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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내 퇴직연금 놔둬도 잘 굴러간다는데…오미크론 쇼크에도 수익률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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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연금의 대변신 ①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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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노후 자산인 퇴직연금은 그동안 안전하게 은행 예·적금으로 운용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그 결과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 1~2%대에 머물며 노후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에 상시적으로 직면해왔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여 국민들의 노후 자산 형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날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와 전체회의를 차례로 통과하자 금융투자업계와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어떤 상품(포트폴리오)을 사전에 제시하고 선택할지 고민에 빠졌다. 실제로 상품을 만들고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더 많은 디폴트옵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결국 생애주기에 따라 자산을 배분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로 가입자들의 선택이 집중될 것"이라며 "운용사들 간에 TDF 경쟁이 한층 더 가열될 것 같다"고 말했다.

TDF는 연금 투자 상품으로 안성맞춤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TDF는 1993년 바클레이스와 피델리티가 미국에서 처음 선보였다. 은퇴 목표시점에 맞춰 상품에 가입하면 알아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조절해 주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운용사가 알아서 글로벌 자산 배분을 해주기 때문에 투자자가 할 일은 없다. 글로벌 자산 배분 효과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도 갖췄다. 이 같은 장점이 부각되면서 미국에서도 2007년 디폴트옵션(QDIA) 도입 이후 TDF 자산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미국에서 퇴직연금으로 투자되는 TDF 규모는 2007년 167억달러에서 2020년 1조3550억달러로 80배 급증했다.

미국 노동부와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따르면 2009~2018년 10년간 우리나라 DC형에 해당하는 미국 401K의 연평균 수익률은 8.3%에 이른다. 우리나라 DC형 퇴직연금 중 원리금보장상품의 2016~2020년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78%, 2011~2020년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2.63%에 그친다.

글로벌 자산 배분을 알아서 해준다는 장점이 부각되며 최근 국내에서도 TDF 투자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7년 7293억원이던 국내 TDF 순자산은 지난 1일 현재 9조6684억원까지 10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말까지 무난하게 1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지난 1일 기준 연초 이후 국내 TDF의 평균 수익률은 8.06%, 최근 5년간 누적 수익률은 46.89%에 이른다. 그리고 2016~2020년 5년간 누적수익률은 40.06%로 연평균 수익률은 약 8% 정도 된다. 같은 기간 DC형 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1.78%)과 큰 차이를 보인다.

디폴트옵션 시행은 퇴직연금은 물론 개인연금저축 등 연금자산 투자를 더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오무영 금융투자협회 산업전략본부장은 "디폴트옵션 도입은 앞으로 개인이 노후 자산을 불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데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퇴직연금 수익률이 올라가면 투자자들의 수익률 민감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더 이상 예·적금에 자산을 방치하지 않고 펀드 등으로 자산을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연금자산 투자는 국내 증시의 안전판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미국의 경우 약 3000조원의 퇴직연금 자금이 미국 증시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우리나라 코스피·코스닥 합산 시가총액(2500조원)보다 많은 규모다. 호주의 경우 우리나라의 디폴트옵션에 해당하는 마이슈퍼 전체 자금(792조원) 중 20%가 자국 증시에 투자되고 있다. 우리나라 증시의 글로벌 시가총액 비중이 2% 안팎에 불과하지만 상당수 자금은 국내 증시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일각에서는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연금 사업자나 운용사가 가입자 몰래 퇴직연금을 운용하다 원금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이날 통과된 개정안을 보면 퇴직연금 가입자는 자신이 사전에 운용상품을 선택했다고 해도 언제든 디폴트 운용을 중단시키고 스스로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다.

디폴트옵션 시행 시 수수료 문제는 중요한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아무래도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상품으로 놔뒀을 때보다 TDF 등 펀드로 운용하게 되면 수수료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은 10년 이상 초장기로 운용하기 때문에 높은 수수료는 수익률을 훼손한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퇴직연금 사업자에 대해 '합리적인 수수료 산정 의무'를 부여했다.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받거나 수수료 부과기준 등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 <용어 설명>

▷디폴트 옵션: 확정기여형(DC형)에 가입한 근로자가 구체적인 운용 지시를 하지 않고 퇴직연금을 방치하면 사전에 지정한 생애주기펀드(TDF), 혼합형 펀드,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운용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를 가리킨다.

[문지웅 기자 / 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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