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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세계여자테니스협회, 펑솨이 우려에 중국 모든 토너먼트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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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성테니스협회(WTA)가 중국에서 열리는 모든 토너먼트를 중단한다. 중국 전 공산당 고위관리의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뒤 공식석상에서 사라진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 사태에 대해 중국 조사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다. 펑솨이의 지난달 초 폭로 이후 잠잠해지는 듯 했던 진상규명 목소리에 WTA가 또 한번 힘을 실었다.

스티브 사이먼 WTA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1일(현지시간)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서 개최되는 모든 WTA토너먼트의 즉각적인 중단을 선언한다"며 "펑솨이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검열없는 완전하고 투명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공식 성명을 통해 밝혔다.

그는 "2022년 중국에서 대회를 열게 된다면 우리 선수들과 스태프 모두가 겪을 위험에 대해서도 우려했다"며 "펑솨이가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없고 성폭행에 대한 주장을 반박하라는 압력을 받은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어떻게 선수들에게 그곳에서 경기하도록 요청할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WTA는 내년 중국에서 약 9개의 대회를 열 예정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타임스(NYT)는 WTA가 중국에서 철수하면서 향후 수년동안 수억 달러의 손실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WTA는 10월까지만 해도 중국을 핵심 시장으로 강조해왔고, 시즌 마지막 토너먼트를 중국 선전에서 열기로 10년 계약을 체결했었다.

이런 손실을 감안하면 WTA의 이번 결정은 이례적이다. 전미농구협회(NBA)와 영국프리미어리그(PL)도 중국과 갈등을 겪었지만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경기 중단'처럼 과감한 결정을 내린 적은 없었다.

WTA도 '중국이 큰 시장이라 스포츠계가 부당한 일에도 침묵한다'는 그간의 지적을 의식한 듯 "전 세계 지도자들이 재정적 결과에 상관없이 모든 여성을 위해 정의를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스티브 사이먼은 성명에서 "권력자들이 여성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성추행 의혹을 일축할 수 있다면 WTA가 설립된 기반인 여성평등은 엄청난 후퇴를 겪을 것"이라며 대회개최 중단의 명분을 명시했다. 그는 "전세계의 펑과 다른 많은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 어느때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중국 당국이 이 문제를 합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당부했다.

WTA의 결정에 펑솨이를 지지했던 스포츠계 인사들은 용감한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테니스계 원로인 빌리진킹은 트위터에서 "WTA는 선수들을 지원하는 올바른 역사 편에 서 있다"고 격려했고,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도 "돈보다는 원칙을 우선한 WTA의 용감한 결정"이라고 트윗했다.

WSJ는 사설에서 "서구 기업의 CEO들이 중국에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일이 적을 뿐더러, 원칙 때문에 중국시장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는 일도 거의 없다"며 "WTA가 다른 스포츠 조직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아니면 (중국 압력에 굴복했던)NBA루트를 따를지 지켜봐야 한다"고 논평했다.

남자 투어를 주관하는 테니스전문가협회(ATP)는 펑솨이 안전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으나, 중국 경기를 보이콧하겠다고까지 주장하지는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육상협회(WA)도 지난달 30일 2023년 광저우에서 계주선수권 대회를 예정대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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