하지만, 윤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 비해 두 자릿수의 지지율 격차를 보이던 경선 직후, 윤 후보 측에선 "김종인 없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걸로 알려진다. "원톱은 후보뿐이고, 전권을 거론하는 사람이 나오면 윤 후보의 권위와 스타일이 무너진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윤 후보와 김 전 비대위위원장의 밀당이 절정으로 치닫던 시점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까지 감안한다면 안 후보와 사이가 좋지 않은 김 전 비대위원장이 없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김종인은 정권 교체를 위한 충분조건일까, 필요조건일까.



그러나 지지율이 출렁이면서 윤 후보 측이 아닌 국민의힘 내부에선 전혀 다른 전망이 나온다. "윤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지지율이 역전돼 격차가 벌어지면, 윤 후보가 김 전 비대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고 결국에는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모셔올 것"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문재인 등 과거의 역사가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런 전망을 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윤 후보와 김 전 비대위원장의 불협화음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정치 경험이 없는 윤 후보가 초반에는 김 전 비대위원장을 정치 멘토로서 의지했는데, 정치 행보를 하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지지율이 나오다 보니 상왕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김 전 비대위원장이 없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것 아니겠나."

결국 윤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이 현재의 불협화음을 만들었고, 또 그것이 두 사람의 미래 관계를 좌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모든 건 지지율이 달렸다는 '지지율 결정론'인 셈인데, 어제(1일)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처음으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오차의 범위 내라고는 하지만 최근 한 달 새 처음 있는 일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정권 교체를 위한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은 아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의 이야기다. 대선 승리를 위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선대위를 맡는 것이 좋지만, 김 전 위원장이 없다고 대선 승리를 못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런 의견은 국민의힘 의원 중 선수(選手)가 높아질수록 강하다.

"기한을 정하지 않고 답변을 기다리겠다"는 윤석열 후보 측



김 전 비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가 지체되면서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한 건 주지의 사실이다. 줄다리기가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을 느꼈을 수도 있고, 김 전 비대위원장의 실제 능력과 별개로 김종인 없는 윤석열 호는 불안하다고 비친 결과일 수 있다. 다만, 분명한 건 윤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인다면, 김 전 비대위원장을 정권 교체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보는 시각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김 전 비대위원장의 몸값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인데, 그만큼 윤석열 후보의 '김종인 모시기'는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런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선대위 합류를 주저하는 이유는 정확히 뭘까. 많은 해석들은 '전권' 부여 여부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윤 후보의 측근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선대위 핵심을 맡고 있는 게 김 전 비대위원장이 선대위 참여에 선을 긋고 있는 이유라는 분석들도 '전권'이 키워드다. 하지만, 김 전 비대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들의 분석은 괘를 약간 달리한다. 종국적으로 사람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선거 전략에서 김 전 비대위원장과 윤석열 후보는 이견이 있다는 것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효율성을 극도로 추가하는 사람이다. 조직을 슬림화해서 메시지가 신속히 전달될 수 있기를 바라는데, 윤석열 후보는 통합에 방점을 찍고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측근 인사 A)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후보가 경선에서 홍준표 후보에게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 졌던 부분을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자신의 경선 캠프가 이긴 캠프라는 취지로 이야기하며, 경선 때의 전략 그대로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 인선이 이를 증명한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측근 인사 B)


윤석열 후보 측은 기한을 정해두지 않고 김 전 위원장의 답변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할 만큼 다 했고, 이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전 비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여부는 김 전 비대위원장 결정에 달렸다는 것이다. 반면, 김 전 비대위원장 측 인사는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여부는 윤석열 후보 결정에 달렸다"고 말한다. 선거 전략 변경에 따른 인적 쇄신 (외견상으로는 인적 쇄신 통한 선거 전략 변경)이 없다면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는 어렵다는 취지다. 이런 전략의 차이 역시 김 전 비대위원장을 선대위에 합류시키려 할 때, 김 전 비대위원장의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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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변수', 그리고 예견된 표출



'김종인 변수'가 상대적으로 최근 돌발적으로 표출된 것이라면, '이준석 변수'는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기습 입당, 경선 룰 갈등, 자원봉사 참석 여부를 둘러싼 갈등 등이 불거지며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와 윤석열 후보 간의 갈등설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두 사람 측에선 서로가 상대방을 겨냥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성토가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이럴 때마다 '2030 지지세가 강한 이준석 대표 없이 윤석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겠냐'는 질문이 제기됐지만, 윤 후보 측은 크게 개의치 않는 듯했다.

윤석열 후보는 갈등설 자체를 일축했다. 윤 후보는 지난달 6일, 이준석 대표와 만난 후 '갈등설'에 대한 질문에 에 "당 차원에서 선거를 저와 이준석 대표가 같이 해나갈 것이고, 저희가 해 나가는 걸 보면 오해는 다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의 전력이 있는 만큼, 윤 후보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정치권 사람들은 없었다. 다만, 갈등은 '윤석열과 이준석의 갈등'이 아닌, '윤석열 측과 이준석 (측)'의 갈등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서로 자주 연락하고 비공개로 수차례 만나는 등 소통이 잘 되고 있는데, 두 사람이 협의한 사항 등이 이행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이 대표가 지금껏 '하이에나' 등의 용어를 차용해 비판해온 대상이 윤석열 후보 본인이 아닌 윤 후보 측근이었다는 점도 이런 해석과 궤를 같이 한다.

'윤핵관(윤석열 후보 핵심 관계자)'과 '너무 위험한 카드'



윤 후보 측과 이 대표 (측)의 갈등이 새삼스럽지 않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잠행과 관련해 관심이 가는 건 왜 지금이냐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벌어진 일이 윤석열 후보의 충청 방문 일정 관련 논란,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공동선대위원장 임명, '윤석열 후보 핵심 관계자' 이른바 '윤핵관' 인용 보도 등이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 해석이다.

이 대표가 모든 일정을 돌연 취소한 지난 화요일, 이 대표와 접촉했던 국민의힘 인사는 이른바 '윤핵관' 보도가 결정적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정 매체는 '윤핵관'을 인용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를 겨냥한 원색적 보도를 해왔다. 이 국민의힘 인사의 분석이 맞다면, 이 대표와 윤 후보를 둘러싼 측근 간의 갈등이 잠행의 도화선이었던 셈이다.

이 후보 역시 이런 해석을 사실상 인정했다. 3일째 잠행하던 이 대표는 오늘(2일) 제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배석한 자리에서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먹으려고 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인사에 대해서는 인사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 후보 측근으로 불리는 사람의 발언이 잠행의 결정적 계기였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왜 '윤 후보 측근'이라는 사람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이 대표 측 인사는 "이 대표가 윤 후보 측근들을 비판해왔던 건, 그들이 후보를 잘못된 선거 전략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대표는 소위 세대포위론을 이번 대선의 전략으로 강조해왔는데, 윤 후보의 측근들이 '임명장 수백만 장'으로 대표되는 예전의 선거운동 방식으로 대선을 끌고 가려는 데 비판적이라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와 윤 후보 측의 선거 전략 차이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미 드러났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김종인 영입론자'인 이 대표 입장에선 윤 후보 측근들이 김종인 영입을 막고 있다는 불신도 갈등을 증폭시키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선택은 '너무 위험한 카드'라며 이 후보의 잠행에 비판적 의견이 국민의힘 내에 상당하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나친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대선 후보 본인인 만큼, 윤석열 후보가 직접 나서 상황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윤 후보는 당장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당내 일각에서 지금의 상황이 2008년 공천 갈등과 관련해 당시 강재섭 당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이던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던 것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엔 사무총장이 당 대표를 찾아가 사과하면서 상황이 마무리됐는데, 당시 정치권에선 상황을 마무리한 사과가 오히려 실세 사무총장의 힘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박원경 기자(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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