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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차이나리포트] '트리플 악재' 마카오…카지노산업 '경고등' 켜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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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폭탄에···하루새 시총 23조 '증발'

카지노 중개업소 '정조준'·· VIP고객 실종

공동부유 외치는 習···카지노는 '필요惡'

非카지노 부문 거액 투자···'빚 폭탄' 부메랑으로

봉쇄령 해제가 급선무···규제 리스크 해소 기대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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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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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의 세 배 크기인 32㎢ 면적에 불과한 도시 마카오. 하지만 이곳엔 3만5000개 이상의 호텔 객실, 30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25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몰려있다. 게다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6배에 달하는 카지노 매출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2006년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매출도 추월한 마카오 카지노 산업은 호황을 누렸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 한해 매출만 360억 달러였다. 마카오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카지노는 마카오의 기둥산업이다.

그런데 최근 2년 새 마카오 카지노 경기가 차갑게 식었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11월 첫 3주 동안 마카오 카지노 하루 매출은 약 3000만 달러다. 코로나19 이전에 하루 1억 달러씩 벌던 것과 비교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봉쇄령으로 관광객이 줄어든 데다가, 현지 카지노법 개정, 중개업소 집중 단속 등 악재가 줄줄이 겹친 탓이다.
규제 폭탄에···하루새 시총 23조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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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마카오 현지에서 합법적으로 카지노장을 운영하는 사업가는 모두 6곳. 마카오 현지 카지노기업 SJM, 멜코크라운, 갤럭시와 미국계 기업인 윈마카오, 샌즈차이나, MGM차이나가 그들이다. 이들은 2002년 현지 정부로부터 20년 영업 허가권을 받아 마카오에서 모두 35개 카지노장을 운영하고 있다. 허가권은 내년 6월로 만료된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이를 호락호락 갱신해주지 않을 것이란 게 문제다. 지난 9월 마카오 정부는 돌연 카지노법 개정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공개된 카지노법 개정안 초안은 카지노 기업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카지노 기업에 마카오 정부 대표를 파견해 이사회·주주총회에 참가하도록 하고 △외국계 카지노 기업은 마카오 현지인의 지분율을 늘리고 △주주 배당금을 지급하기 전 현지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

마카오 카지노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특히 배당금 지급과 관련해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은 사실상 미국계 기업을 겨냥한 것이다. 마카오에서 카지노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본국으로 송금하기보단 마카오 경제에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게다가 카지노 사업 면허 갱신 조건을 검토한다는 내용도 초안에 담겼다. 순순히 카지노 영업 허가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도다. 허가권 기한도 기존 20년보다 짧을 수 있다.

이 초안이 발표되자마자 홍콩증시에서 6개 카지노기업 주가가 폭락하며 하루 새 200억 달러(약 23조8000억원)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JP모건의 한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를 통해 “(카지노법 개정안은) 투자자들이 마카오 카지노 산업 전망에 의심의 씨앗을 품게 했다”고 표현했다.
카지노 중개업소 '정조준'··· VIP고객 실종

두달 후 또 한번 폭풍우가 마카오 카지노 산업을 뒤흔들었다. 지난 11월 27일(현지시각) 마카오 '도박왕'으로 불리는 앨빈 차우(周焯華) 선시티(太陽城) 창업자를 원정도박 알선 등 혐의로 마카오 검찰이 구금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블룸버그는 "앨빈 차우의 구금은 9월 카지노법 개정보다 마카오 카지노 산업에 더 큰 충격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실상 마카오 카지노 기업의 모객을 돕는 정킷 산업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이다. 선시티는 마카오 최대 정킷업체다.

마카오 카지노 업계는 VIP고객을 알선해주는 중개업체, 이른바 정킷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정킷은 고객 항공편과 호텔을 예약해주고 대부업자와 연계해 도박자금도 대출해준다. 그러면 카지노 기업들은 VIP손님 판돈의 일정비율을 정킷에 수수료로 건네는 방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매년 30억 달러에 달하는 마카오 카지노 VIP고객 매출의 4분의3을 정킷이 기여했을 정도로 그 비중이 높다. 그런데 정킷이 중국 정부의 단속 대상이 된 것이다.

JP모건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선시티는 마카오 최대 카지노 중개업소로, 현지 정킷 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2019년 마카오 카지노 매출의 약 15%를 차지했을 정도다. JP모건은 앨빈 차우의 구금으로 마카오 정킷이 유치했던 VIP 매출이 몇 주 안으로 반토막나면서 2023년 VIP고객이 마카오 카지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2019년에만 해도 VIP고객 매출 비중은 15%에 달했다.

마카오 카지노사업자 6곳은 공식적으론 선시티 같은 정킷업체와 관계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수십년간 VIP 큰손에 매출을 의존해 온 건 사실이다. 올해 마카오 카지노 매출의 680억 달러 중 35%가 VIP에서 나왔다.

안젤라 한리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만약 정킷이 없으면 마카오 카지노 매출과 순익이 각각 34%, 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앨빈 차우 구금 소식이 전해진 지난 주말 마카오 카지노장의 VIP룸은 '텅텅' 비었다고 한다.
공동부유 외치는 習···마카오 카지노는 '필요惡'

이 같은 마카오 카지노 산업 규제는 올 들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모두가 잘사는 이른바 '공동부유'를 제창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중국 지도부 입장에선 돈 많은 VIP고객을 유치해 돈을 벌어들이는 마카오 카지노 산업이 눈엣가시였다.

사실 마카오는 카지노로 돈을 버는 부자 도시지만, 그만큼 빈부격차는 심각하다. 카지노 컨설팅사 아이게이믹스에 따르면 마카오 1인당 GDP는 1992년 1만2352달러에서 2020년 7만1924달러로 팽창했지만, 대부분의 부는 소수 부자들에게만 집중됐다.

게다가 마카오 카지노장은 이미 중국 본토 부자들이나 부패 관료의 '검은 돈'이 유입되는 채널로 이미 낙인 찍혔다. 마카오는 중국 본토처럼 1인당 연간 외환 송금 최대 5만 달러라는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에 중국 정부는 마카오 카지노가 중국 부자나 부패관료의 돈세탁, 탈세로 활용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며 단속을 강화해왔다.

향후 마카오 카지노장의 도박 자금 출처를 추적하기 위해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장려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는 장기적으로 마카오의 자금 흐름 유입을 제한할 것으로 우려된다.
非카지노 부문 거액 투자···'빚 폭탄' 부메랑으로

하지만 카지노는 마카오 경제를 먹여 살리는 기둥산업이다. 중국 지도부로선 사실상 필요악 같은 존재다.

중국 지도부로선 마카오 경제의 카지노 의존도를 낮추고 컨벤션, 스포츠, 레저,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관광 자원을 개발해 가족 단위 일반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관광도시로 발전시키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카지노 기업들에 카지노 이외의 다른 자원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도록 압박을 넣어왔다.

실제 카지노 기업들은 최근 대형쇼핑몰, 워터파크, 공연장, 테마파크, 컨벤션 등을 포함하는 복합 리조트를 건설하는 데 주력해왔다. 최근 오픈한 더 파리지앵 마카오, MGM코타이 리조트, 센즈코타이 센트럴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는 거액의 투자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과거 마카오 카지노 경기가 호황일 때만 해도 투자 회수 기간은 1년도 채 안 걸렸다. 2004년 문을 연 샌즈마카오는 단 1년 만에 2억5600만 달러 투자비용을 모두 회수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에 오픈한 윈마카오의 윈팔라스, 샌즈차이나의 더 파리지앵 마카오 등 리조트 사업은 원래는 10년 안으로 투자 비용을 회수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관광객이 급감하며 그럴 가능성은 낮아졌다.

한 전문가는 블룸버그를 통해 "앞으로 다시는 오지 않을 관광 피크(정점)를 위해 투자한 셈"이라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대신 거액의 투자는 빚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신규 리조트 건설로 마카오 카지노기업들의 부채는 5년간 꾸준히 늘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카오 카지노기업은 2017년 이후 현재까지 모두 286억 달러어치의 채권을 발행했다. 그간 발행한 채권 누적 발행액의 80% 이상에 달한다. 대부분의 상환 만기는 2024~2029년에 도래한다.

이들의 재무 건전성이 우려되며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윈마카오와 멜코크라운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기도 했다.
봉쇄령 해제가 급선무···규제 리스크 해소 기대감도

겹악재 속 마카오 카지노 경기 전망도 암울하다. 11월 S&P글로벌이 1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3분의1이 마카오 경기가 2024년까지도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 비관하기도 했다.

비관적인 전망 속 마카오 카지노기업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지난 2년간 마카오 6개 카지노기업의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 지수는 반토막 났다.

단기적으로 중요한 건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가 언제 풀리느냐는 것이다. 시장 정보업체 샌퍼드 번스타인의 비탈리 우만스키 선임 애널리스트는 "중국 본토와 홍콩 관광객에 마카오 빗장이 풀리면 카지노의 대중고객 매출은 그래도 내년 말이나 2023년 초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마카오 카지노법 개정안이 확정되면 규제 리스크가 해소돼 마카오 카지노 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baein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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