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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포 장릉 사태에서 배워야 할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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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문화재청장이 지난달 17일 김포 장릉 주변의 아파트를 철거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철거 대상 아파트가 위치한 곳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이며, 이 지역에서 높이 20m 이상의 건물을 지으려면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나 해당 건축물은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반해 인천광역시 서구청은 지난달 23일 인천도시공사가 2014년 검단신도시 택지개발사업에 대한 현상변경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해당 아파트는 무허가 건축물이 아니라고 공식 발표했다.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문화재청과 그 아파트의 사업 승인을 해준 서구청이 서로 네 탓이라고 하면서 맞서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수분양자는 아파트가 철거돼 내 집 마련의 꿈이 사라지지 않나 걱정이 태산이다. 문화재청과 서구청 모두가 놓치고 있는 것은 김포 장릉 문화재 보호를 위해 적법한 조치를 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문제가 되는 아파트가 위치한 곳이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지정됐어야 문화재청장이 허용 기준에 따라 그 지역에서의 건축 행위 등에 대한 허가를 할 수 있다.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의 지정 효력이 있으려면 인천시장이 '토지이용규제 기본법'에 따라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의 지형도면을 고시하고, 서구청장이 그 내용을 국토이용정보체계에 등재했어야만 한다.

그동안 서구청장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이 사건이 불거지고 난 뒤 올해 11월이 돼서야 문제의 아파트가 있는 곳이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임을 토지이용계획확인원에 표기했다. 서구청장이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의 지형도면 고시에 대해 인천시장이 자신에게 통보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내용을 국토이용정보체계에 등재하지 못했다고 말한다면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인천시장 역시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지정을 요구받은 적이 없고,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경계를 시장이 조례에 따라 축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사건 지역을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지정·고시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책임을 묻기 어렵다.

그렇다고 문화재청장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인천시에서의 개발사업 모두를 문화재청장이 알 수도 없기 때문이다.

2019년 3월 사업시행자는 서구청의 주택사업계획 승인에 따라 공사에 착수해 이미 아파트 골조 공사를 다 마쳤다. 올해 11월에서야 토지이용계획확인원에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이 표기된 상황에서 이 아파트를 철거할 수 있을까?

문화재청장은 지난달 17일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내 허용 기준을 전수조사해 적정성을 검토하고 합리적인 조정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문화재청장이 말한 허용 기준에 대한 적정성 검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보호받아야 할 지역 중 방치된 곳이 있는지와 그 대책 마련이다. 시도지사는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서 빠진 곳이 있으면 문화재청장과 협의해 추가 지정을 하고, 시장·군수·구청장은 그 지정 내용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국토이용정보체계에 등재해야 한다.

이번 김포 장릉의 문제는 피할 수 있었던 인재 사고다. 위법행위에 대한 사법당국의 처벌보다는 문화재청과 지방자치단체의 협조에 의한 위법행위 예방만이 문화재 보존의 지름길임을 일깨워준 사건이다.

[이명훈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한국도시부동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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