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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절박함도 정치력도 없다"···맨살 드러낸 윤석열 리더십[뷰&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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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기질 尹, 원톱 권한쥐고 인사

'3金 체제' 불발 첫단추부터 삐걱

과거 인물로 인선···상징성도 잃어

정치 '갈등조정'인데 분열 봉합 못해

전문가 "내분 수습 최우선" 지적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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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발표된 대선후보 설문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4자 대결)는 1%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11월 둘째 주에 조사에서 7%p까지 벌어졌던 조사는 턱밑까지 따라 잡혔다. 여타 조사에서도 두 자릿수 이상의 격차는 오차 범위 내 앞서거나 심지어 역전 사례도 있다.

‘윤석열호’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는데도 태평하다. 인사의 감동은 없고, 정책에 대한 비전도 안 보인다. 심지어 사실상 무위로 돌아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영입에 이어 이준석 당 대표와의 마찰도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도 윤 후보의 리더십은 눈에 띄지 않는다. 윤 후보는 지난달 5일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당헌에 따라 당무 우선권을 쥐고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을 주도했다. 결과는 이 대표와 등을 지는 극한의 내부 분열로 귀결되고 있다. 윤 후보가 선대위에 새 인물이 아닌 과거 인사를 세우고 현실과 동떨어진 인선으로 정치 신인으로서의 상징성마저 잃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로들은 이날 윤 후보 면전에서 “인기란 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신경식 고문)”고 질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 경선 이후 28일 째 선대위 인선을 두고 내홍이 지속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부터 사흘째 서울 사무실을 비운 채 지방을 순회하고 있다. 경선 후 ‘원팀’은커녕 다중분열 상황이다.

중심에는 윤 후보가 있다. 하지만 윤 후보가 구상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을 전면에 세우는 ‘3김(金)’ 체제 구축이 약 20일 간 내분만 키우며 불발 됐다. 당권을 쥔 윤 후보가 선대위 초기 조정에 실패하며 갈등의 불씨를 키웠다는 목소리가 쏟아지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선대위 인선 과정에서 윤 후보의 상징인 ‘공정과 상식’ 조차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 안팎에서는 대선 본선을 위한 선대위는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는 조언이 빗발쳤다. 하지만 윤 후보는 자녀 문제로 홍역을 겪고 있는 장제원 의원의 인사 문제를 스스로 정리하지 못했다. 청년보좌역 공개모집도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후보 본인과 각 본부장 등 선대위 실세 7인의 청년보좌역은 임명을 한 뒤 각 본부 산하 조직에 배치할 인원은 공개모집을 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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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위의 ‘간판’인 공동선대위원장 인선조차 신선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윤 후보는 ‘파격 인사’로 사할린 강제이주 동포의 손녀이자 무역회사 대표인 스트류커바 디나씨를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 선대위는 ‘워킹맘’을 내세웠지만 곧바로 대표성 문제가 불거졌다. 우리나라 워킹맘 대부분은 회사 대표가 아닌 기혼여성취업자(4월 기준 약 260만 명)다. 당내 관계자는 “선대위에 사할린 동포를 영입하는 것을 옳다”면서도 “다만 선대위 간판인 선대위원장에 왜 오르는지는 누구도 설명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이수정 교수도 새 인물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는 미래통합당(과거) 성폭력대책특위에 합류했고 지난 6월 전당대회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 캠프에서 활동했다. 설명이 불가능한 인사 탓에 “후보가 러시아 문학을 좋아한다”, “후보 동기의 와이프” 등 낭설만 퍼지는 상황이다.

윤 후보가 당내 정치에도 실패하고 있다 주장도 아픈 대목. 당 소속 의원들이 선출한 김기현 원내대표의 공동선대위원장 인선은 첫 인사발표인 25일이 아닌 29일에야 나왔다. 한 의원은 “당연직인데도 인선이 늦어지면서 이상한 모습을 연출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일을 윤 후보의 측근들로 알려진 ‘친윤계’ 중진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의문까지 제기하고 있다. 지난 30일 초선들이 긴급 회동을 갖고 “정권교체라는 절대명령을 받고 있는데 ‘문고리’라는 얘기가 언론에서 회자되고 있다”고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 ‘패싱’ 논란도 윤 후보 주변의 강성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설도 있다. 이 대표는 당규에 따라 대선 대책기구 총괄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인사는 30대 당 대표를 향해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특히 윤 후보가 “정신머리부터 바꿔야 한다"며 끊임없이 쇄신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측근들만 챙긴다는 당내의 비판도 팽배한 상태다. 측근들에 둘러싸여 윤 후보가 상상력을 잃고 선명한 비전과 신인으로서의 가치마저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내분이 지속되면 윤 후보의 정치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정치의 본질이 갈등 조정인데 윤 후보가 당조차 수습하지 못한다는 질타를 받을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내홍의 본질은 다 이긴 선거라고 보고 (선대위 인사를) 국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절박감이 없다는 것”이라며 “빨리 수습하지 못하면 윤 후보의 정치력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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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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