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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한우의 간신열전] [111] 눈 밝음과 어두움<明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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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대통령 후보가 여당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큰 차이로 앞서다 보니 야당 후보 쪽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가나 보다. 선대위 구성을 놓고도 잡음이 들려온다. 이쪽 말 다르고 저쪽 말 다르다 보니 정치 경험이 없는 후보 자신도 어느 쪽이 옳은지 판단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공자는 제자 자장이 “눈 밝다[明]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라고 묻자 “부하들 간에 서로를 모해(謀害)하는 중상모략이 행해지지 않고 혈친들의 애끓는 하소연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정사(政事)는 밝다”고 했다.

김종인 박사를 모셔와야 한다는 주장이 옳을까? 모셔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옳을까? 둘 중 하나는 직언(直言)일 것이고 하나는 참소(讒訴), 즉 자기 이익을 위해 남을 헐뜯는 주장일 것이다.

사람 보는 눈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자부했던 조선 태종도 이 대목을 읽으며 “직언과 참소를 구별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고 실토한 바 있다.

그 해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후보 자신이 공심(公心)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곧 민심(民心)을 정확히 파악해 그것을 판단의 척도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는 ‘논어’ 속 공자가 말해준다. “말이 유창하다고 해서 그 사람을 받아들이지 말고 사람이 나쁘다고 해서 좋은 말까지 버리지는 말라.” 이와 짝을 이루는 공자의 말이 또 있다. “더불어 말할 만한 사람인데도 그 사람과 더불어 말을 하지 않는다면 사람을 잃는 것이요[失人], 더불어 말할 만한 사람이 아닌데도 그 사람과 더불어 말을 한다면 말을 잃는 것이니[失言] 사람을 볼 줄 아는 사람은 사람도 잃지 않고 말도 잃지 않는다.”

이때 “더불어 말할 사람”이란 곧 함께 일할 사람을 뜻한다. “말을 잃는다”는 쓸데없이 시간 낭비만 했다는 뜻이다.

이것이 안 되면 혼군(昏君)의 길에 들어서고 지난 4년 동안 보았듯이 간신 세상이 되고 만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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