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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지옥’, 공포와 마주쳤을 때 인간의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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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이 밝힌 작품 세계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요즘 넷플릭스 TV쇼 부문은 한국이 초강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이어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지옥’이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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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 11월 19일 공개된 ‘지옥’이 공개 하루 만인 20일 세계 TV쇼 부문 1위에 올랐다. 그 다음날인 21일 ‘아케인’에 밀려나 2위에 올랐지만, 22일 1위를 탈환한 뒤 계속 그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6부작으로 구성된 호러물 ‘지옥’은 예고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부산행’ ‘서울역’ ‘염력’ ‘반도’ ‘방법: 재차의’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만화 작가가 함께 만든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디스토피아 사회를 그리고 있다. 일련의 작품들이 일관성이 있는데.

▶어렸을 때 TV와 만화를 좋아했다. 대학에서는 미술을 전공했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을 어떻게 그려내는지가 중요한 작업이다. 나는 내가 경험한 창을 어떻게 작품으로 구현하느냐를 주로 생각한다. 그래서 작품들이 일관성이 있는 것 같다. ‘지옥’에서 종교의 문제를 제기한 것은 종교와 인간의 관계가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옥’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또 이 작품의 함의는?

▶최규석 작가와 친한데, 1년에 한 번 정도 볼 것 같았다. 그래서 작업을 같이 하면 자주 만날 것이라 생각했다. 워낙 친해 역할 분담도 따로 하지 않았다. ‘지옥’은 실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초자연적 공포의 미스터리를 푸는 게 아니라, 이 공포를 맞닥뜨린 인간들의 반응 등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다수의 정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이 가능한 게 정의로운 것인가 하는 질문들을 던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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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목이 ‘지옥’인가? 또 지옥은 나쁜 사람만 데려가는 게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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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라는 단어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장소다. 그럼에도 지옥이란 단어는 있다. 존재하는지 모르는 데도 실체화된 느낌이 있다. 옛날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실체가 없는 것에 지옥이라는 단어를 붙이게 됐는지를 생각해봤다.

지옥이 과연 용암이 들끓는 화산이 있는 공간일까? 이런 공간이 아닐 것 같은 생각은 한다. 이건 후속 시즌에서 다룰 수 있을 듯 하다. 경험해보지 못한 곳에 무조건 나쁜 짓만 했다고 들어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디스토피아적인 비주얼과 키치한 느낌도 있다. 특히 지옥사자나 화살촉, 새진리회 의장 등은 일부로 그런 느낌을 주고자 했나

▶나는 서브 컬쳐의 마니아다. 일본 비디오 영화 마니아다. ‘지옥’도 웰메이드를 지향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서브컬쳐 느낌이 잘 드러나기를 바랬다. 90년대 프랑스, 일본 영화들의 키치한 느낌을 매우 좋아한다.

-지옥 사자, 천사의 묘사가 매우 궁금한데, 제작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

▶지옥사자지만 인간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고 시각적 실체화를 해봤다. 천사는 거대한 얼굴로만 돼있는 종교가 있었는데, 거기서 모티브를 얻어 발전시켰다.

-그냥 지옥으로 데려가도 되는데, 사자들이 시연하기 전까지 잔인한 고문(?)을 하는데, 누구는 가슴 쪽을 찌르고 누구는 사지를 찢고 하던데 어떤 기준이 있나?

▶그들은 그것을 ‘시연’이라고 한다. 여러가지 방식의 시연을 통해 구체적인 상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원작자로서 실사화된 장면중 가장 뿌듯했던 순간과 장면이 있다면?

▶오프닝이다. 카페에서 밖의 길로 이어지는 긴 신이다. 처음에는 실제 카페에서 촬영하려 했지만 카페가 박살나야 해서 카페 전체를 세트로 지었다. 작품의 뜻이 잘 구현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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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 화살촉은 인디언 추장 이미지 였는데, 이번 실사화에서 달리 구성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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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촉의 리더 이동욱은 히키 꼬모리 같은 존재다. 부모가 사준 추장 모자를 쓰고 있는 설정이다. 이번 작품은 특히 글로벌로 나가니까 문화적으로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분들이 있겠다고 생각해 바꿨다. 이동욱은 프로퍼간다 같은 스피커를 어떻게 비주얼로 만드느냐에 주안점을 두고 시끄럽게 방송을 하는 것으로 설정했는데, 김도윤 배우가 잘해줬다.

-촬영하면서 감독님을 놀라게 한 배우의 즉흥 연기들이 있다면?

▶이번에는 배우들과 ‘리딩’을 안하고 제가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브리핑을 했다. 이 장면은 어떻게 찍고싶고 부터 여러 상황을 설명했다. 이 브리핑에 참가못한 유일한 배우가 박정민인데, 예상을 벗어난 연기를 하더라. 배영재는 평범한 인물이고, 웹툰에서도 그렇다. 박정민이 평범함을 연기하는데 새롭다. 새로운 평범함이라는 기묘한 생각을 하고 연기한 듯하다. 이게 박정민 배우의 천재성인 듯하다.

-김현주 배우의 캐스팅 비화가 있는가?

▶김현주 씨의 데뷔작인 노희경 작가의 ‘내가 사는 이유’때부터 김현주를 좋아했다. ‘그 여자네 집’에서도 팬이었다. 내가 대화한 드라마 작가도 민혜진 변호사는 김현주 외에 다른 배우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모든 것은 신의 의도”라며 더욱 정의롭게 살 것을 설파하는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유아인)은 기묘하게 뒤틀려 있으면서 명쾌한 논리를 가졌다. 민혜진 변호사는 그런 인물과 통하지 않는 캐릭터여야 한다. 김현주 씨는 신뢰감이 있어 더욱 캐릭터에 어울린다. 현장에서는 조연단역의 이름을 항상 물어봐주고, 자기 슛이 들어가면 집중도도 엄청났다.

-죄인 박정자(김신록 분)가 부활해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시즌2가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지 궁금하다.

▶초자연적인 현상에 인간들이 방황하는 것은 갑작스러운 건 아니다. 시즌2는 그 이후를 바라보는 여러 단체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박정자의 부활을 이용해 새로운 세력을 잡을 힘도 존재할 것 같고. 거기서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가 시즌2의 관건이 될 것 같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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