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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5]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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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정선의 '외로운 사람들'을 부르는 박창근.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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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의 시 ‘수선화에게’는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로 시작한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외로움은 숙명인지도 모른다. 이정선의 ‘외로운 사람들’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쩌면 우리는 외로운 사람들 만나면 행복하여도 헤어지면 다시 혼자 남은 시간이 못 견디게 가슴 저리네….” 첫 소절부터 울컥하게 하는 노래다.

십여 년 전인가, 가수 열병을 앓던 시절에 이정선 선생님을 찾아갔다. 방법도 모른 채 그저 열정만 넘쳐나던 시절이었다. 선생님은 노래를 잘하려면 말하듯이 해야 한다는 말씀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리고 어느 날 밤, 선생님이 부르는 ‘외로운 사람들’을 듣다 울어버렸다. 힘주지 않아도 목청 높여 외치지 않아도 노래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때로 힘을 빼고 진심을 전할 때 누군가의 마음에 더 깊게 가 닿을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이정선 선생님의 노래에서 느꼈던 감동을 지난주 방송된 ‘내일은 국민가수’의 박창근이 부른 ‘외로운 사람들’에서 또 한번 느꼈다. 경연에서 힘을 빼고 노래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어떻게든 돋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경연에서는 가창력을 뽐낼 수 있는 노래를 선택해 목에 힘줄 세워가며 노래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는 힘을 뺐다. 힘을 뺀 그가 우리에게 조곤조곤 말을 건네듯 노래했다. “거리를 거닐고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얘기들을 나누다가 집에 돌아와 혼자 있으면 밀려오는 외로운 파도….”

노래가 위로로 다가오는 건 노래에 담긴 진심이 전해질 때다. 어느덧 겨울이다. 누군가의 온기가 필요한 계절이다. 말하지 않거나 아닌 척할 뿐, 우리는 모두 외로운 사람들이다. 석가모니는 “인생은 고(苦)”라 했고, 니체는 “삶이라는 것은 심연 위에 걸쳐 있는 밧줄과 같다. 건너가는 것도 힘들고 돌아서는 것도 힘들고 멈춰 서 있는 것도 힘들다”라고 했다. 쉬운 삶은 없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엔 더욱 그렇다. 이제 그만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자. 힘든 시간 견디고 있는 서로가 서로에게 온기가 되어주자. 그렇게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자.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대중음악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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