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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김창균 칼럼] 윤석열 캠프에서 김칫국 냄새가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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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이준석과 감정 싸움

여당 놔두고 식구끼리 험담

人事는 국민 마음 얻는 수단

尹 후보는 편한 사람만 골라

선거 만만히 봐 생기는 일

싸늘해진 민심 눈치 못 채나

조선일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1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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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뒤끝 처신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는 “주접을 떤다”는 심한 말을 퍼부으며 윤석열 캠프에 등을 돌렸다. 자신도 함께 마시려 했던 우물에 침을 뱉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종인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했느냐는 판단부터 의견이 분분했다. 다만 김종인 영입이 무산되면서 윤석열 리더십에 생채기가 난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를 총괄 선대위원장으로 하는 캠프 설계도를 제시한 것은 윤 후보 자신이었다. 결과적으로 김종인 원 톱과 맞바꾼 셈이 된 김병준·김한길 투톱은 캠프에 무슨 보탬이 될지도 설명이 안 된다. 두 사람의 인선은 국민에게 전혀 감동을 주지 못했다.

당초 윤 후보와 윤 후보 측근들은 대선 때마다 승자 편에 속했던 김종인 카드를 어떻게든 손에 쥐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선거 판이 쉽게 이길 수 있는 것처럼 흘러가자 버겁고 골치 아픈 상전을 내치는 쪽으로 마음을 고쳐 먹은 듯하다.

이준석 대표의 당무 보이콧 시위는 철부지 투정으로 비친다. 집안 대사를 앞두고 가족 전체가 손님 맞이에 정신이 없는데 장남이 “내 밥상 누가 치웠냐”고 어깃장 놓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정권 교체라는 당의 지상 과제보다 개인 정치를 앞세웠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그러나 이 대표가 피해 의식을 갖도록 몰아간 책임은 윤 후보 쪽에도 있다. 윤 후보는 하필 이 대표가 지방 출장을 간 날에 기습 입당한 것을 비롯해서 ‘이준석 패싱’을 의심할 만한 일들을 벌여 왔다. 윤 후보 측은 이준석 대표를 ‘버릇없는 어린 것’ 취급하며 길들이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 윤 후보가 이 대표 반대를 무시하고 영입한 인사가 “나도 30대 아들이 있다”며 당대표를 애 취급하는 것이 그런 정서를 대변한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서울 보궐선거 때 2030 시민 유세단을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늙고 낡은 야당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 윤 후보가 대선 승리를 위해 당의 모든 역량을 끌어모으겠다는 절실한 심정이었다면, 그래서 이 대표를 자신의 취약 포인트인 젊은 층 공략에 도움을 줄 소중한 자산으로 여겼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요즘 야당 사람들은 이재명 여당 후보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치고받느라 바쁘다. 마이크에 대고 같은 편 험담을 하고, 익명 인터뷰로 동료 등에 칼을 꽂는다. 이런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는 원인은 한 가지다. 대선 승리가 눈앞에 다가온 것으로 착각하고, 전리품을 서로 챙기느라 아귀다툼을 벌이는 것이다.

경선 이후 윤 후보가 내놓고 있는 각종 인선에도 비슷한 상황 인식이 드러난다. 정치인이 하는 인사에는 국민 마음을 얻기 위한 메시지가 담겨야 한다.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면 더욱 그렇다. 미국 대선 후보는 배경과 성향 면에서 자신과 대비되는 러닝메이트를 고른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효과도 있고, 포용력과 유연성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그런 의외의 선택은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윤 후보는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한 사람을 골라 쓴다. 이런저런 물의와 관련돼서 평판이 안 좋은 사람들을 쓰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다. 국민 눈을 신경 쓰는 감수성이 부족하거나, 어떻게든 선거는 이길 것이라는 방심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조선일보

김창균 논설주간


선거 초반 판세는 윤 후보 쪽 흐름인 것이 맞는다. 후보 개인 경쟁력 덕분이 아니다. 운동장이 윤 후보가 골을 넣기 쉽게 기울었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 여론이 상당히 큰 차이로 정권 유지 여론에 앞서고 있다. 여당은 텃밭인 호남 인구가 영남의 절반에 못 미치는 핸디캡을 극복하려면 수도권에서 적어도 5%p이상 우세를 점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 때문에 서울 민심은 야당 쪽으로 기울었고, 이 후보가 지사를 지낸 경기도마저 백중세다. 여당은 청·중년층, 야당은 장·노년층에서 늘 강세였는데 20대가 보수색을 띠면서 세대별 구도도 야당에 유리한 편이다.

경선 직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가 이런 선거 구도를 확인해 주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윤 후보 집안 사람이 선거 승리를 확신하더라는 말도 돌아 다닌다. 정치 세력이 민심을 자기 주머니 속 공깃돌 취급하는 순간, 민심은 싸늘하게 돌아서서 심판을 준비한다. 한두 주 새 발표된 여론조사에 이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캠프 사람들은 대선 축하 떡을 이미 예약해 놓은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그래서 서로 먼저 떠먹겠다고 국자 싸움을 벌이는 김칫국 냄새가 사방에 진동한다.

[김창균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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