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중대재해법 경영책임자 의무 위임 불가피…엄격 제한해야"(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내년 1월 시행 앞두고 학계·법조계 등 학술대회
"법적으로 권한 분배 금지 않는 이상 위임 인정"
"대표 권한 제한 등 실권 가진 경우로 한정해야"

뉴시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대비 공동학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2.01. bjko@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책임 의무를 위임할 경우 그 요건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행법상 경영책임자의 정의가 모호해 다양한 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면책 사유를 극히 예외로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용노동부와 법무부는 1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중대재해법 시행에 대비한 공동학술대회에선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김용희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는 토론에서 "중대재해법상 의무와 책임 주체는 원칙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며 "최종 의사결정권자에게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는 법 취지에 비춰 볼 때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책임 주체로 인정하는 것은 매우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는 내년 1월27일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법리적 쟁점을 짚고 재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이 확인되면 처벌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상에도 안전 의무 미이행에 따라 법인과 안전보건 책임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지만, 이를 직접적인 의사 결정권을 가진 최고경영자(CEO)나 경영책임자 등에 적용토록 했다.

그러나 경영책임자에 대한 해석,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의무, 인과관계 입증 등을 두고 규정이 모호해 기업 현장에선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가령 중대재해처벌법은 형사처벌 대상을 '경영책임자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후자의 경우 권한·지위에 대한 설명이 모호해 의무를 위임하는 경우가 불가피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에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의무 위임이나 대표이사급에서의 권한 분배에 대해 특별히 금지하고 있지 않은 이상 실질적 권한 분배와 행사의 업무적 처리 방식을 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법의 일반이론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책임자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대표이사가 모든 책임을 지게 된다는 인식이 법 제정 이후 광범위하게 확산해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 등이 책임자를 분명히 할 수 있는 증명자료나 규정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대비 공동학술대회'에서 안경덕(왼쪽 다섯번째부터) 고용노동부장관,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 박범계 법무부장관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2.01. bjko@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중대재해법이 정한 조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선 조직, 인력, 예산 등에 관한 결정권이 필요해 대표이사로부터 안전보건 관련 최종 의사 결정권을 위임받았다는 것이 입증되는 경우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인정될 것"이라며 "대표이사의 권한을 상당히 제한할 정도의 실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노사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노동계는 어떠한 경우에도 경영책임자의 면책은 불가하다는 입장인 반면 경영계는 법적 정의가 불명확해 혼선이 빚어질 것을 우려했다.

문성덕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실장은 "어떠한 경우에도 기업 경영자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행위로부터 면책될 수 없다"며 "중대재해는 이익산출과 안전 비용을 교량하는 의사결정 구조로 인한 것으로 이를 만든 기업과 경영자들에게 책임이 돌아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 귀결"이라고 말했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본부장은 "법률 내용만으론 의무주체를 파악하기 어렵고 경영책임자 정의 규정은 시행령에도 없어 고용노동부 해설서를 참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해설서에서도 법 취지에 부합하는 자를 경영책임자로 선임한 경우 사업대표가 법상 의무주체 및 처벌 대상에서 면제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만약 사업대표와 이에 준하는 자 모두 경영책임자라면 이는 법 제정 취지와 문언적 의미를 벗어난 정부의 자의적 판단"이라며 "선택적 의미로 해석하지 않을 경우 범죄 구성 요건을 유추해 적용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산재의 근본적 원인은 노사 모두 안전보건을 경시하고 속도와 비용 절감을 우선으로 하는 사회 풍조와 조직 문화에 있다"며 "특히 산업안전 보건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낮은 관심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계기로 기업이 안전보건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사업장에서 모두가 안전 수칙을 준수하며 일하는 환경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현대 산업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위험이 상존하는 바 안전을 위협하는 환경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책임에 상승하고 국민의 법 감정에 맞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을 재정립하고, 상습적 중과실, 악의적 과실로 인한 중대재해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권기섭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중대재해처벌법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정책'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진행했다.

권 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의 궁극적 목표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규정의 준수와 의식 및 관행 개선을 통한 중대재해 감소에 있다"며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선 규정 미준수에 대한 묵인과 위험의 방치를 방지하는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핵심은 경영책임자와 현장 종사자 간의 소통과 공감에 있다"며 "법 제정 취지에 따라 산재 예방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관심과 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용부와 법무부는 이날 학술대회에서 나온 논의 등을 토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 뉴시스 빅데이터 MSI 주가시세표 바로가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