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성추문 형 도왔다가… 쿠오모 동생도 CNN 앵커서 퇴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지난해 12월 성추행 폭로가 처음 터지기 전 기자회견을 하며 활짝 웃는 앤드루 쿠오모(왼쪽) 전 뉴욕주지사와, 2018년 CNN 연례행사에 참석한 동생 크리스 쿠오모 앵커의 모습. 뉴욕의 '파워 형제'로 일컬어지던 두 사람은 앤드루 쿠오모 성추행 사건으로 동시에 몰락하게 됐다. /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최고 정치명문가 출신의 스타 정치인·스타 앵커 형제가 동시에 끝내 몰락했다.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로 촉망받던 앤드루 쿠오모(63) 전 뉴욕주지사가 성추문으로 사퇴하고 단죄받게 된 데 이어 동생인 크리스 쿠오모(51) CNN 앵커도 형의 추문 은폐를 도왔다는 이유로 방송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미국 사회가 유명 인사의 성폭력과 부적절한 비호에 대해 얼마나 단호해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세계 최대 뉴스채널 CNN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저녁 9시 뉴스 ‘쿠오모 프라임 타임’을 진행해온 간판 앵커 크리스 쿠오모에 대해 무기한 정직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전날 뉴욕주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 자료에서 크리스가 친형인 앤드루 쿠오모 전 지사의 성추행 사건 무마에 광범위하게 개입한 사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크리스가 형에게 사건 대응을 조언해줬다는 정도는 알려졌지만, 이번 검찰 조사에선 그의 행위가 언론인 직업 윤리 위반에 피해자 2차 가해로까지 볼 수 있는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검찰에 따르면 크리스는 올 초 앤드루 성추행 폭로 사태가 커지자 다른 언론사의 보도 동향을 모니터링해 형의 보좌관과 공유했다. 그뿐만 아니라 성추행을 폭로한 피해자 관련 정보 수집을 통해 반격을 준비했으며 사퇴 요구를 일축하는 쿠오모 전 주지사의 입장문을 직접 써주기도 했다.

조선일보

지난 8월 미국 뉴욕주의 레티샤 제임스(중앙) 검찰총장이 3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성추행 의혹 조사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쿠오모 지사가 전·현직 보좌관을 성추행하고, 추행 사실을 공개한 직원에 대해 보복 조처를 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오른쪽은 연방검사 출신으로 이번 조사 책임자인 한국계 준 김(한국명 김준현) 변호사. 왼쪽은 함께 조사를 진행한 앤 L.클라크 변호사.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크리스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또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 “앞으로 보도할 내용에 대해 다른 언론인들과 대화하는 것은 일상적”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앞서 성추행 무마 개입 의혹이 처음 나왔을 때도 “가족을 보호하려고 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앤드루 쿠오모를 수사해온 뉴욕 검찰이 크리스에게까지 수사망을 넓히는 데도 CNN은 그를 옹호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언론인의 본분을 잊고 성추행 용의자인 가족의 이익을 앞세웠다”는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결국 그를 퇴출시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앤드루 쿠오모 전 지사는 지난해 12월 전직 보좌관을 시작으로 총 11명의 여성 직원 등이 성추행·성희롱 피해를 폭로한 후, 주 의회의 탄핵이 추진되자 지난 8월 사퇴했다. 당시 앤드루는 “여성들을 가볍게 껴안고 몸을 살짝 만지고 볼에 키스하는 것은 친근감의 표현일 뿐 성추행은 아니다”라며 “잘못한 게 없지만 뉴욕을 위해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그는 현재 A급 범죄로 기소됐으나 혐의를 계속 부인하면서 법정 소환을 거부하고 있다.

조선일보

지난 3월 잇단 성추행 폭로가 터져나오면서 수세에 몰린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 주지사가 뉴욕 올버니의 주지사 관저에서 누군가와 휴대전화를 하며 걸어가고 있다. 당시 동생이자 CNN 간판 앵커인 크리스 쿠오모가 형을 위해 폭로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타사 언론 보도 동향을 파악하면서 사퇴 요구를 일축하는 논리를 개발하도록 도운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 파워 형제’의 급속한 추락은 미국에서도 매우 충격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쿠오모 전 지사는 지난해 3월 코로나 팬데믹의 세계적 진앙이 된 뉴욕의 방역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미국의 주지사’란 찬사를 들으며 민주당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당시 뉴욕의 방역 상황을 매일 직접 브리핑하던 형 앤드루가 동생 크리스의 프로그램에 출연, “뉴욕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건 알지만, 아무리 바빠도 엄마한테 전화는 하라”(크리스) “인터뷰 전에 전화했다. 어머니가 제일 사랑하는 아들은 나라던데”(앤드루)라고 대화해 화제가 됐었다.

형제의 추락으로 인해 쿠오모 가문도 예상보다 빨리 몰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의 쿠오모 가문은 미 케네디가와 부시가와 더불어 대표적 정치 명문가로 꼽혀왔다. 이들의 아버지 마리오 쿠오모(2015년 사망)는 이탈리아계로 1980~90년대 뉴욕주지사를 3연임 하며 민주당 대선 주자로 거론됐던 거물이다. 2남 3녀 중 장남인 앤드루 쿠오모는 아버지의 후광으로 정치에 입문 후 케네디가 여성과 결혼한 뒤 클린턴 정부 주택도시개발부 장관과 뉴욕주 검찰총장을 거쳐 아버지처럼 뉴욕주지사를 3연임 했다. 차남 크리스는 ABC 기자를 거쳐 2013년부터 CNN에서 스타 앵커로 활약했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