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사설] 불평등 완화·코로나 이후 대전환 준비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선택 2022]④경제·노동

[경향신문]

경향신문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지난달 9일 열린 ‘불평등끝장 2022대선유권자네트워크’ 발족 기자회견에서 노동·시민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선유권자 네트워크는 △사회보장 국가책임 강화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주거 불평등 해소 △비정규노동자의 고용안정 및 차별해소 등 3대 방향 13개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경제에도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은 국내 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내수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집값 급등과 일자리 부족으로 시민의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다. 10년 뒤 잠재성장률이 1% 아래로 떨어진다는 전망이 나왔다. 차기 대통령은 팬데믹으로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면서 모든 경제 주체가 고르게 경제활동의 성과를 가져가도록 하는 경제민주화까지 이루는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집값 안정과 가계부채 감소가 발등의 불

2022년 대선의 중요한 의제 중 하나는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해소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주거권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 자산 불평등까지 심화시켰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17년 4월 5억6774만원에서 지난 10월 11억4066만원으로 103%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30%가량 상승했고, 소득 증가율은 17.8%에 그쳤다. 지방의 집값 상승률은 서울의 절반 수준이다. 집값 급등은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켜 사회 갈등을 야기한다. 차기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로 집값 안정이 떠오른 이유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30% 넘게 불어나 1845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규모를 줄여나가는 것도 숙제다.

코로나 팬데믹은 모든 경제 주체들을 어렵게 했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약자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자영업자 도산이 잇따르고 청년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 불안은 플랫폼·특수고용 등 제도권 밖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를 양산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11월 기준 플랫폼노동자가 전체 취업자의 8.5%인 2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1년 만에 약 40만명이 늘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특수고용노동자는 50만여명뿐이다. 이들을 보호하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은 발등의 불이다.

취약계층에서도 노인 빈곤은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2020년 기준 34.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4.7%)의 두 배 이상으로 회원국 중 1위다. 고령층 노동은 청년층과 일자리를 두고 다투는 ‘세대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고령층과 청년 등 취약계층 빈곤을 해소할 대책이 필요하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이 기본소득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차기 대통령이 이를 보완해 정책으로 실현하기를 기대한다.

사회 최약자인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대책 없이는 불평등 완화를 논의할 수 없다. 전체 사업장의 70%, 전체 노동자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이들은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조차 누리지 못한다. 산업재해로부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과 내년 1월27일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서둘러 이들에게 법적 보호망을 씌워주어야 할 이유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올해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했지만, 노동 분야는 여전히 후진국이다. 그런데 대선 후보들의 인식 수준은 낮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최근 “정부의 최저시급제, 주 52시간 제도 등은 대단히 비현실적”이라며 “철폐하겠다”고 했다. 주요 제도를 두고 개선이 아닌 철폐를 언급한 것은 노동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다. 이런 관점으로 허다한 노동 현안과 불평등 문제에 어떻게 대처한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차기 정부의 현안 중 대표적인 게 노동시간 단축이다. 유럽은 1993년부터 주 35시간제를 채택했고, 주 4일제도 확산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주 4일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제도 도입 논의를 차분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

탈탄소, 노동자 피해없게 정의로운 전환을

코로나 팬데믹은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산업 전환(탈탄소 전환)은 사회·경제 전반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나 지역사회에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교육훈련과 재정지원으로 뒷받침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해야 한다.

주력 산업의 구조 변화도 시급하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은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문화콘텐츠기술(CT) 등을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지금 한국 경제 주력 산업의 청사진은 20년 전에 나온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최근 요소수 품귀 사태에서 보듯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생존하려면 기업과 정부의 협업이 중요하다. 세계 8위 무역대국에 걸맞은 통상외교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비상상황에서는 정부 재정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 방역과 치료에 만전을 기하고, 형편이 어려운 시민을 보호하고, 기업의 생산활동을 지원하려면 당연히 재정이 더 들어간다. 경제관료들은 여전히 재정건전성을 앞세우고 있다. 치열한 토론과 설득을 통해 확대재정을 이끌어내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여야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매우 모호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경제를 살리고 불평등을 완화할지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대전환기에 맞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차기 정부를 이끌어가겠다는 대선 후보의 책무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 [뉴스레터] 식생활 정보, 끼니로그에서 받아보세요!
▶ [뉴스레터]교양 레터 ‘인스피아’로 영감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