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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메타버스,NFT와 엔터테인먼트 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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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더리더 김동하 한성대학교 자율교양학부 교수] [김동하의 컬처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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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하 한성대학교 자율교양학부 교수


버블(Bubble). 동심으로 읽으면 예쁜 비누거품이지만, 주식투자자들에겐 그다지 좋은 단어는 아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얇은 비누거품처럼, 겉으론 화려해 보여도 작은 충격에 터져 사라져버리는 주식시장의 거품을 뜻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의 급등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끝없는 랠리 때문일까. 어느새 자산의 인플레이션을 넘어 내심 버블까지 기대하는 심리가 연령과 계층을 막론하고 번져가는 분위기다.

한국 증시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업종이 ‘버블’을 키워나가고 있는 대표적 업종으로 꼽힌다. 코스피 시장의 평균 주가수익배율(PER)이 10배 수준인 데 비해, 어지간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PER은 50배를 훌쩍 넘는다. 과거였다면 ‘버블’을 우려하는 경고의 메시지들이 쏟아졌을 시점이지만, K팝과 K드라마 등 K컬처의 열풍, 대형 기획사들의 플랫폼화에 ‘메타버스’ 모멘텀까지 겹치면서 여러 상장 엔터주들이 하나 둘씩 버블을 키워가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한 토큰)라는 새로운 테마까지 불붙으면서 버블을 경고가 아닌 환희로 받아들이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주식들의 랠리. 어떻게 봐야 할까.

현금, 부동산과 가상자산, 메타버스로 ‘연결’

현금(現金)은 현실 세계 돈을 말한다. 영어로는 cash 또는 actual money라고 불리는 것처럼, 현실세계에서 눈으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돈을 말한다. 부동산 역시 현실 세계의 자산이다. 영어로는 아예 현실이라는 뜻의 ‘eal’을 붙여, real estate라고 부른다. 마찬가지로 현실세계에 존재함으로써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땅이나 건물 등을 말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일까. 현실세계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현금과 부동산. 그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현금과 부동산 앞에 디지털(digital), 더 나아가 가상을 뜻하는 버추얼(virtual)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고, 수식어에 따라 가치를 표현하는 방법도 달라졌다. 올 들어 시장에 급부상한 용어 ‘메타버스’는 초월적(meta) 세계(universe)라는 의미다. 저마다 가상세계들을 이끌고 있는 게임, 증강현실, 그리고 가상현실이 함께 융합을 시도하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세를 띠고 있다.

게임 위주였던 메타버스의 세상에 K팝과 K게임, K드라마로 무장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한국의 위대한 K컬처가 가상세계로 확장될 뿐 아니라 현실세계와 끝없이 소통하는 메타버스 세상이 되면,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위상과 가치도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논리다.

NFT, 가치 저장하는 ‘디지털 보증서’

디지털 세상, 가상공간에서의 경제활동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교환과 거래는 늘어난다. 게임 속 세상에서 게임머니가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NFT로 대표되는 최근의 경제활동은 단순 게임머니의 역할과는 다르다. 게임머니가 게임 속 세상에서만 필요하지 현실과의 접점이 거의 없었다면, NFT는 현실세계의 작품, 예술품, 자산을 가상세계의 가치로 안내하는 ‘디지털 보증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NFT란 뭘까. 사전적 의미는 블록체인으로 구현된 토큰에 고유한 값을 부여해 복제나 위변조가 불가능한 가상의 자산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다른 토큰이나 파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된 유일한 가상의 자산임을 ‘보증’하는 디지털 파일이다.

물론 아직은 ‘보증’의 가치, ‘자랑’의 가치만 있다. 법적으로 보장되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개별 커뮤니티에서 NFT는 분명 소장가치로써 존재의 의미를 가격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예로 암호화폐, 즉 지금의 가상자산을 이끈 세력 ‘사이버 펑크’의 계보를 잇는 ‘크립토펑크’의 NFT들은 1만 개가 평균 1억원 전후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갤럭시 디지털 CEO 마이클 노보그라츠는 ‘인터넷이 가치를 세상에 무료로 공유해줬다면, NFT는 가치 있는 것들에 가격을 매겨준다“라고 설명했다. 저작권, 재산권, 특허 등 권리의 가치를 따지기 이전에, 디지털 가상세계에서의 ‘원본 보증’의 효용이, 특정 커뮤니티 내에서의 가격산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 NFT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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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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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로 넘어가는 ‘비싼’ 기업들

지난 4월 <가상세계로 넘어가는 현실세계의 비싼 것들>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상세계 속 사업으로 뛰어드는 기업들 역시 현실세계의 가장 ‘비싼’ 기업들이다. 게임은 물론이고, 명품, 의류, 공연, IT 등 거대 기업들이 대거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들이 멈춘 시기, 구찌와 루이비통, 나이키, MLB 등 거대 소비재 기업들은 현실세계의 명품과 의류, 잡화 등 소비재들을 가상 공간에서 활용 가능한 디지털 가상 명품, 가상 소비재로 만들어서 가상공간 안에서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로블록스, 제페토, 파티로얄 등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 가상 소비재로 큰 수익을 거뒀고, 봉쇄가 해제된 이후에도 버젓한 중점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디지털 자산의 가격을 매겨주는 역할을 하는 NFT의 포문을 연 건 새로 설립된 스타트업들었다. NFT게임 ‘엑시 인피니티’를 개발한 스카이 마비스, 수집에 의미를 둔 컬렉터블 NFT ‘크립토펑크’를 만든 라바랩스, 세계최대 NFT마켓 플레이스 ‘오픈씨’를 운영하는 오존네트웍스 등이 대표적 스타트업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 빅테크 공룡들이 가세했다. 트위터, 어도비뿐 아니라 페이스북에서 이름을 바꾼 메타까지 앞다퉈 NFT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카카오 계열의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 1위 업비트는 지난 23일 NFT마켓을 오픈했다. 이 마켓에서 장콸 작가의 ‘Mirage cat 3’라는 10초짜리 디지털 그림영상 파일은 무려 약 3.51비트코인(시세 7000만원 기준 2억4570만원)에 낙찰됐다.

대장 하이브와 함께 뛰어든 엔터테인먼트의 ‘버블’

지난 11월 26일 기준. BTS가 소속된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14조5269억원으로 한 해 추정이익보다 56.4배 높은 가치(PER 56.43배)로 평가받고 있다. 이달 초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제휴를 맺고 NFT사업에 뛰어든다고 밝히면서 시총은 16조6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위믹스 코인과 함께 NFT사업에 뛰어든 게임기업 위메이드는 지난해까지 적자였지만 6조4000억원에 평가받고 있다.

심지어 ‘버블’이라는 연예인 채팅 서비스를 주업으로 상장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기업 디어유는 지난해까지 적자였지만 상장 이후 2조 가까운 시총까지 치솟았다. 에스엠엔터가 39.7%, JYP엔터가 23.3%를 보유한 이 회사의 주가에 불을 지핀 것도 NFT였다.

예를 들어 디어유에서 에스엠엔터 소속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윈터의 버블 계정 프로필을 누르면 바탕화면에 윈터가 취향대로 꾸민 가상공간이 나오고, 에스파가 모델활동을 하는 명품 지방시의 한정판 아이템을 살 수 있다. NFT기술이 적용돼 한정판에만 희소성을 부여하다 보니, 팬들의 구매욕구는 더욱 높아지고, 이러한 욕구가 가격으로 반영되면 회사의 수익성도 좋아진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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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씨랭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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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엔터, 버블의 ‘속’을 채울 수 있을까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는 초기. 사람들은 가치를 따지지 않고 뛰어들면서 가치가 비이성적으로 치솟는 ‘버블’이 형성되곤 한다. 그리고 산업이 어느 정도 구체적인 형태를 만들어갈 때, ‘밸류에이션’을 평가받으면서 시장에서 옥석가리기가 이뤄진다. 최근 메타버스, NFT로 무장한 엔터기업과 엔터 서비스 기업들의 주가는 분명 비이성적인 ‘버블’을 만들고 있다. 사실상 국내 기업들의 메타버스, NFT활동은 아직까지 완성된 비즈니스와 수익모델이 없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메타버스가 제조업 공정의 오차를 낮추고 수율을 높이는 쪽으로도 많이 이뤄졌다면, 아직까지 우리는 연예인, 방송, 작품의 ‘수집’과 ‘보증’ 등 팬덤에 의지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그 버블이 얼마나 더 큰 거품을 만든 뒤 터질지, 아니면 다른 거품과 결합하거나, 스스로 작아질지 예측하긴 너무나 어렵다.

버블 주가의 미래에 중요한 건 버블의 속을 채워 넣으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다. 주가상승으로 자본력을 쌓은 한국 기업들 중에는 미국기업 M&A로 내실을 채우려는 기업들도 있다. 영화 <라라랜드>의 제작사 미국 엔데버 콘텐트를 1조원 규모에 인수한 CJ ENM,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속한 미국 대형 레이블 이타카홀딩스를 약 1조2000억원에 인수한 하이브가 대표적인 M&A사례다.

코로나 이후 거대 유동성이 만들어낸 자산버블의 끝은 어디일까. 분명한 건 한국의 엔터테인먼트들의 역량과 성과가, 전 세계 메타버스와 NFT 자산의 방향성을 좌우할 수 있는 주역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동하 한성대학교 자율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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