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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경제와 세상] 종부세에 대한 몇 갈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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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종합부동산세 논란이 뜨겁다. 세금 폭탄론은 예상되어온 반응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방어에 나섰다. 전 국민의 98%는 과세 대상이 아니다, 올해 고지세액의 88.9%를 다주택자와 법인이 부담한다고 한다. 이에 이런 숫자를 거론하는 데 대한 반박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어쨌든 논란의 프레임은 세금 폭탄이냐 아니냐 하는 데 묶여 있다.

경향신문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세금 폭탄론 공방이 지속되는 가운데, 종부세가 과연 이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커지는 중이다. 세금 폭탄론은 밀어두고도 현행 종부세 정책의 타당성을 묻는 몇 갈래 질문들이 있다.

첫째, 현재의 종부세가 보유세를 보편적 규범으로 정착시키는 방향을 취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보유세를 강화하려면 보편적 과세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종부세는 보편적 과세기반을 강화하는가?

21대 국회는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한 수단으로 종부세를 대폭 강화했다. 고가·다주택자에게는 최고 6% 세율을 적용하도록 하는 한편, 중저가 주택에는 공시가격을 조정해 재산세를 낮추기로 했다. 그런데 이러한 정치적 프레임은 조세의 정당성을 약화시킨다. 가격 상승에 반응한 조세정책은 가격 하락 시에는 또 다른 정치적 압력으로 이어진다.

보유세를 강화하려면 다른 선진국들처럼 비례세율 쪽으로 전환해가야 한다. 중저가 주택 소유주의 반발을 무마하는 임시방편으로는 과세기반을 넓힐 수 없다. 보유세를 서민과 부자를 대립시키는 정치 프레임에 넣지 말아야 한다.

둘째, 종부세를 부과하는 기준의 자의성에 대한 물음이 있다. 종부세는 공정한 세금인가? 세금은 국가가 민간으로부터 강제적으로 금전을 수취하는 것이다. 세금을 지속적으로 거두려면 정당성과 형평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보유세를 매기는 기준은 공시가격이다. 정부는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을 낱낱이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재 공시가격이 시장가격을 반영하는 비율은 정부가 핀셋 방식으로 조정해 왔다.

정부는 민원을 이유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밝히지 않다가 2019년 12·16 대책을 계기로 고가주택 중심으로 현실화율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소수 주택에는 중과세가 되지만, 주택 전체에 대한 실효세율이 정체·하락할 것이다. 과세기준의 형평성 문제는 더 악화되었다. 그간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차등적으로 진행해 왔다. 노무현 정부만이 예외여서 단계적 현실화 목표를 법에 규정했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는 다시 차등적인 공시가격 현실화 쪽으로 후퇴했다.

셋째, 종부세의 공동체적 지향성에 대한 질문이다. 종부세는 공동체 대안을 파괴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까지 주택공급은 민간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공공의 공급주체로는 LH와 광역 지자체의 공기업이 있다. 여기에 민간과 공공 사이에서 다양한 사회주택 또는 공동체주택에 대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서울시 사회주택은 오세훈 시장의 문제제기에 따라 위기에 처해 있다. 오세훈 시장은 사회적경제 주체의 영세성을 문제로 삼았고, 사업 운영주체들은 사회주택이 정치적 표적이 되었다고 반발했다. 여기에 종부세는 법인 형태로 공동체주택을 공급하는 실험에 결정적 타격을 입히고 있다. 개인들이 모여 공동주택을 만들고 공동체를 지속하기 위해 법인 소유로 등기를 한 경우 공시가의 6% 이상의 종부세가 부과된다. 종부세 때문에 주택협동조합은 해산하거나 주택을 멸실하는 수밖에 없다. 투기와 관련 없는 영세 임대사업자들도 사지에 몰려 있다.

현재의 종부세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잘 알 수가 없다. 지금의 종부세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모르겠다.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후보는 ‘종부세 전면 재검토’를 내걸었다. 이재명 후보는 국토보유세를 주장한 바 있다. 국토보유세는 토지세인데, 종부세는 건물에도 부과하며 모든 토지에 부과하지도 않는다. 정부와 민주당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종부세를 보완하고 대안을 낼 책임이 있다.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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