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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러니 적자 나지"…실손보험, 도수치료 1년간 7419만원 청구 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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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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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가입자 A(30)씨는 지난해 '사지의 통증'을 이유로 252차례 병·의원 진료를 받았다. A씨에게 지난해 지급된 보험금은 비급여진료비를 중심으로 7419만원에 달했다. A씨에게 지급된 실손보험 진료비의 97% 이상은 비급여진료, 이 중에서도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치료에 주로 쓰였다.

이 같이 치료효과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거나 비용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도수치료 등 비급여진료에 대한 과잉 보험금 지급이 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보험권에 따르면 실손보험 고액 수령자는 대부분 '1세대' 구(舊)실손보험이나 '2세대' 표준화실손보험 가입자들인 것으로 분석됐다. 2009년 9월까지 팔린 1세대와 이후 2017년까지 팔린 2세대 상품은 자기부담비율이 0∼20%로 낮아 과도한 이용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비급여진료는 이용량과 비용이 전적으로 의료기관 자율인지라, 지난 몇 년동안 청구액이 통제불능 상태로 급증하고 있다.

특히,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치료 등 근골격계 분야의 비급여 재활·물리치료는 연간 40% 안팎의 증가 추세다.

대형 5개 손해보험사가 지급한 비급여 재활·물리치료비는 2018년 2392억원에서 지난해 4717억원으로 늘어 2년동안 증가율이 97%가 넘는다. 도수치료의 경우 무분별하게 늘어나면서 소아과, 피부과, 산부인과에서도 시행하고 있으며, 의과가 아닌 치과에서도 청구 사례가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 내역만으로 환자의 상태나 치료내용을 단정할 수 없으나 방문 의료기관 종류와 주 진단명, 도수치료나 체외충격파 치료 같은 진료 항목을 볼 때 일부 고액 수령자의 과다 이용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험금 누수 책임을 보험료 인상으로만 메울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며 "보건당국이 비급여 과잉 의료를 제한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백내장수술 보험금 지급 1조 넘어설 듯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보험금은 2016년 779억원에서 2017년 1432억원, 2018년 2553억원, 2019년 4300억원, 2020년 6480억원으로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 연말까지는 1조1528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관측이다. 이는 올해 상반기 5개 손해보험사의 백내장수술 실손보험금(3430억원)을 토대로 올해 모든 보험사의 백내장수술 실손보험금을 추산한 것으로, 이렇게 되면 5년 만에 10배 이상 급증하는 셈이다.

백내장수술은 혼탁해진 눈의 수정체를 제거한 후 인공수정체로 교체하는 것으로, 수술방법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단초점렌즈 삽입술'과 '다초점렌즈 삽입술'로 나뉜다. 백내장 수술에 대한 실손보험금 청구 형태는 90% 이상이 의원급에서 시행하고 있다. 전체 청구금액 중 80% 이상이 비급여항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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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수술은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데 이 점도 보험사기에 악용되는 부분이다.

입원기간 동안 제공된 검사, 수술, 투약 등 진료의 종류나 양과 상관없이 미리 정해진 일정액의 진료비를 부담토록 하고, 환자에게 추가적인 비급여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비급여 대상 행위(비급여 검사, 다초점렌즈)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제도 변경이 이뤄진 2016년 1월 이후부터는 백내장 관련 비급여 검사비에 대한 보험금 청구가 급증했다. 고액의 다초점렌즈 삽입술에 대한 보험금 청구가 어려워지자, 비급여 검사 항목을 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결국 정부는 백내장 수술이 폭증하자, 지난해 9월부터 백내장수술의 비급여 검사(안 초음파, 눈의 계측검사) 항목을 급여화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청구 건에서 200만원대를 유지하던 다초점렌즈의 평균 값이 2020년 9월 이후 300만원 후반으로 훌쩍 뛰었다. 반면 비급여 검사비는 2020년 8월까지 40만~60만원대를 유지했으나 2020년 9월 급여화 이후 2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보험금 청구 행태는 제도가 변경될 때 마다 비급여 가격이 임의로 급변하는데도 이에 대한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면서 "(다초점렌즈 등) 비급여의 원가정보 조사·공개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사회적으로 합의 가능한 비급여 가격·사용량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실손보험 손실 규모는 2019년 말 2조3546억원, 2020년 2조3695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올해 그 규모가 3조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올 3분기까지 누적 실손보험 위험손해율(보험료 대비 지급액 비율)은 1세대(2009년 9월까지 판매), 2세대(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가 각각 140.7%, 128.6%를 기록했다. 보험사들이 가입자들한테 보험료로 100원을 받아서 각각 140원, 128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얘기다. 실손보험 손해율을 고려할 때 초기 상품인 1·2세대 실손보험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 자릿수 인상이 유력시 되는 상황이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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