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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불수능과 수험생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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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달 18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뒤 수험생 자녀를 둔 집안 분위기는 대부분 냉랭했다. "수능을 망쳤다"며 방안에 틀어박혀 숨죽여 울음을 삼킨 수험생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필자도 직접 겪었다. 대학 입시를 위해 쏟아부은 노력과 고생을 익히 알고 있는 부모 입장에서 멘붕에 빠진 자녀를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으니 난감했다. 그나마 친구들과의 전화 통화 후 '나만 어려웠던 게 아니었구나'라는 위안을 얻고서야 어느 정도 감정을 추스르는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역대급 불수능이었다. 불수능도 성에 안 차 '용암수능'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입시 업체들의 가채점만 봐도 수능 첫 과목인 국어 시험지를 마주한 수험생들이 느꼈을 당혹감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88점이던 국어 1등급 커트라인이 올해는 80점대 초반, 수학 1등급 커트라인은 92점에서 80점대 중반으로 뚝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절대평가인 영어의 경우 지난해 1등급 비중이 12.7%였지만 올해엔 5~6%로 반 토막이 날 전망이다. 수능 난도도 높았지만 첫 문·이과 통합 수능인 데다 난해한 문제를 앞쪽에 집중 배치하는 등 달라진 문항 배치 방식 때문에 시간 배분에 어려움을 겪은 수험생의 마음은 '숯검댕이'가 됐다.

하지만 정작 수능출제위원장은 "시험이 작년과 비슷하거나 쉬웠다"는 주장을 펼쳐 수험생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코로나로 등교를 제대로 못해 중간이나 중하위권이 무너진 것" "학생들 수준이 생각보다 더 낮았던 것 같다"고까지 했다. 수능 난이도에는 하등의 문제가 없는데 코로나와 수험생이 문제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사실 긴말이 필요 없다. 수험생들의 생각이 가장 정확한 잣대다. 대다수 학생들이 어려움을 느꼈고 평균 점수까지 터무니없이 낮게 나왔다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이다. 이게 바로 불수능이다. 그런데도 수능 출제 측이 코로나 탓을 하고 수험생의 실력 없음을 탓하는 건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은 것이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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