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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은행권 "전업주의 '족쇄' 해방돼야…은행업만으로 경쟁력 유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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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비금융간 경계가 흐릿해지는 빅블러현상 심화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은행권이 엄격한 전업주의 족쇄가 풀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빅테크의 등장으로 금융업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업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단 지적이다.

2일 은행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디지털 시대의 금융 겸업주의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이 제언했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은행증권보험 등으로 구분하는 전업주의 규제를 채택하고 있다. '전업주의'란 여러 종류의 금융기관이 각각 자신의 전문 금융업무 만을 수행하고 다른 금융 업무의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다. 반대로 '겸업주의'란 은행고유 업무인 예금과 대출 외에도 증권, 보험, 투자은행 업무까지 참여해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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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은행연합회에서 '디지털 시대의 금융 겸업주의'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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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업주의가 소비자 불만족 키워…빅블러 시대, 무의미한 규제"

국내 시장은 2001년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해 일정수준의 겸업화 성과를 달성했지만 겸업주의 고도화를 제약하는 규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특히 전업주의 규제는 은행권에 더 강하게 적용되고 있다.

반면 증권 등 비은행 기관서는 은행업과 유사한 기능이 등장하고 있다.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및 빅테크의 선불충전금을 통한 유사수신 기능 등이다. 때문에 은행권에선 전업주의만으로 경쟁력 유지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전업주의 규제가 금융소비자들의 만족도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카카오페이가 실시한 주요 소비생활 분야별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금융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67.9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이같은 소비자의 불만족의 이유로 은행은 은행거래만 가능하도록 하는 전업주의 규제가 비금융과 결합된 서비스를 요구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따라가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카카오와 토스 등 빅테크 등이 생활서비스와 금융을 연계한 생활금융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통합 금융플랫폼 중심으로 금융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시점에서 전업주의 규제는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여은정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디지털 화 및 규제완화로 금융와 비금융간 경계가 흐릿해지는 빅블러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은행의 금융상품 판매기능 상당부분이 빅테크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금융권도 플랫폼을 활용해 핵심역량을 확장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지배구조는 같은데 규제 달라…동일산업, 동일규제 원칙 위배"

금융권에서도 금융사와 플랫폼 기업은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동일하다 해도 영위할 수 있는 사업 범위가 수집 가능한 데이터에서 큰 차이가 발생해 '동일업무 동일규제' 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이를 테면 카카오가 정점이 돼 금융자회사를 지배하듯 금융지주그룹도 금융지주사가 정점이 돼 금융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구조는 같다. 하지만 사업범위에서 카카오는 비금융 사업을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는 반면 금융지주사는 자회사를 지배할 뿐 어떤 사업도 영위할 수 없다. 자회사들도 금융 및 금융관련 업종만 영위할 수 있을 뿐이다. 금융지주사는 금융사로 전업규제 적용을 받고 있는 반면 플랫폼 기업은 전업규제의 지배를 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금융업계에선 금융과 비금융 사업을 자유롭게 영위하며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 활용할 수 있도록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빅테크와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도, 동일업무 동일규제의 원칙에 입각해 금융지주그룹 내 원활하게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정책적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금융시장서도 빅테크와 금융회사의 시장 가치는 크게 벌어진 상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기업가치는 각각 65조4천억원, 54조5천억원인데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의 가치는 각각 23조2천억원, 20조1천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향후 빅테크와 금융회사 간 경쟁구도는 시장 여건에 따라 심화될 전망인 만큼 규제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제조와 판매 분리현상이 확산되는 가운데 빅테크와 금융사는 고객접점을 둘러싼 경쟁과 협력을 추진하며 금융서비스 가치사슬 경쟁구조가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기존 금융회사와 빅테크 간 규제 불균형 역차별 이슈는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지속적 디지털혁신을 위해 이런 문제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빅테크들은 기존 금융사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현실인 반면 금융업은 전업주의 원칙으로 종합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있다"면서 "금융과 비금융의 융합서비스 출시를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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