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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의 100세 건강]여든에도 강서브… “테니스, 6개월 투자로 평생이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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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김두환 이사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양재스포타임 테니스코트에서 강력한 서비스를 구사하고 있다. 선수 생활 이후에도 평생 라켓을 놓지 않은 그는 “테니스는 재밌고 건강도 지키고 좋은 친구도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라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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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논설위원


축구선수를 한 아버지와 형의 피를 받아서인지 어릴 때부터 운동에 소질이 있었다. 중학교 때 연식정구를 시작해 고등학교 때 테니스로 바꿔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은퇴한 뒤에도 평생 테니스를 쳤다. 테니스는 삶의 활력소이자 건강 지킴이였다. 테니스 덕에 간암도 거뜬하게 이겨냈다. 한국 나이 80세인 김두환 장호테니스재단 이사장은 요즘도 50, 60대와 ‘맞짱’을 뜬다. 20세 이상 차이가 나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서울 양재 스포타임 테니스코트. 김 이사장은 회원들끼리 치른 혼합복식 경기에서 자로 잰 듯한 발리와 스매싱, 구석을 찌르는 좌우 스트로크에 강력한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선수 출신이라지만 평생 관리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플레이였다. 그는 “이렇게 테니스 치고 나면 날아갈 것 같다. 재밌고 건강도 챙기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최고의 스포츠”라며 웃었다.

김 이사장은 부산 동래고 시절 ‘서울 구경’을 이유로 테니스와 인연을 맺었다.

“중학교 2학년부터 연식정구를 했다. 고교 2학년 때인 1958년 전국체전 부산 예선에서 3학년 형들에게 졌다. 당시 서울은 외국만큼 가고 싶은 곳이었다. 그해 서울에서 전국체전이 열렸다. 한 지도자 선배가 ‘그럼 테니스로 바꿔라. 팀이 별로 없기 때문에 등록만 하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전국체전을 한 달 남기고 테니스로 바꿨다.”

전국체전에서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8강 이상을 살펴보니 다 3학년 형들이고 2학년은 없었다. 다음 해엔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해 겨울부터 테니스에 집중했고 다음 해 종별선수권과 전국체전 등 거의 모든 대회에서 우승했다. 1962년 테니스 시작 3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전국을 휘어잡으며 데이비스컵(남자 국가대항전) 대표로 활약했다. 1969년 전일본선수권대회 혼합복식에서 대한민국 사상 첫 테니스 국제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1971년 한일은행에서 선수생활을 마친 김 이사장은 은행 직원, 사업가, 스포츠 행정가 등을 거치면서도 테니스 라켓을 놓지 않았다. 그는 “테니스는 할수록 매력적인 스포츠다. 건강을 지켜주는 데다 테니스로 만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도 있었다”고 했다. 사업을 그만둔 뒤에는 대한테니스협회 전무와 부회장, 그리고 회장(1993∼2001년)까지 역임하며 테니스 발전을 위해 뛰었다. 당초 기업 출신이 협회 수장을 맡아야 하는데 여의치 않자 김 이사장이 회장직을 일부 기간 대신하다 결국 8년간 이끌게 된 것이다. 당시 협회 운영비가 없어 테니스인들을 주축으로 자립기금 모금 운동을 펼쳤고, 이런 노력에 정부 지원금도 받게 됐다. 8년간 22억 원의 테니스 발전 기금을 적립하고 물러났다. 그는 한국시니어테니스연맹 회장(2004∼2009년, 2012∼2015년)으로 노인테니스 발전에도 힘을 보탰다. 김 이사장은 현재 고 장호 홍종문 선생이 만든 장호테니스재단을 4년째 이끌며 유소년테니스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그가 왕성하게 활약하고 있는 원동력에 테니스가 있다. 김 이사장은 2006년 2월 간암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그해 가을 시니어국제테니스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빨리 극복했다. 그는 “테니스로 다져진 체력 덕분에 수술도 잘 견뎠고 회복도 빨랐다. 테니스는 내 생명의 버팀목”이라며 웃었다.

김 이사장은 주 1, 2회 지인들과 테니스를 친다. 한 번에 2시간에서 3시간. 아마추어테니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 위해 대부분 복식이나 혼합복식 게임을 한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테니스 친구들’과 좋은 인연이 이어진다. 그는 “테니스가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누구나 칠 수 있다. 6개월만 투자하면 된다. 다만 나이 들어선 과유불급이다. 적당히 쳐야 좋다. 건강 지키려다 오히려 망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골프도 주 1회 친다. 겨울엔 스키도 탔지만 이젠 위험해 그만뒀다. 이렇게 테니스와 골프를 즐기기 위해 매일 집 근처 서울 올림픽공원 몽촌토성 언덕길을 걸으며 체력도 키운다. 그는 “그래도 테니스가 가장 좋다. 힘닿는 데까지 치다 테니스코트에서 죽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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