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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무고한 흑인을 성폭행범 지목… 美 작가, 40년만에 “영원히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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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자신이 겪은 성폭력을 소재로 쓴 체험기를 써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미국의 작가가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한 사람이 최근 무죄로 밝혀지자, 사과했다. 범인으로 지목됐던 흑인 앤서니 브로드워터(61)는 16년 징역형을 마친 뒤에도 계속 무죄를 주장했고, 지난달 22일 뉴욕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작가 앨리스 시볼드(58)는 11월30일 블로그 플랫폼인 미디엄(Medium)에 게재한 사과문을 통해 “당신이 영위할 수 있었을 삶이 부당하게 박탈당한 사실에 대해 먼저 사과한다”며 “어떠한 사과로도 당신에게 일어난 일을 바꿀 수 없다”고 시인했다. 그는 “(성폭행 당시) 18세였던 내 목표는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었지, 불의를 영속화하고, 내 삶을 바꾼 그 범죄로 또 다른 젊은이의 삶을 회복이 불가능하게 영원히 바꾸려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미국의 베스트 작가인 앨리스 시볼드는 40년 전 자신이 성폭행범으로 잘못 지목했던 흑인 남성이 지난달 22일 무죄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 11월30일 "영원히 미안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왼쪽은 범인으로 지목돼 16년 징역을 살았지만, 11월22일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앤서니 브로드워터./AP 연합뉴스


작가 앨리스 시볼드(58)는 시라큐스대 재학 1학년 때인 1981년에 당했던 성폭력 상처와 이후 재판 과정을 토대로 ‘럭키(Lucky)’를 2002년 출판했고, 같은 해에 강간 살해된 10대 소녀가 사후(事後)에 남은 가족과 친구들이 겪는 고통을 지켜보는 내용을 그린 소설 ‘러블리 본즈(Lovely Bones)’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소설은 국내에서도 번역됐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시볼드는 사과 성명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해하는데 8일이 걸렸다”며 “무고한 사람을 감옥에 보내는 사법 체계 안에서 내가 부주의하게 담당한 역할로 인해 앞으로도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나의 불행이 브로드워터 씨의 부당한 유죄 판결과 16년 징역으로 귀결된 데 대해, 남은 생애 동안 미안하게 생각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시볼드는 성폭행을 당한 뒤 5개월 지나 캠퍼스에서 마주친 브로드워터를 경찰에서 범인으로 지목했고, 경찰은 현장에서 수집된 체모의 현미경 비교 분석만으로 브로드워터를 기소했다. 당시엔 DNA 검사가 미국에서도 수사에 동원되지 않았다.

한편, 시볼드의 사과를 접한 브로드워터는 변호사를 통해 “그가 사과하기까지엔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내가 잘못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은 여전히 고통스럽지만, 그의 사과는 내가 지난 일을 두고 평안을 찾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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