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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fn사설] 기본소득 철회 내비친 이재명, 올바른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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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응은커녕 발목만 잡아
북유럽 정통복지가 대안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전환 선대위' 공개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앞서 이 후보는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기본소득 정책도 국민들이 끝까지 반대해 제 임기 안에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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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기본소득 공약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이 후보는 1일 인터뷰에서 "기본소득 정책도 국민들이 끝까지 반대해 제 임기 안에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2일 여의도 당사에서도 "국민을 설득하고 토론하되 국민의 의사에 반해서 강행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올바른 판단을 내렸다. 이재명표 기본소득은 잘못 끼운 단추다. 이번 기회에 똑 부러지게 기본소득 공약을 철회하기 바란다.

이를 두고 이 후보가 이랬다저랬다 한다는 비판이 있다. 앞서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도 "국민들이 반대하면 안 한다"고 발을 뺐다. 전국민 재난지원금도 "지원 대상과 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력 대선후보가 공약 또는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건 분명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본소득에 대한 이 후보의 태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는 "(기본소득 공약) 철회나 유턴이 아니라 유연하고 실용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특히 실용이란 단어에 주목한다. 이 후보는 지난 10월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경제에, 민생에 파란색, 빨간색이 무슨 상관인가"라며 "유용하고 효율적이면 진보·보수, 좌파·우파, 박정희정책·김대중정책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기본소득 공약 철회는 실용주의를 행동으로 보일 기회다. 진영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중도층의 호응을 이끌어낼 찬스이기도 하다.

기본소득은 '계륵' 같은 존재다. 딱히 먹을 것도 없는데 버리긴 아까워서 여지껏 끌어안았다. 지금은 되레 이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본소득은 전국민에게 일정한 금액을 꼬박꼬박 지급한다. 자연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이 든다. 재원 조달 수단으로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와 탄소세를 제안했다. 그러나 증세는 필연적으로 조세저항을 부른다. 게다가 목적세 남발은 조세질서마저 흔든다. 결국 기본소득 때문에 다른 공약마저 뒤엉킨 꼴이다.

잘못된 공약은 빨리 바로잡는 게 상책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전후 한반도 대운하 또는 4대강으로 곤욕을 치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 약속을 지키려다 무리수를 뒀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의 함정에 빠졌다. 이 후보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든 유력 대선주자들은 전임자들의 실수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제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대체할 복지 공약 개발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북유럽 복지 선진국의 뒤를 따르면 된다. 북유럽 모델은 이미 검증을 마쳤다. 다만 증세가 불가피하다. 이때 목적세 신설 같은 편법보다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소비세)를 더 걷어서 복지 재원으로 삼는 정통 증세가 바람직하다. 조세저항을 줄이려면 미래입법 방식을 고려할 만하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에 따르면 미래입법은 법안의 발효 시기를 5년이나 10년 후로 못 박고 논의를 시작하는 방식이다('대한민국 금기 깨기'). 이 후보가 경제 전문가인 김 전 부총리의 아이디어를 실용적으로 차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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