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이보다 잘 있을 수 없다" 이준석, 부산 이어 순천 빵집서 포착

댓글 18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30일 공식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휴대전화를 꺼두는 등 선대위 보이콧을 선언했다. 당은 술렁였고, 이 대표의 진의를 놓고 온갖 해석이 난무하며 ‘잠적설’까지 퍼졌다. 그랬던 이 대표는 1일 언제 그랬냐는 듯 부산과 전남 순천에서 사실상의 공개 행보를 했다. 이날 오후 근황을 묻는 중앙일보에 “이보다 더 잘 있을 수는 없다”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당내에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종잡을 수 없는 행보로 윤석열 대선 후보 측을 압박하는 것 같다”(국민의힘 3선 의원)는 반응이 나왔다.

중앙일보

이준석(오른쪽) 대표가 1일 부산 사상구 사무실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김용태 청년최고위원. 사진 국민의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쯤 부산 사상구의 장제원 의원 지역 사무실을 찾아 당직자들과 ‘인증샷’을 찍었다. 사진에는 홍보 벽보 속의 장 의원 얼굴도 또렷이 담겼다. 당 대표실은 “이 대표가 격려차 방문했고 당원 증감 추이 등 지역 현안과 관련해 당직자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공지했다.

예고에 없던 방문 사실이 알려지자 장 의원은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복수 당 인사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사무실에 잘 들렀다가 돌아간다”는 취지로 장 의원에게 말했고, 통화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중앙일보

현장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대선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은 총 14명이다. 이 대표가 이중 유독 장 의원의 사무실을 찾아간 것을 두고 당내 해석이 분분한데, “의도성이 다분하다”는 반응이 많다. 앞서 후보 비서실장으로 거론됐던 장 의원은 자신의 거취가 논란이 되자 11월 23일 “윤 후보 곁을 떠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장 의원이 여전히 선대위의 ‘막후 실세’라는 취지의 의혹이 제기됐고, 장 의원은 “음해성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달 30일에는 이 대표의 잠행에 대해 “후보 앞에서 영역 싸움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당 관계자는 “윤 후보 선출 뒤 청년 책임 당원들의 탈당 문제 때문에 당이 소란스러웠는데, 굳이 당 대표실이 ‘당원 증감 추이를 논의했다’고 콕 집어 공지한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의 측근으로 자신과 관계가 껄끄러운 장 의원의 사무실을 이 대표가 일부러 찾아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는 뜻이다.

전날 부산에 도착한 이 대표는 당일 오후 7시엔 부산 해운대 인근에서 이성권 부산시 정무특보와 저녁 식사를 하며 지역 현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 오후 9시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나 30분가량 차담을 나눴다. 정 전 의장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대선과 당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며 “당 내분으로 비치지 않도록 후보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이 대표의 모습은 전남 순천에서 포착됐다. 동행 중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 김용태 최고위원도 함께 였다. 이 대표는 지역 당협 위원장인 천하람 변호사와 만났는데, 순천의 한 제과점에 있는 모습이 지역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오후 다섯시쯤엔 전남 여수의 한 카페를 들렀다고 한다.

이 대표가 두 번째 행선지로 호남을 택한 것을 두고도 당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한 당직자는 “순천은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2014년 보궐선거에서 예상을 뒤집고 당선됐던 곳이다. 호남 표심을 자극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 대표 패싱 논란’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있었다. 지난 7월 30일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지역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입당해 패싱 논란이 일었는데, 당시 이 대표는 순천에서 소상공인과 간담회를 하고 있었다. 윤 후보의 '기습 입당'논란을 상기시키려 순천을 찾았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중앙일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박 3일 충청 방문' 마지막 날인 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신부동 문화공원 인근 카페에서 청년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대표의 돌출 행동을 놓고 당 일각에선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야권 인사는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 전부터 주변에 선대위 상황에 대한 불만을 여러 차례 얘기했다”며 “윤 후보 측이 선대위 운영 개선 등의 액션을 취하길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른 패싱 논란으로 궁지에 몰린 이 대표가 당 밖에서 존재감을 과시한다는 해석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20·30세대의 지지가 무기인 이 대표가 잠행을 통해 언론의 주목을 받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투명해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영입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이 대표의 초강수라는 견해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은 3일 정 전 의장이 주관하는 토크쇼에 참석하는데, 당에선 이날을 김 전 위원장이 합류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여전히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해야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의 나 홀로 행보가 길어질수록 당과 윤 후보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당내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중진의원은 “후보에게 집중돼야 할 관심을 당 대표가 가로채는 형국인데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며 “이른 시일 내로 상경해야 당이 충격을 추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충남 천안을 방문한 윤 후보는 이 대표에 대해 “당에서 듣기로는 당무를 거부하는 상태가 아니다”며 “좀 리프레시(재충전)하기 위해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야당이 난리 통인 사이 윤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지지율 역전을 당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이날 채널A-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 지지율은 35.5%, 윤 후보 지지율은 34.6%로 0.9%포인트 격차였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윤 후보 선출 뒤 윤 후보 지지율이 이 후보보다 낮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 참고)

손국희 기자, 부산=김기정 기자 9key@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