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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명품 반열'오른 유럽 명품株…오미크론 확산에도 승승장구 [자이앤트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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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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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명 '럭셔리(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와 리치몬트가 유럽 증시를 대표하는 50개 블루칩(우량주)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에 이어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각국 실물경제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서도 명품 소비 열풍이 꺼질 줄 모르면서 실적과 주가 상승세가 가파르다. 오미크론을 비롯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연말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부추겨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으면 소비·유통주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명품 브랜드 기업은 예외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강력하다.

1일(현지시간) 유로존 증시 주가지수 산출기관인 콘티고 산하 스톡스지수위원회는 증시 마감 후 성명을 내고 "유로스톡스50지수 구성 종목을 변경해 새롭게 에르메스와 리치몬트를 지수에 편입하고 대신 유니버설뮤직과 보다폰은 제외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변경 사항은 오는 20일부터 적용된다.

유로스톡스50은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 중에서도 12개 주요국 증시에 상장된 대형 우량주 주가를 추종하는 지수다. '대형주 중심' 유로스톡스600지수가 미국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비교된다면, 유로스톡스50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비교할 수 있는 지수다.

이날 에르메스와 리치몬트의 유로스톡스50지수 편입 결정에 대해 스위스계 투자사 레일앤드시(REYL&Cie)의 세드리크 오자스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소비재 부문인 두 기업의 지수 편입은 명품 브랜드 기업이 세계 경제에서 확고한 입지를 갖게 됐음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현재 명품 소비가 붐 단계이기 때문에 에르메스나 리치몬트는 경기 침체에 저항할 만한 종목"이라고 평가했다.

에르메스는 핸드백 하나에 4만~50만달러(약 4700만~5억8800만원)를 오가는 '버킨백'으로 유명한 명품 패션 브랜드다. 리치몬트는 럭셔리 보석 브랜드 까르띠에와 반클리프아펠, 초고가 시계 브랜드 IWC와 바쉐론, 고가 만년필 몽블랑 등을 거느린 지주회사다.

에르메스와 리치몬트는 또 다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케링그룹 등과 더불어 유럽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수 인기 종목으로 통한다. 다만 국내 투자자들 매수 금액을 기준으로 미국이 비중 92%를 차지하고 유럽은 1%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절대적인 액수를 기준으로 매수 순위 1~50위를 산정하는 한국예탁결제원의 통계상 순위에 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명품 기업의 주가 상승세가 투자 인기를 보여준다. 이달 1일 기준 에르메스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19.31%, 리치몬트는 23.09% 올랐다. 같은 기간 유로스톡스50지수(-2.72%)가 오히려 떨어진 점에 비하면 눈에 띄는 상승세다. 올해 1월 4일 이후 연중 주가 흐름을 보면 에르메스와 리치몬트 주가는 각각 88.66%, 76.14% 뛰었다. '한국 투자자 매수 인기 종목'으로 꼽히는 뉴욕 증시의 테슬라와 애플이 연중 각각 50.05%, 27.32% 오른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상승세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전후해 주식시장에서 명품 기업들 성장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례로 프랑스 기업인 에르메스는 2018년 6월 이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대표 주가지수인 CAC40지수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다만 에르메스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2020년, 변이 바이러스까지 유행한 올해를 거치면서 유로존 증시 대장주로 이름을 올렸다. 고가 제품이 온라인 상거래를 통해 불티나게 팔린 결과, 올해 3분기(7~9월) 에르메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증가해 UBS증권이 추산한 시장 예상치(21% 증가)를 넘긴 바 있다.

업계에서는 크리스마스 연휴가 낀 올해 말에도 명품 소비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내년 이후로도 명품 시장 성장세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자스만 CIO는 "무엇보다 온라인상에서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명품 손바뀜이 쉬워지고 새로운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된 점은 에르메스나 리치몬트뿐 아니라 명품 업계 전반이 성장세를 보인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인기를 끄는 명품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으로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리얼리얼이 있고, 이 밖에 소비를 자극하는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으로 뉴욕 증시에 상장된 파페치, 마이테레사 등이 있다.

한편 명품 경매 업체로 유명한 소더비 측은 1일 "올해 전 세계 시장에서 소더비의 명품 판매액이 10억달러(약 1조1770억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277년 된 회사 설립 역사에 비춰볼 때 사상 최고 매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올해 11월 말 기준 소더비의 전 세계 명품 경매 매출은 9억6600만달러로 지난해 1~12월 매출액(6억4000만달러)보다 50% 늘어난 수준이다.

소더비에 따르면 명품 경매 입찰자 수는 지난해보다 22% 늘었다. 미국과 아시아 입찰자 수가 5년 전보다 2배 늘었고, 유럽은 6년 만에 가장 많은 수다. 소더비 조시 풀란 글로벌 명품 부문 책임자는 "전 세계 명품 시장 자체 성장세가 폭발적이고 특히 제품당 100만달러가 넘는 초고가 명품 판매가 2배 늘어 일반 고가 제품 판매 증가세를 앞섰다"면서 "디지털 판매 활성화도 이번 성공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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