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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뉴스AS] ‘최저임금’ 때린 윤석열이 편향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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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최저임금 못 받는 노동자 비율 근거로

재계 주장해온 지역·업종별 차등 적용

궤 같이하는 최저임금 개정 뜻 내비쳐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기각

‘생활안정’ 취지 타당성 찾기 어렵고

저임금 업종에 낙인 효과 우려도

“최저임금 안 지키면 처벌하면 될 일”


한겨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에서 열린 스타트업 정책 토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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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가 연일 최저임금제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윤 후보는 지난 1일 충남 천안시의 한 카페에서 청년들과 간담회를 열고 “최저임금이 경직되지 않으면 더 많이 고용할 수 있는데 못 한다. 낮은 조건에서 일할 의사가 있는 분들도 일을 못 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30일에는 충북 청주시에 있는 강소기업 ‘클레버’를 방문한 자리에서 ‘최저시급제’(최저임금제)가 비현실적이라는 일부 중소기업인의 고충을 거론하며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비현실적 제도는 다 철폐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 선거대책위원장도 거들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2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최저임금제 철폐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라면서도 “전국을 하나의 단위로 해서 전부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 이런 데 대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이 일자 윤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층 톤을 낮춰 “최저임금제는 중요하지만 자영업자들과 영세기업들은 지나치게 급격한 인상을 감당할 수 없었다”며 “최저임금을 지속적으로 올리되 고용주와 근로자가 모두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저임금 때문에 고용 더 못한다”는 윤석열


사실 윤 후보의 최저임금 관련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8월22일 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저임금) 지역별,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이제 시작돼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윤 후보의 그동안 발언을 종합하면, 최저임금 폐지론은 거둬들였다고 볼 수 있지만, 제도를 개정하겠다는 의사는 아직 남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정의 핵심은 “낮은 조건에서 일할 의사가 있는 분들도 일을 못 하게 된다”는 발언에서 볼 수 있듯, 최저임금을 지역별이나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최저임금 지역별, 업종별 차등 적용 방안은 정부 추천 공익위원과 노동계 추천 위원, 경영계 추천 위원이 모여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경영계가 되풀이해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3월 내놓은 ‘2020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결과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모두 319만명으로 최저임금 미만율이 15.6%였습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364만8천명 가운데 36.3%인 132만4천명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고, 업종별로는 농림어업 종사자의 51.3%, 숙박음식업 종사자의 42.6%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영계는 이를 바탕으로 지역이나 업종별로 업계의 최저임금 지급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차등 적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올해도 ‘기각’된 아이디어


하지만 이 주장은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기각됐습니다. 기각의 이유는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고용노동부가 운영한 ‘최저임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티에프)’에 참여한 노·사·공익위원 추천 전문가 18명의 검토 결과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티에프는 우선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해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다는 최저임금의 취지상 타당성을 찾기 어렵고, 저임금 업종에 대한 낙인 효과가 발생하며, 업종별 구분을 위한 합리적인 기준이나 통계도 없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다수의견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지역별 차등 적용에 대해서도 한국은 하루 만에 전국을 이동할 수 있는 ‘일일생활권’이라는 점에서 노동력이 유출될 가능성이 커 지역별 노동력 수급에 왜곡이 생기고, 지역 낙인 효과도 우려되며, 국민통합과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할 수 있어 역시 불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도 이런 티에프의 견해를 인용하며 윤 후보의 발언이 편향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2018년 ‘최저임금의 적용 차등화 방안 연구’ 논문을 펴낸 조상균 전남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활보장을 위한 최저기준을 법으로 강제해 위반하면 처벌하게 되어 있는데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비율이 높다는 점이 차등 적용의 근거가 될 수는 없고, 법리에도 맞지 않는다”며 “일본의 경우에는 지역별로 최저임금이 있지만, 업종별 최저임금 적용에는 한국의 최저임금법과 달리 ‘사업의 공정한 경쟁 확보’라는 목적이 있는 데다 이 경우에도 지역별 최저임금 이상이 됐을 때만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황선웅 부경대 교수(경제학)도 “한국에는 산업별 노동조합이 고루 발전해서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업종별로 제대로 최저임금을 논의할 수 있는 그런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고, 지역별 차등 적용도 차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적용이 불가능하다. 특히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노조 조직률이 더 낮다”며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한데, 윤 후보가 너무 한쪽의 의견만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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