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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델타는 6시간이면 알 수 있는데, 오미크론은 왜 5일이나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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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때 확인할 유전자 부위가 달라

정부, 한달내 오미크론 PCR검사법 개발 보급할 계획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1일 오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출발한 승객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1.12.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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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5명 확인됐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지금은 5명에 불과하지만 지역사회 감염이 이미 시작돼 조만간 폭발적인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변이를 분별하는 검사도 크게 늘어날텐데, 문제는 검사와 분석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모든 바이러스 유전체를 분석해야 알 수 있는데 길게는 5일씩 걸린다. 우리나라의 오미크론 변이 분석이 외국보다 오래 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방역당국은 한 달안에 오미크론 변이만을 판별할 검사법을 개발 후 보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신종 변이 감시를 강화하자면서도 현재 상황의 근본 해결책은 '고강도의 방역조치'라고 강조했다.

◇모든 코로나바이러스 PCR 검사 가능…다만 오미크론 특정 못 해

2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분석 방법으로는 Δ전장 유전체 분석 Δ타깃유전자 분석 Δ유전자검출검사법 등 총 3가지가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턴 변이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일일이 모든 유전체를 분석해왔다. 전장 유전체 분석은 바이러스가 무엇인지 처음 알아보기 위한 방법이다. 5~7일 정도 오래 걸린다는 제한점이 있다.

올해 2월 알파, 베타, 감마 등 신종 변이의 출현과 세계보건기구(WHO) 대응에 따라 방대본도 신속 분석법 개발에 나섰다. 특히 5월부터 델타 변이가 빠르게 퍼지자 각 변이만을 확인, 구분할 수 있는 PCR(유전자검출검사) 분석 기술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이전했다.

바이러스 변이 여부를 확인하는 PCR 검사법은 코로나19 감염을 확인하는 PCR 진단 검사와 다르다. 변이 PCR 검사법은 양성 판정된 검체를 대상으로 주요 변위 부위인 스파이크(S) 유전자를 증폭해 하루 안에 변이 여부를 확인한다.

이에 특정 유전체(4000여개)를 분석하는 타겟유전자 분석법은 검체 확보 후 3일, 하나의 바이러스 염기서열만 증폭해 분석하는 PCR 검사법은 6시간이면 여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타겟유전자 분석법과 PCR 검사법으로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4종류만 알 수 있고 오미크론은 거르지 못한다. 검사할 때 확인하는 유전자 부위와 오미크론 변이인지 확인할 유전자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오미크론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일종이라 타겟유전자 분석과 PCR 분석법으로 알아낼 수는 있다. 정부가 최근 들어 확진자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 감염을 의심한 뒤 특정하고 이들의 모든 유전체를 분석하는 중이다.

정부는 지난달 26일부터 모든 해외 입국 확진자에 전장 유전체 분석을 하고 있다. 29일까지 해외유입 확진자 101건 중 분석 가능한 검체는 60건이었다.

하지만 이 중, 3명이 해외유입 확인자(인천 목사부부·경기 50대 여성), 2명은 이들 확진자와 접촉한 2차 감염자다. 이에 정부도 지역 내 확산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중 숨은 오미크론 감염자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오미크론 변이 분석이 외국보다 오래 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첫 오미크로 변이 감염자인 인천 거주 40대 목사 부부는 지난달 24일 귀국 후 다음 날인 25일, 이들을 집에 데려다 준 우즈베키스탄 국적 지인 1명은 29일 확진됐다.

다른 오미크론 감염자 2명은 지난달 23일 귀국해 24일 확진됐다. 이들은 모두 1일에 오미크론 변이를 확인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나미비아 외교관이 지난달 28일 나리타 공항에서 확진된 뒤 유전체 분석을 거쳐 이틀 후인 30일 오미크론 변이 감염을 확인했다.

국내 확진자에서도 짧게는 이틀, 길게는 8일이 돼야 변이 여부를 알 수 있는 반면 일본은 이틀 만에 확정 발표했으니 우리나라의 대처에 의심이 생길 수 있다.

김은진 방대본 검사분석팀장은 "일본 확진자의 경우 세계보건기구가 오미크론 변이를 주요 변이로 정한 이후인 28일에 확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검체에 대해 긴급 유전체 분석을 해 30일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의심 사례로 30일에 확진된 우즈베키스탄 국적 지인에 긴급 유전체 분석을 해 2일 만인 1일 확정 보고했다"고 말했다.

긴급 유전체 분석은 신규 변이로 의심되는 1~2개 검체만 집중 분석하는 방법이다. 5일이 소요되는 전장 유전체 분석보다 검사 기간은 2일 정도로 짧지만 통상 변이 감시를 위한 유전체 분석보다 효율이 떨어진다. 특이 상황에만 시행한다는 게 방대본 설명이다.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지인이 확진됐을 때는 해외입국 확진자인 인천 부부의 검체를 전장 유전체 분석 중이었고 이들에 오미크론 감염이 의심되니 방대본은 접촉자인 그의 유전체를 급히 분석해 2일 만인 지난 1일 결과를 냈다.

김 팀장은 "분석에 걸린 시간을 보면, 한국과 일본 모두 긴급 유전체 분석을 했다. 비교적 빠른 시간에 오미크론 변이를 확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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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분석 방법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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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개발 지시…질병청 "유효성 평가 거친 뒤 검사법 공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오미크론 변이 의심 사례가 있어 분석 중이라는 보고에 변이 판별을 위한 신속 진단키트 개발을 지시했다. 오미크론 변이 방역 전략 수립 역시 주문했다.

방대본도 현재 전문가, 민간 진단 시약 제조사들과 오미크론 변이 분석에 필요한 유전자 증폭(PCR) 검사법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실제 보급과 오미크론 감염자인지 골라낼 만한 상황에 이르러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은진 팀장은 "오미크론이 주요 변이가 된 후 오미크론만 특이 검출할 PCR 검사법을 개발 중에 있다"며 "기존 변이 PCR 진단시약 제조사에 변이 정보를 공개했고 (이들은) 제품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방대본은 전문가와 민간 제조사들로 구성된 '분석시약개발지원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이 TF는 시약 개발, 기술 자문, 확정 참조 물질을 공유하는 등 변이 PCR 검사법 개발을 지원한다. 다만 실제 사용까지는 몇 주 더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김 팀장은 "개발에 끝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사용되려면 얼마나 정확하게 오미크론을 검출하는지 유효성 평가 과정이 필요하다"며 "유효성 평가까지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감염자를 빠르게 찾아내자고 제안하면서도 현재 상황의 근본 해결책은 '고강도의 방역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달 30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전장 유전체 분석이 가장 전통적 방법이었다. 한동안 전장 유전체 분석을 활용하다 PCR 검사법이 마련되면, 오미크론만 주로 걸러내 빠른 대응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오미크론이 상당히 많이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 감염력 높은 델타 변이가 국내 우세종이 되는데 2개월이 걸렸다"며 "(오미크론의 경우에는) 방역을 강화해 이를 최대한 늦춰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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