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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파월 "인플레 오판" 오미크론에도 긴축 속도…증시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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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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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인플레 파이터’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입에 달고 살았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transitory)”이란 표현을 버리고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높일 것을 예고했다. 파월이 ‘매(긴축 선호)의 발톱’을 드러내자 시장은 흔들렸다.

파월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상원에 출석해 “현재 미국 경제는 매우 강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다”며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란 말을 버릴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파월은 그동안 ‘인플레=일시적’이라 평가하며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했다. 이런 시각을 철회하겠다고 밝힌 건 처음이다. 파월은 “인플레이션 논의에서 공급문제를 놓쳤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파월의 백기 투항은 최근의 경제 지표 때문이다. Fed가 물가 상황을 판단할 때 신뢰하는 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 10월에 전년 대비 4.1% 오르며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기대비)도 6.2%였다.

미 자산운용사 아담스펀드의 마크 스토클 최고경영자(CEO)는 “파월의 발언은 사실상 (인플레 상황에 대한) 판단이 틀렸고, Fed가 (경제 상황에) 뒤처져 있음을 자인한 것”이라며 “파월이 (통화완화에서 긴축으로) 기어를 바꾸겠다고 결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월이 꺼낸 인플레이션 대응책은 테이퍼링 조기 완료다. 파월은 “인플레가 고착화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며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을 몇 달 앞당겨 마무리하는 걸 고려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Fed는 매달 1200억 달러의 채권을 사들이던 양적완화(QE) 규모를 지난달부터 매달 150억 달러씩 줄이고 있다. 씨티은행은 Fed가 감축 규모를 월 300억 달러로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내년 6월로 예상됐던 테이퍼링 완료 시점이 내년 3월로 당겨진다. 이후 수순은 금리 인상이다.

Fed는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은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긴축의 시간표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생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은 올해 중 고용이 빠르게 회복될 것을 예상했다”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를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노동 시장만 안정되면 Fed가 서둘러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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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와 주가 그래프를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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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파월의 발언이 오미크론 변이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이다. 시장에선 오미크론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며 소비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긴축 속도를 높이겠다는 게 파월의 입장이다. 그는 “오미크론과 관련해 7~10일 뒤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며 “그때까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발언은) 12월 FOMC까지 남은 2주 동안 오미크론 변이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테이퍼링 가속을 예정대로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FT "오미크론·파월 원투펀치에 증시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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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과 파월 발언에 원투펀치 맞은 뉴욕증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시장은 매의 발톱을 드러낸 파월의 변신에 당황하는 모양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1.86%), S&P500지수(-1.90%), 나스닥 지수(-1.55%) 모두 급락했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18.42% 급등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톡스50도 1.1% 내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증시가 오미크론과 파월 연설이란 원투펀치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서부텍사스유(WTI) 가격도 전날보다 5.4% 내린 배럴당 66.18달러로 지난 8월 23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2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7%포인트 오른 0.55%를,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9%포인트 하락한 1.43%를 기록했다.

FT는 “파월 발언으로 기준금리 인상 기대에 좌우되는 단기 국채금리는 오르고 (경기 둔화 우려에) 경제성장과 물가 상승에 연동하는 장기 국채금리는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그레고리 데이코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미크론과 매파로 변모 중인 Fed로 인해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변동성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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