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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후 ‘보수 우위’ 차지한 미 대법원, 임신중지권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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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대법원서 미시시피주 임신중지법 구두변론

‘임신 15주 이후 임신중지 금지’ 놓고 논란

임신중지 권리 확립 ‘로 대 웨이드’ 판결 논쟁

보수 대법관 6명, 50년 된 판결 옹호 표시 안 해


한겨레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를 옹호하는 시민들이 미시시피주의 임신중지 금지법에 관한 연방대법원의 구두변론이 열린 1일(현지시각) 대법원 앞에서 ‘임신중지 금지를 멈춰라’ 등의 글귀가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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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약 50년 동안 헌법적 권리로 보장받아온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가 흔들리는 걸까.

미 연방대법원에서 1일(현지시각) 임신 15주 이후의 임신중지를 대부분 금지하는 미시시피주 법에 관한 구두변론이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면서 대법관 구성이 보수 6명, 진보 3명의 ‘보수 절대 우위’로 바뀐 가운데, 임신중지 권리가 약해질 듯한 신호가 보였다고 미 언론은 평가했다.

이날 대법원 법정에 오른 미시시피주 법(2018년 제정)은 의료 응급상황이나 심각한 태아 기형을 제외하고는 임신 15주 이후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는 미국에서 여성의 임신중지를 헌법적 권리로 확립한 1973년의 ‘로 대(對) 웨이드’ 대법원 판결에 배치되는 것이어서 미국 사회의 관심이 쏠렸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2~24주 이전에는 임신중지를 할 수 있도록 했는데, 미시시피주는 이를 ‘15주 이전’으로 단축했다.

이날 구두변론의 관전 포인트는 다수인 보수 대법관들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보수 대법관 6명 중 누구도 ‘로 대 웨이드’ 판결 옹호 뜻을 밝히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미시시피 주 정부는 임신중지에 대한 규제를 헌법이 아니라 각 주의 입법부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고, 보수 대법관들도 이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논쟁적 사회 이슈에서 법원은 왜 계속 어느 쪽을 선택하기보다는 중립적 위치로 복귀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보수 성향이면서도 종종 진보적 판결에도 동참해 ‘균형추’로 꼽혀온 존 로버츠 대법원장도 임신중지 가능 기간을 ‘임신 22~24주 이전’에서 ‘15주 이전’으로 줄인다고 해서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극적으로” 약화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역시 보수 성향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과거에 ‘로 대 웨이드’ 판결은 뒤집혀야 한다고 밝혔다.

진보 대법관들은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50년 동안 달라진 것은 새 대법관들이 들어왔다는 점밖에 없다면서 판례 유지를 주장했다. 소니아 소토마요 대법관은 “사람들이 헌법과 그 해석이 전부 정치라고 믿으면 대법원이 어떻게 생존하느냐”고 말했다.

미시시피주 임신중지 클리닉을 대변하는 줄리 리클먼 변호사는 “임신중지 문제를 각 주로 넘기면 주 입법부는 여성이 의지에 반하는 임신을 유지해 출산하도록 강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힐>은 임신중지에 대한 헌법적 보장이 사라지면 진보 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등을 제외하고 약 20개 주에서 임신중지가 완전히 금지되거나 제약이 심해질 것이라는 칼럼을 실었다.

미시시피주 법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내년 6월말 내려질 예정이다. 이날 구두변론만 갖고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저널>은 “대법원의 다수가, 전례를 깨는 미시시피주의 임신중지 법에 열려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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