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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동네세탁소까지 환경규제…"매출 300만원인데 생계 접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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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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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17년째 세탁소를 운영하는 박 모씨는 세탁업중앙회를 통해 접한 소식에 답답해졌다.

드라이클리닝 과정에서 나오는 유독 물질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신형 세탁기 도입 지원 사업 수요조사를 벌인다는 소식이었다. 문제는 정부가 지원을 해줘도 박씨가 부담해야 할 비용만 500만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박씨는 "생계가 어려운 마당에 정부가 지원해준다 해도 내 돈 500만원을 들이기는 어렵다"며 "새로 세탁기를 사느니 폐업하는 게 더 나은지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환경부가 동네 세탁소까지 대기오염물질 배출 규제 적용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배출하는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부분 영세한 동네 세탁소 주인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규제가 생기면 더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환경부는 국비와 지방비를 매칭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업주들은 규제와 보조금보다 환경과 안전을 위한 설비 기준 제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1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세탁 설비 용량 30㎏ 미만의 소규모 세탁소까지 대기오염물질 배출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세탁 설비 용량 30㎏ 이상의 세탁소만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규제하고 있었지만, 소규모 세탁업소에서도 VOCs가 발생하는 만큼 이를 제한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국 VOCs 배출량 중 세탁시설 배출량은 약 2%로 추정되는데, 주로 드라이클리닝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은철 환경부 대기관리과장은 "세탁물을 소규모로 취급하는 곳에서도 VOCs가 발생하는 만큼 규제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비 지원 등을 통해 세탁업소 부담을 줄일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지원책에도 세탁 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세탁 설비 용량 30㎏ 미만 업소는 대부분 일반 가정을 고객으로 하는 세탁업소인데, 이들 중 다수가 연 매출 5000만원도 안 되는 영세업자이기 때문이다. 박무근 한국세탁업중앙회 회장은 "가정용 세탁업소는 전국에 흩어진 소상공인이 대부분"이라며 "대기오염물질을 잡자는 건 좋지만 이들에게 너무 과한 부담을 안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2019년 통계청 전국 서비스업 조사에 따르면 전국 가정용 세탁업소는 3만2097곳인데 이 중 68%인 2만2817곳은 연 매출이 5000만원 미만이다. 전체 3만2000여 곳 가정용 세탁업소에 종사하는 5만2668명이 낸 영업이익은 2030억여 원으로, 한 곳당 연 630만원에 그쳤다.

환경부는 국비와 지방비를 매칭해 신형 세탁기 구매 비용 5000만원의 90%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환경부는 당초 2022년부터 한 해 700억원씩 5개년에 걸쳐 3500억원을 세탁업소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내년도 예산으로 반영된 내역은 전무하다. 전체 VOCs 발생량의 2% 미만이 세탁업소에서 발생하는 만큼 감축 규모에 비해 예산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예산이 반영돼도 세탁업소에 실제 적용 가능한지는 또 다른 걸림돌이다. 환경부는 드라이클리닝용 유기용제가 증발되지 않는 일체형 세탁기 보급을 검토하고 있는데, 통상 가정용 세탁업소는 10평 내외 규모로 운영되는 만큼 지원금을 받아도 일체형 세탁기를 도입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박 회장은 "신형 건조기 보급 이전에 안전기준을 정부가 신설해야 안전과 환경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세탁소용 건조기는 시장 규모가 영세해 실질적인 안전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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