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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수준의 부동산수첩] 종부세, 서울세, 결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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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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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부부는 결혼 전부터 서울 노원구와 마포구에 각각 아파트 한 채씩을 보유 중이었다. 각자 직장을 다니면서 꼬박꼬박 적금 붓고 대출을 보태서 일찍이 각자의 집을 마련했던 이들은 최근 남편의 연봉에 육박하는 금액의 종부세를 통보받았다. 이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부과되지 않았을 금액이다. 이 부부는 합의 이혼 후 각자 1주택자가 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중세시대 농민들이 영주에게 초야권 대신 냈다는 결혼세는 한번으로 족했다지만, 이들부부에게 종부세는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동안 매년, 점점 더많이 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통계는 오랜역사를 통해 정책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올해 종부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국민 98%가 종부세와 무관하다"며 해명했는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확연히 다르다.

2%라는 숫자를 도출시키기 위해 미성년자까지 동원하여 통계에 포함시킨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종부세를 내는 유주택가구는 전국에서 8.1% 정도이고, 서울 주택으로 한정하면 네 집 중 한 집이 종부세 대상이며, 내년에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종부세는 사실상 '서울세'이다. 전국에서 종부세 대상주택의 대부분이 서울에 몰려 있고, 서울은 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이기 때문에 서울 2주택이면 전체 3주택에 해당한다. 세율은 1주택에 비해 2배이다. 가령 종부세 과세표준이 3억~6억원 구간이라면 서울에서 1주택에 부과되는 세율이 0.8%지만, 2주택자에겐 1.6%가 매겨진다. 즉, 어떠한 경제적 발전 없이 머무를 계획이 아니라면, 그리고 서울에 살고 있다면 누구나 고민할만한 제도다.

사실 종부세법의 위헌 논란은 제정 당시부터 있어 왔다. 현재 최고세율 상향(농특세 포함 7.2%)과 부동산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폭등에 따른 종부세 급등은 재산권 등 과잉금지 원칙의 위반소지가 있고, 인별과세로 개편되긴 했지만 비혼자에 비해 혼인자는 더욱 큰 차별을 받게 되었다는다는 점에서 평등권 위반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헌재는 그 외 부분인 국세 도입의 자치재정권 침해, 1주택자에 대한 부과에 따른 거주이전의 자유침해 등에 대해서는 합헌으로 판단을 내렸다.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 및 원본 잠식, 헌법상 체계 정당성 원리 위반 등도 마찬가지다. 최근 일부 법조인과 다주택자들은 강화된 종부세법에 대해 위헌소송을 시작했지만 쟁점이 그대로인만큼 여전히 합헌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

종부세 부담은 결국 중산층부터 서민들까지도 그 영향이 미치게 된다. 다수의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위에서 설명한 사례 외에도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부작용들을 소개되고 있고, 어쩔수 없이 세부담은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양상이다.

즉, 더 뜯기는 만큼 더 뜯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세가격 폭등과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은 무주택자들에게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종부세의 유지·강화를 주장하는 측은 이러한 국민 전체에 끼치는 부작용을 간과하고 있다. 종부세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는 측은 기존 쟁점을 재론할 뿐이다.

최근 종부세 부담에 대한 해법을 많이 요청받지만 절세를 위해 소중한 가족관계의 가치까지 파괴하는 해법은 차마 권하기 어렵다. 정부는 국민의 담세력을 고려하고 세제 전반을 손질해서 불합리한 피해 범위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납세자들은 보유주택의 조건에 따라 합산배제와 과세특례 신청으로 세액 부담을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1주택일 경우 부부공동명의특례 등을 적극 이용할 것을 권한다. 단독주택이나 시골 주택이 추가로 있는 경우 단순 매각, 증여뿐만 아니라 일부 용도변경을 통한 수익성 부동산으로의 전환도 검토해볼만 하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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