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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미 “북핵대응 작계 최신화” 합의·‘대만’ 첫 언급…북중 반발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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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화상 회의실에서 열린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고위급 회담’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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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은 2일 고도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연합작전계획(작계)을 새로 보완하기로 합의했다. 핵 탑재가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극초음속 미사일, 단거리 전술탄도미사일 등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정밀화·지능화하는 데 맞게 기존 작계를 수정하기로 한 것이다. 새로운 작계에 따라 대응능력 향상을 위한 전력증강도 이뤄질 것으로 보여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SCM)을 개최한 뒤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이러한 내용을 기반으로 새로운 전략기획지침(SPG)을 승인했다”고 했다. SPG는 작계 수정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 격이다.

서 장관은 “북한의 위협 변화, 저희 군 자체적인 국방개혁 2.0으로 인한 변화, 연합지휘구조에 대한 변화 이런 것 등을 담고, 제반 환경 등을 담을 작전계획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 했다”고 작계 수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등 군사적 환경 변화 반영

현재 한·미 연합군사령부(연합사)의 작계는 ‘작계 5027’과 ‘작계 5015’다. 1974년 처음 나온 ‘작계 5027’은 북한이 남침할 경우 한·미가 이를 저지한 뒤 반격 격퇴하는 내용의 전면전 대응 계획이다. ‘작계 5027’이 전면전에 집중됐다는 평가에 따라 2015년 국지전, 북한 우발사태 등 상황에 대응하는 ‘작계 5015’를 만들었다.

새 작계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7년 ICBM 화성-15형 시험발사를 계기로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후 핵투발 수단을 다양화하고 있는 군사적 환경 변화가 반영될 예정이다.

양국 합동참모본부는 승인된 SPG를 토대로 전략기획지시(SPD)를 만들어 합의하고 이를 기초로 본격적인 새 작계 작성에 들어갈 전망이다. SPD는 한·미가 한반도에서 취해야 할 군사적 지향점과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시 대응 방향을 설정한 문서로 알려졌다. SPG 승인과 SPD 합의를 거쳐 작계 최신화 작업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통화에서 “북한 미사일 수준이 스커드, 노동미사일에서 600㎜ 초대형 방사포,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등으로 다중화되면서 기존의 작계로는 전혀 대응할 수 없어 한·미가 작계 전면 수정 필요성에 합의한 것”이라면서 “새 작계에 따라 방어 전력도 늘어나야하기 때문에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한반도 내 전력 증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남측의 방위력 증강에 대해 ‘이중잣대’라고 주장해 온 북한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의 핵 보유를 상정하고 수립될 새 작계는 현재보다 더 공세적일 수밖에 없는 데다 이번 공동성명에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한·미연합훈련의 지속 필요성이 언급돼 반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에는 “양 장관은 동맹의 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연합연습 및 훈련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명시됐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대북 적대시정책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중단을 대화 선결 조건으로 요구해왔다.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재개 입구로 협의하고 있는 ‘종전선언’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 장관은 “종전선언은 정치적·선언적 의미이기 때문에 이 작전계획을 위한 SPG하고 특별한 관계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양국 군 당국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관련해서는 “2022년에 미래연합사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SCM 공동성명에 시한을 명시했다. 오스틴 장관은 회견에서 “내년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CCPT) 훈련 간에 미래연합사의 FOC를 평가하기로 합의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스틴 장관과 만나 FOC 평가의 조기 실시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눈 만큼 이를 더 앞당길지 주목된다.

FOC 평가는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사령관(대장)이 지휘하는 미래연합사령부의 운용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3단계 평가 절차 중 2단계다. 문재인 정부 공약이었던 전작권 전환은 결국 차기 정부로 넘어가게 됐으나 FOC 평가를 내년에 시행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전작권 전환 가속화를 위한 추동력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처음으로 언급된 대만 문제…中 반발할 듯

SCM 공동성명으로서는 처음으로 ‘대만’ 문제가 언급됐다. 성명은 “양 장관은 2021년 5월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 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반영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내용을 재확인한 수준의 언급이지만 한·미 군사협력의 상징성이 큰 SCM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포함됐다는 자체만으로도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중국은 다른 나라가 대만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를 내정 간섭으로 간주하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또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에서 유지한다’는 내용도 복원됐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해외 미군의 ‘글로벌 배치 검토’(GPR) 결과에 현 2만8500명의 주한미군 병력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작년에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양국이 갈등을 겪은 상황에서 해당 문구가 성명에서 빠져 병력 감축에 대한 우려가 나온 바 있다. 북한의 고도화된 핵·미사일 위협에 따른 연합방위태세 강화 차원의 조치로 풀이되지만, 일각에서는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중국 견제 일환이란 해석도 나온다.

성명에는 “양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 및 세계에서 국방 및 안보 협력을 지속 증진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구상간 협력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명시됐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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