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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공무원 출신 무더기 합격…세무사 시험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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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9월에 실시된 세무사 2차 시험 합격자 발표에서 전체 합격자 706명 중 세무공무원 출신이 151명으로 전년보다 10배 가까이 급증한 배경에 의혹이 제기됐다. 세무공무원 출신은 세법학 과목 시험을 면제받는데, 올해 시험에서 세법학 난도가 높아 과락하는 응시생이 많아지면서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생의 합격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시험 면제 특혜를 누리는 공무원 출신들이 젊은 세대의 기회를 빼앗은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무사 2차 시험은 회계학 1·2부, 세법학 1·2부 등 총 4과목으로 구성된다. 국세청 근무 경력 등을 인정받은 공무원은 세법학 2과목을 면제받는다. 반면 일반 수험생은 4과목 모두에서 과락을 면해야 합격권에 들 수 있다. 일반 수험생의 세법학 과락률이 높을수록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가 많아지는 것이다.

문제는 지난 5년간 평균 과락률이 38.66%에 불과했던 세법학 1부 과목의 과락률이 올해는 82.13%로 치솟으면서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했다는 점이다. 세법학 1부 과목을 제외한 다른 과목의 과락률은 모두 50%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1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큐넷'에 발표한 제58회 세무사 2차 시험 합격자 공고를 보면 합격자 706명 중 세법학 과목을 응시하지 않은 국세청 공무원 출신은 151명으로 전체의 21.39%에 달했다. 2020년 17명(2.39%), 2019년 35명(4.8%), 2018년 8명(1%), 2017년 15명(2.3%), 2016년 27명(4.2%)과 비교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는 지적이다.

상당수 수험생이 세법학 1부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문항에서 '0점' 또는 '2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채점 기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다. 세법학 1부는 논술 형식으로 출제되는데, 수험생들이 '백지 시험지'를 제출하지 않는 이상 올해 수준으로 저득점자가 속출하기는 힘들다는 이유다.

이에 일반 수험생들은 자체적으로 오픈 카카오톡 대화방을 만들어 시험 주관 기관인 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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