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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문턱 못 넘는 우유가격 구조개편…3차 낙농산업발전위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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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신성룡 기자 = 정부가 낙농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제도개선에 나섰지만 낙농업계의 반발로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제3차 낙농산업발전위원회가 사실상 파행으로 끝나면서 원유가격 결정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체계 개편과 함께 원유 생산비 절감 방안을 내놨지만 낙농업계 생산자들은 현 체계 유지를 고수한 상황이다.

◆ 낙농진흥회 이사회 3차례 무산…생산자 이사 7명 전원 불참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내년도 사업계획 심의, 규정개정안 4건과 정관 개정안 논의를 위해 2일 제3차 이사회를 소집했지만 생산자측 이사 7명 전원 불참하면서 개의정족수 미달로 이사회 개최가 무산됐다.

낙농진흥회의 이사회가 무산된 사례는 이번을 포함해 모두 3차례며 모두 생산자측 이사의 불참으로 무산됐으며 지난 2015년 9월 16일 생산과잉에 대응하기 위한 일시적 쿼터 감축을 반대해 1차 무산됐다. 이후 지난 8월 17일 낙농제도 개선 반대에 부딪혀 두 번째로 이사회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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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18일 서울 도봉구 창동 하나로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2021.07.18 yooks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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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중 쟁점 사안은 '정관 개정안'과 '원유의 생산 및 공급규정 개정안'이다. 정관 개정안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8월 출범시킨 낙농산업 발전위원회에서 제기된 낙농진흥회 의사결정체계의 문제점에 대해 이사회에서 논의하기 위해 상정된 안건이다.

앞서 낙농산업 발전 위원회 제2차 및 제3차 회의에서는 낙농진흥회 의사결정기구(총회, 이사회)가 다른 단체들과 달리 이익단체 위주로 구성돼 소비자나 학계 등의 객관적인 의견을 수용하기 어렵고 지나치게 엄격한 개의 조건 등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낙농진흥회 총회는 낙농진흥회장과 생산자 단체 2명, 유가공단체 1명으로 구성됐으며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정부·소비자·학계·진흥회 4명과 생산자 7명, 수요자 4명으로 이뤄졌다.

진흥회 정관상 이사회는 재적이사 2/3 이상의 출석으로 개의할 수 있으며 정관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총회 회원이 전원 동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익단체 동의 없이는 정관 개정과 이사회 구성원 조정이 불가능하다.

또한 원유의 생산과 공급규정 개정안은 낙농산업 발전위원회에서 원유기본가격 결정시 낙농진흥법 제9조제3항에 명시된 원유수요자의 유제품 생산원가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은 법률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상정된 안건이다.

낙농진흥법 제9조는 진흥회가 낙농가의 원유 생산비, 원유수요자의 유제품 생산원가 등을 고려해 가격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진흥회는 원유 생산비만 반영해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박범수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정부는 그동안 낙농산업 발전위원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진흥회의 불합리한 의사결정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생산자 측이 반대하는 내용을 논의조차 할 수 없는 불합리성을 오늘 명확히 보여줬다"고 밝혔다.

◆ 생산자측 논의 자체 거부 이해하기 어려워…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이날 이사회 개의가 무산됨에 따라 8명만으로 진행된 임원간담회에서는 2차례 연속 이사회 무산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며 이사회 기능과 역할 중단행위 근절, 정관 개정 등 지속가능한 낙농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 논의 참여 촉구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번 이사회는 낙농진흥법 위반 소지가 있는 가격결정 방식을 법에 맞도록 내규를 개정하는 안건과 이익단체 위주로 구성된 이사회에 중립적인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총회의 의결사항인 정관 개정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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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우유가 1일 우유 제품 가격을 평균 5.4% 인상했다. 서울우유의 가격 인상은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주력 제품인 흰 우유(1L)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약 2500원에서 2700원대로 인상됐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빙그레 등도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다. 이날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우유 제품을 고르고 있다. 2021.10.01 mironj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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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는 지난 20년간 우유 자급률은 2001년 77.3%에서 지난해 48.1%로 하락하고 있어 낙농산업의 발전을 위해 현재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있다.

당연직 이사인 박범수 축산정책국장은 "생산자 측은 이를 정부의 낙농업 말살 의도로 보고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낙농진흥회와 이사회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는 이러한 상황을 국민들께 올바로 알려야 하고 불합리한 의사결정체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소비자 대표인 김천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이사장은 "생산자측이 2차례 연속 이사회를 무산시켜 낙농진흥회 의사결정체계를 무력화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부의 제도개선 내용에 대해 생산현장의 농가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 생산자의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학계 대표인 윤성식 연세대 교수는 "낙농가들이 제도개선에 반대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낙농산업 구성원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며 "진흥회 이사회는 이성과 합리성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유수요자를 대표해 오경환 한국유가공협회 전무는 "정부가 지속가능한 낙농유업 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제시한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 수급상황을 반영한 원유가격체계 구축은 늦은 감은 있지만 고무적이다"며 "디테일한 부분을 계속 논의해 나가면서 제도개선을 완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최희종 낙농진흥회 회장은 "지금까지 약 20여 년 동안 낙농진흥회는 지금의 제도로 잘 운영해 왔지만 낙농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고 밝혔다.

drag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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