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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40년 전 악몽이 다시...'오미크론'이 몰고온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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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유재희 기자, 유효송 기자] [MT리포트] 오미크론發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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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물가는 경기가 좋을 때 크게 오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소비자물가가 10년 만에 최대폭으로 뛰었지만 GDP(국내총생산)는 거의 제자리다. 여기에 '오미크론'이란 이름의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까지 내습했다. 향후 감염 공포와 방역 강화로 소비가 얼어붙어 역성장까지 간다면 약 40년 만에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09.41로 전년 동월 대비 3.7% 뛰었다. 2011년 12월 4.2% 이후 9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4월 2.3% △5월 2.6% △6월 2.4% △7월 2.6% △8월 2.6% △9월 2.5% 등 2%대 상승률을 유지해오다 10월 3.2%로 오른 이후 두 달 연속 3%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달 연속 3%대를 기록한 것은 2012년 1~2월에 각각 3.3%, 3%씩 상승한 이후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경기 회복세도 둔화됐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3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GDP 성장률 잠정치는 전기대비 0.3%에 그쳤다. 1분기 1.7%, 2분기 0.8%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정부가 목표한 연간 4%대 성장을 달성하려면 나머지 4분기엔 1.03% 이상 성장해야 하는데, 코로나19 5차 유행 등 현실에 비춰볼 때 낙관하기 어렵다.

문제는 앞으로다.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2배 강하다는 오미크론 변이까지 출현하면서 향후 방역 강화 등에 따른 소비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내수 뿐 아니라 수출까지 악영향이 우려된다. 로런스 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세계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더 가파르게 경기 둔화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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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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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물가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계속 오르고, 오미크론 등의 영향으로 경기가 더욱 위축된다면 최악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 급등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을 말한다. 여기서 경기침체는 2분기 이상 연속으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난 건 1차 오일쇼크 때인 1974∼1975년과 2차 오일쇼크 직후인 1980년 두 차례다. 마지막 스태그플레이션이었던 1980년 당시 경제성장률은 -1.6%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7%에 달했다. 만약 내년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난다면 약 40여년 만에 최초다.

현재 상황을 보면 고물가와 저성장 모두 단기간 내 상황이 개선되긴 어렵다. 당장 물가상승 부담 탓에 한국은행은 내년초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 유력시된다. 이 경우 경기는 또 다른 하방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경기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는 투자 부문이 얼어붙고 있다는 게 특히 우려된다. 3분기 설비투자는 -2.4%, 건설투자는 -3.5%씩 역성장했다. 소비도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

물가 역시 연말까지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곡물가격, 원자재가격 추이를 보면 12월에도 공업제품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적고 개인서비스 가격 역시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한은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지난달 전망 당시의 예상 수준을 상회함에 따라 올해 연간 상승률은 당초 전망수준이었던 2.3%을 다소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는 상승률을 2% 이내로 관리하는 것인데, 사실상 목표에 맞추기 어렵다는 뜻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볼 순 없지만 코로나 변이와 경기둔화 장기화 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성은 커지고 있다"며 "우리 경제가 재정에 기대는 형태로 변한 데다 국내 투자가 적은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고용회복이 더뎌지면서 경제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유재희 기자 ryuj@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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