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단독]‘대통령 아들’ 문준용 “누구 아들이라 봐주는 세상 아냐”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이스] 작가 문준용 인터뷰


그림자. ‘그림자’는 미디어 아티스트 문준용(39)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대통령 아들로서의 인생 명암(明暗)이 작품에 영향을 끼친 걸까.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정치적 명운과 상관없이 10년 넘게 작품에 ‘그림자’를 담아왔다. 2010년 미국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 졸업작품 ‘Augmented Shadow’(증강 그림자)부터 올해 6번째 연작까지, ‘그림자’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다. 문 작가를 비판하든 지지하든 그의 작품 세계는 정작 모르는 사람이 많다. 작품보단 그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에 더 관심이 많아서다.

문 작가는 지난달 20일부터 열흘간 경기도 파주 스튜디오 ‘끼’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최근 문화예술위원회 지원금을 받은 작품을 전시했다. 약 1500명이 작품을 보러왔다고 한다. 기자도 이틀간 전시장을 찾았다. 문 작가는 줄곧 전시장을 지키며 관람객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중앙일보

‘Augmented Shadow - Inside’(2020). 그림자 속 인물들이 컬러로 변하면 관객들은 적대감을 거둔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시장은 단출했다. 25평(약 83㎡) 남짓한 전시장 입구엔 축하 화분 3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중 가장 작은 화분에 ‘전시 축하드립니다. 문재인 김정숙 대통령 내외’란 문구가 적힌 분홍 리본이 달려 있었다.

인터뷰는 두시간쯤 이어졌다. 작품은 작품대로, 논란은 논란대로 물었다. 대답은 거침없었다. 민감한 현안엔 즉각 “노코멘트”했다.



‘작가’ 문준용이 만든 작품들



Q : 개인 유튜브 채널 주소명이 ‘주니 반골’(joonybangol)이다. 본인 성격을 말한 건가.

A : 20대 때 지었다. 그땐 '반골' 같은 게 멋져 보이고...그랬던 거 같다. 그걸 또 캐치해냈나.

Q : 2010년 ‘Augmented Shadow’(증강 그림자) 제작 당시, ‘증강’ 개념은 흔했나.

A : 잘 없던 시절이다. 단어 자체는 있었다. ‘Augmented Reality’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아카데미(학교)에서 다룰 만큼 새로운 개념이었다. 또 10년 전엔 기술적 제약이 많았다. 영상 화질, 정교함에 제약이 많았다. 구현할 수 없는 게 많았고. 제작 난도가 높았다. 그때부터 아이디어를 모아서 관련 작업을 조금씩 했다. '가상이 현실에 겹쳐질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궁금해하며 이 주제를 다뤘다.

Q : 8년 뒤 세 번째 연작 ‘Hello, Shadow!’(2018)를 냈다. 어떻게 발전시켰나.

A : ‘Hello, Shadow!’는 가상현실 센서를 처음 썼던 작품이다. 시제품 같은 것이라 모든 게 단순했다. 이 기술이 얼마나 정교한지, 안정적인지, 뭘 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단계였다. 그때 확인한 걸로 이후에 더 많은 걸 만들었다.

Q : ‘Augmented Shadow - Inside’(2020)는 전작보다 인터랙션(interaction)이 강화됐다.

A : ‘Inside’에선 시선에 따른 다양한 ‘리얼리티(reality)’를 담아냈다. 그림자 세계 속 흑백 인물들과 관객이 서로를 쳐다보게 만들었다. 관객들은 이들에게 적대감을 갖거나 경계하는데, 그 인물들이 컬러로 바뀌면 적대감을 거둔다. 관객은 창문 등 구조물 안팎에서 그림자들을 마주하며 여러 ‘리얼리티’가 겹쳐진 세계를 한 공간에서 경험한다. 관람 위치·시점·시선에 따라 다양한 리얼리티가 있음을 느낀다. 미스터리나 스릴러 같은 무드를 느끼도록, 의도적으로 그림자 인물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중앙일보

'별을 쫓는 그림자들'(2021). 동화 같은 이야기 속 그림자들이 손흔들며 작별인사를 건네자 관객들도 함께 손 흔든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지금 말한 ‘리얼리티’(Reality)라는 말의 뜻은?

A : 흔히 말하는 ‘진실’이란 개념은 아니고, ‘얼마나 현실에 실재하는 것처럼 느끼는가’를 표현한 말이다. 기술을 써서 ‘가상’을 ‘진짜’처럼 만들면 ‘우리가 이걸 얼마나 현실로 느끼는가’ 이런 의미에서 쓴 말이다.

Q : 이번 전시작 ‘Augmented Shadow - Chasing Stars In Shadows’(별을 쫓는 그림자들)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담겼다. 서사에 힘을 준 건가.

A : 판타지나 동화로 설정했다. 그런데 이야기만이 핵심은 아니다. ‘가상을 얼마나 현실로 느끼는지’, ‘관객이 얼마나 가상에 몰입하는지’, ‘기술이 이를 얼마나 구현할 수 있는지’ 세 가지를 동시에 고려해 작업했다. 인터랙티브 예술이 영화 같은 서사 기반 창작물과 다른 지점이다. 기술적 구현 가능성과 서사 전개가 맞물려야 한다.

Q : 전작들보다 더 적극적인 관객참여를 유도한 걸로 보인다.

A : 분량이 길다. 약 15분인데, 관객들이 크게 반응하는 지점이 달랐다. 작품과의 인터랙션(상호소통)은 관객이 하기 때문에 내가 의도한 대로 반응할지 미리 알 수 없다. 그런데 예상보다 더 다양한 지점에서 작품과 교감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마지막엔 그림자 속 인물들이 손 흔들며 떠나는데, 함께 손 흔드는 관객도 많았다. 장비도 많이 들어갔다. 대당 2000~3000만 원짜리 프로젝터 5대, 게임처럼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영상을 공간에 채우려 FHD 영상 5개를 쏘는 하드웨어도 필요했다. 증강현실 게임에서 쓰는 위치추적 센서도 활용했다.

중앙일보

문준용 작가는 '박수근, 빛 고을'(2020)에서 박수근 화백의 평면 회화 이미지를 3D로 구현했다. 박 화백 캐릭터는 옆·뒷모습 등 다양한 이미지가 남아 3D작업이 수월했다고 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빛과 그림자에 천착하는 이유는.

A : 빛은 다들 기본적으로 좋아한다. 그림자는 그렇지 않다. 마술처럼 느끼거나. 판타지를 연상하거나, 심지어 영적인 개념으로도 인식한다. 증강·가상현실 개념도 그렇다. 신기한 판타지, 마술로 여긴다. 그래서 둘은 특성이 잘 맞는데, 다른 지점도 있다. 보통 증강·가상현실은 ‘비인간적’, ‘기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에 그림자의 감성을 입히면 시(時)적인 증강·가상현실이 만들어진다. 이전에 우리가 경험할 수 없던 새로운 감정을 구현할 수 있다. 앞으로 이 기술과 감성으로 무엇을 할지 여러 가지를 시도 중이다.

Q : 전시장 입구에 문 대통령 내외 화환 보인다. 전시 다녀갔나.

A : 두 분 다 오셨다.

Q : 두 분의 감상평은.

A : “아이고, 아들 고생했네” 그러셨지…재밌어하셨다.

Q : 평소 부모님과 작품 이야기 자주 주고받나.

A : 자주 얘기 안 나눈다. 특히 아버지랑은 얘기 잘 안 한다. 그렇지 않나.

Q : 지난해엔 박수근 작품을 3D로 재탄생시켰다.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A : ‘박수근 빛 고을’(2020) 작업은 2D 평면 이미지를 3D 모델로 바꾸는 게 중요한 과제였다. 원화가 2D로만 남아있고, 특히 이 경우처럼 원화 작가가 더는 존재하지 않을 땐 재해석이 필수다. 가령 캐릭터 정면 이미지만 남아있으면 옆·뒷모습을 상상해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박수근 화백 그림은 같은 캐릭터가 여러 그림에 반복해서 나온다. 인물의 옆·뒷모습이 원화로 남아있다. 재해석이 필요 없다. 그래서 작가 의도 그대로 수십 년이 지나 3D로 구현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박수근 화백은 오래전에 이런 니즈(needs)를 예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더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중앙일보

문준용 작가는 그간 정치인들과 SNS상에서 설전을 벌였다. 그는 설전 이유에 대해 "최소한의 자기방어 차원"이라고 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0년 차, 성과 있지만…‘이제 작가로 쳐줄게’ 정도 수준”



Q : 2015년 게임 회사 차렸다. ‘경로 이탈’인가.

A : 아니다. 주로 하는 작업이 증강현실, 인터랙티브 미술이다. 게임과 거의 ‘옆 동네’다. 겹치는 부분이 많다. 원래 게임 기법으로 작품을 만들어서, 파인아트(순수미술)에서의 경험치를 게임 쪽에서 원하기도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게임 쪽에 넘어갔다. 그쪽에서 게임 기법을 더 많이 익혔고, 다시 돌아와 작품에 게임적 요소를 더 녹였다. 앞으로 미술 작품은 미술관에만 있지 않을 거라고 본다. 예술작품이 게임으로 출시될 수도 있다. 반대로 게임도 예술로 취급되거나, 예술적 개념이 담긴 게임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Q :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어느 정도 위치라고 보면 되나.

A : 10년 차 작가다. 이 정도면 우리끼리는 ‘에계~이제 시작이네’, ‘이제부터 작가로 쳐줄게’ 정도다. 한편으론 10년쯤 돼서 포기하는 작가들도 많은데, 다행히 살아남았다. 그 사이 성과도 있었다.



‘대통령 아들’, 예술가의 ‘지원금’ 논란



Q : 이번 작품 논란됐던 문예위 지원금 받은 작품이다.

A : 지원금이란 용어가 문화계에서 상당히 광범위하게 쓰인다. 근데 예술가들은 이 단어가 사용되길 원치 않는다. 어려운 사람 돕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원금은 정확히 말하자면, 미술관을 만들 때 투입되는 콘텐트 제작비용, 미술작품 구매 비용이다. 지원받는 대상을 잘 봐야 한다. 박수근 어린이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숨은 그림 찾기’)의 경우, 미술관이 작품을 사도록 양구군청이 지원해줬다는 의미다. 나를 지원한 게 아니다. 지원금이란 용어는 행정 과정상 쓰이는 단어다. 이번 전시도 마찬가지다. 문예위 지원금이 내 주머니로 들어온 게 아니다. 대부분 장비 대여 회사에 지급되고, 같이 작업한 사람들에게 갔다. 덕분에 미술관 등은 돈을 더 안 들이고 작품을 전시한다. 관객들은 관람료를 거의 안 내거나, 최저가로 관람한다.

Q : 지난 9월 SNS에서 “제가 받는 지원금에 불쾌한 분들 이해한다”고 했다. 뭘 이해한다는 뜻인가.

A : 서로 생각이 다르단 걸 이해한다는 뜻이다. 내용을 잘 모르고, 오해해서 불쾌하신 분들도 있고, 다 설명해 드려도 불쾌한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은 ‘문준용은 아무것도 받으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런 눈높이가 있을 수 있는데, 어쩔 수 없다. 생각이 다른 거다. 난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Q : “지원금 신청을 막는 건 개인 희생 강요”라고 했다. 개인 차원 문제로 봤나.

A : 개인 차원 문제로 본 건 아니고, 지원금 신청은 모든 작가가 다 하는 일이란 뜻이다. 그래서 나도 하겠다는 말이고. ‘심사 과정이 공정했느냐’는 오해도 있는데, 만약 공정했다면 좋은 예술작품을 국가지원으로 돕는 게 당연한 일이다.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Q : 절차상 문제없더라도, 심사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이 알아서 기었다’는 의구심 들 수 있지 않나.

A : 경험해보니 나한테 알아서 기는 분들이 없다. 세상이 그렇게 혼탁하지 않다. 세상에 무서운 분들이 정말 많다. 오히려 (나를) 더 미워하는 사람도 있다. 심사위원들 정치성향이 다 다른데, 정치적 호불호가 개입되면 반대로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지 않나. 미술계 심사위원들은 무시무시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미술계가 그렇지 않나. 평론 영역에선 적극적으로 비판하길 좋아하고… 또 그게 그들의 전문성을 살리는 일이니까.

Q : 대통령 임기 중 지원금 신청, 심적 갈등 없었나.

A : 그런 생각을 했다. 말이 나오지만,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해야지. 미술관뿐 아니라 다른 예술 분야도 정부 지원금과 매우 깊게 연관돼 있고 미술 생태계가 다 그렇게 작동한다. 그래서 ‘지원금과 연관된 게 내 직업’이라고 말한다. 나뿐만 아니라 이 직업을 가진 모두가 그렇게 직업 활동을 한다.

Q : 특혜 논란이나 ‘정부 예술 지원 자체에 부정적 인식 안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A : 나 때문에…대통령 아들 잡으려고, 예술 지원금 중단하겠다면…할 말 없다. (쓴웃음)



“SNS 설전, 이미지 걱정돼도 최소한의 방어 차원에서 필요”



Q : SNS에서 격한 감정 섞인 설전 벌였다.

A : 비판하는 사람들 목적은 대통령, 정치인 비판이었겠지. 그래서 자식을 끌어들인 건데, 당사자 비판으로 끝냈으면 내가 나설 일도 아니었다. 자꾸 선을 넘어서 내 실력을 폄하했다. 결국 본질은 ‘작품이 안 좋은데 지원금을 왜 주느냐’다. 그게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이건 영업 방해다. 직업 활동 방해다. 내 입장에선 기분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Q : SNS 설전이 작가·작품 이미지에 해가 되지 않을까.

A : 맞다. 그 걱정 많이 한다. 사람들이 (내가) 나쁜 놈인 줄 안다. 아닌데. 싸움을 거니 이렇게 된 건데. 난 최소한의 방어 차원에서만 대응했던 거다. 당연히 나빠 보이겠지만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대응을 안 할 수도 없지 않나.

중앙일보

문준용 작가는 여러 논란과 정치적 평가에 가려져 작가로서의 미학적 평가를 온전히 못 받았다고 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SNS 논쟁, 어떤 이미지를 얻었나.

A : 두 가지다. ‘너무 세다, 싸운다’ 그리고 ‘너무 설친다’는 이미지. 그런데 부드럽게 했어도 ‘설친다’라고는 했을 거다. 결국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게 비판의 결론이다. 직업인이니까 ‘그러면 안 된다’는 게 내 결론이고.

Q : SNS 사용에 신중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A : 나름대로 신중하게 한다.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는 일도 많아서 신경 써서 하려고 한다. 근데 신중하면 아무것도 못 하는 게 또 SNS 아닌가…신중하게 SNS 잘하는 매뉴얼이 있나. 전문가가 있나…즉각적이니 SNS 아닌가.



예술가가 ‘대통령의 아들’로 산다는 것



Q : 한 인터뷰에서 ‘비자발적 공인’이라고 했다. ‘공인’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던 건가.

A : 공인이 아니라고 주장할 생각 없다. 비자발적 공인 된 것도 좋다. 다 받아들이겠는데, 다만 공인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인듯싶다. 그 부분을 말하고 싶은거다. 제발 선을 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Q : ‘선을 넘는다’는 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A : 인신공격이나 내 작품 심사점수 공개하는 일들, 그런 게 선을 넘는 일이다. 개인 정보 아닌가. 점수가 다 공개된다는 걸 알면, 좋은 심사위원들이 심사하려 할까. 아니면 어떤 작가가 심사에 지원하겠나. 모두에게도 안 좋은 일이다. 어마어마한 손해를 끼치는 일이고.

Q : 대통령 가족은 사소한 것이라도 검증 대상 아닌가.

A : 검증 대상으로 봐도 좋다. 근데 어느 정도까지만 해야 한다고 본다. 예술가 점수를 공개하면 어쩌나. 자기들끼리 (검증)하고 문제없으면, 공개 안 하면 되지 않나. 인터넷에 내 작품 점수 치면 다 나온다. 평생 남는다. 훗날 아들이나 손자가 몇 점인지 검색하면 나온다. 참혹하다. 이걸 모르고 공개했을까. 알고 했다. 그것도 제일 잘 아셔야 할 지도자인 정치인들이 그랬다. 대대적인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것도 아니다. 결과를 온당히 책임지는 모습도 아니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대통령 아들’ 정체성을 잘 못 받아들이는 건 아닌지, 원망도 들던가.

A : 그런 생각을 해서 뭐하나. 그렇게 됐는데…하기 싫다고 안 할 수 없지 않나. (대통령 아들은) 어쩔 수 없이 해야 되지 않나. 그러니까 하는 거고. 잘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원해서 하는 것도 아니지만… 원망해서 뭐하나. 원망한다고 안 해도 되는 게 아니고, 바뀌는 것도 아니고.

Q : ‘대통령의 아들’로서의 삶, 예술가로서 누린 것과 잃은 것은 뭔가.

A : 잃은 건 불필요한 논란에 선 것. 가장 치명적인 건 실력과 작품 폄하. 이런 논란 때문에 사람들이 내 실력에 관심 갖고 검증까지 나간 것 아닌가. 사실 불편한데, 역설적으로 ‘기대되는 작가’라거나 ‘실력이 괜찮다’는 말도 나온다. 그나마 나쁘지 않은 부분을 말하자면 이런 것들이다. 이번 전시회도 관람객이 많이 오셨다. 작품을 보신 분들은 보신 대로 느끼시겠지.

Q : 정치적 평가에 가려져 미학적 평가를 제대로 못 받았다고 생각하나.

A : 그렇다. 나를 둘러싼 정치적 평가는 양 진영이 서로 다르고, 아무리 설명하고 설득해도 안 된다. 이건 어쩔 수 없다. 미학적 평가는 원래 안 하고 있었는데 이제 시작했다. 본격적인 평가를 하면 제대로 평가하겠지.

Q : 대통령 임기 끝나면 정치적 논란 벗고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A : 한 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으니…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논란이 끝날지, 계속 이어질지, 바뀔 거라는 분도 있고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고. 알 수 없다.

Q : 차라리 작품활동 할 때, 예명을 쓸 생각은 안 해봤나. 배우 하정우처럼.

A : 그런 아이디어는 많았다. 주변에서 말한 적도 있고. 근데 예명으로 활동하다 좋은 평가를 받고 나면 ‘사실 내가 잘한 거야’ 이렇게 말해야 하나. 예명을 쓰다가 진짜 이름이 알려지면 비판할 사람은 또 비판한다.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Q : ‘대통령 아들’인 예술가로 5년 살았다. 어땠나.

A : 난 내가 누구라고 밝히지 않으려 노력했다. 기본적으로 누군가 알아보는 사람 있으면 창피해하는 성격이다. 특히 작품이 별로인데, ‘빽’으로 성공했다면 길게 봐선 내 손해다. 그 부분이 특히 두려웠다. 내가 실력 없는 작가라면 빨리 그만두고 다른 일 하는 게 내가 더 잘 먹고 잘사는 길이다. 작가 커리어로 봤을 때도. 괜히 어중간하게 지금만 반짝하고, 나중에 못하면 그것도 큰 골치 아닐까. 그런 걸 극도로 경계했다. 또 지금 세상이 다들 알고 있지만 누가 누구 아들이라고 이상한 짓 했다간 바로 SNS에 공개되는 세상이다. 그걸 또 쉽게 용서하거나 넘어가는 세상도 아니다. 옛날에 대통령 자식 중에 그런 걸 누렸던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요즘 사람들이 다들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보고 있지 않나. 무슨 무슨 회사 사장, 회장님들도 다 잡아가는데, 대통령이라고 참고 넘어가겠나 아니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영상=정수경·조은재PD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